이번 6.4지방선거에 '역촌.대조동' 구의원후보로 출마한 무소속 시민후보 김승권입니다.
‘산이 있어 거기 오른다’고 어느 유명 산악인을 말했습니다. 저기 산이 있어 산에 오르는 산악인처럼, 저에게 구의원 출마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정에서 오르게 된 산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시민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분투했지만, ‘진정한 반성 없이 분열된 진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이후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대립에 몰두하느라 우리가 간과했던 것,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경제, 사회,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여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길은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 아니라 진보의 이상과 지향을 생활 정치에서 실현하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활정치가 무엇입니까? 일상생활이 정치이고, 정치가 곧 일상생활인 정치. 시민 스스로가 즐겁게 참여하며 본인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정치도 변화시키는 정치, 건강한 지역사회를 구축하는 정치가 생활 정치라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시민 사회의 대의는 주로 진보 정당의 후보를 통해 발현해 왔습니다. 그 후보가 지역과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 후보라면 문제가 없지만, 중앙정치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채 정당의 당위 차원에서 행해진 출마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선거 때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양태, 구체적 지역활동과 전술의 부재가 저는 늘 안타까웠습니다.
지방자치제가 1995년에 시행되었으니 민주정치제도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실험은 20년 이 되어갑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표류 중이지만, 은평 시민 사회는 생활정치의 모범을 보이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살갑게 엮이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구의원이라는 산에 올라 지역주민들이 시민사회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우군이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가교가 왜, 꼭 저 김승권이어야만 할까요? 모릅니다.
제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므로, 저는 이 질문에는 답 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구의원이 왜, 제게 오를 산이 되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큰애를 낳고 나서 역촌동으로 이사와 은평 살이 16년 째, 이 터전에서 제 맘에 쏙 드는 이장이라는 별명도 얻고, 친구도 많이 생겼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놀고,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삶이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했던 거지요. 그래서인지 지난 가을, 지인들이 역촌동에 주민과 밀착도가 높은 후보가 필요하다며 출마를 권유한 이후, 결심에 이르기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내의 반대도 한 몫 했고, 불광천 벚꽃 아래에서 마을 친구들과 술 한잔하고, 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장 아닌 이장으로 사는 인생이 전 좋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가랑비에 옷 젓듯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이 제 마음 속에, 제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느덧 마을 일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활정치에 대한 절실함과 제가 누린 은평 마을살이의 행복이 저를 여러분 앞에 서게 했습니다.
여러분이 없다면, 저는 감히 나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 부족한 능력과 짧은 안목을 채워주고, 채찍질 해 줄 여러분이 있기에 마을 이장 노릇 한 번 제대로 해보려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따뜻한 마을, 즐거운 마을,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같은 이장이 되어 뛰겠습니다. 든든한 버팀목, 비빌 언덕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이장 산에 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