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이야기]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단잠 자는 새벽에 창을 두드려 남을 깨운다
자다가 封窓(봉창) 두드리는 이는 누구일까?
옛말인 封窓(봉창)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봉(封)한 창(窓)'이다. 뭐로 봉했냐 하면 '창호지로 봉한=바른 창'이다. 채광과 통풍을 위해 벽을 뚫어 구멍을 내고 창틀이 없이 종이를 발라 봉한 창이 봉창이다.
그런데 이 봉창과 관련된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라는 속담에서 봉창을 두드리는 이는 누구일까? 잠자고 있던 사람일까? 아니면 말똥말똥 잠 안자고 있는 다른 누구일까? 얼핏 그 말로써만 보면 몽유병 환자처럼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엉뚱한 짓하는 사실상 잠자고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세간에는 이 속담에 대해 '잠꼬대를 하며 봉창을 두드린다'는 뜻이라느니, '잠결에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며 내는 소리'라느니 하는 해석이 돌아다닌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와 같은 말로 '새벽 봉창 두들긴다'란 속담이 있는데 요게 핵심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 '새벽 봉창 두들긴다'
이 '새벽 봉창 두들긴다'는 한참 단잠 자는 새벽에 남의 집 봉창을 두들겨 놀라 깨게 한다는 뜻으로,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대에 맞게 이 속담을 바꾸면 한참 맛있게 새벽잠 자고 있는데 '꼭두새벽에 전화질 해댄다' 정도가 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예의 없게 새벽에 전화하지 않는다. 돌출행동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옛적의 말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새벽에 남의 집에 전화하여 요란한 전화벨 소리로 남을 놀라 깨게 하는 모양처럼, 생뚱맞게 뜻밖의 일이나 말을 갑자기 불쑥 내미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에서 두드리는 주체는 잠을 자고 있는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남이다. '자는데 남의 집 봉창 두드린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속담 표현은 이미 오랫동안 굳어진 것이라 정정하기는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