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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와 정진후 후보가 국호 기자회견장에서 교육공약을 발표 했다. |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13일 밤 MBC 100분 토론에서 한 보수성향의 시민논객을 완전히 제압한 영상이 화제다. 시민논객 제압 영상은 비례 4번을 받은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의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들에 대한 면죄부 논란 관련 내용이다. 이 영상은 3분 31초짜리로 14일 오전 인터넷에 급속히 확산됐다.
100분 토론 당시 시민논객은 통합진보당의 비례 4번으로 배정 받은 정진후 전 위원장의 성폭력 2차 가해자 면죄부 논란을 지적했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공천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민논객은 당시 전교조 2차 가해자 면죄부 논란의 구체적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정치 공세로 공격했다. 결국 그는 원조 논객 유시민 대표에게 처참히 패배해 네티즌 사이에 조롱거리만 됐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본 피해자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유시민 대표가 100분 토론에서 강조한 사실관계 중 일부는 교묘하게 왜곡 됐거나, 팩트(fact) 뒤에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내막 등을 완전히 간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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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지지모임이 재심위 위원 선출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 문건 때문이다. 이 문건은 당시 재심 결정이 나기전 정진후 후보가 속했던 정파가 작성한 것으로 돼있다. 이 문건은 전교조 사무실의 복사기로 복사를 하다 누군가 흘린 것으로 추정된다. |
유시민 대표는 공세를 펴는 시민논객에게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거꾸로 물었다. 유 대표의 역공에 시민논객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시민논객은 “2차 가해자에 대한 재심위원회를 아시나. 재심위에서 (정진후) 위원장이 2차 가해자들을 경고로 낮추셨다. 위원장으로 계실 때...”라며 말을 잇지도 못했다.
유시민 대표는 시민논객의 말을 자르며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 전교조 위원장이던 분이 무마하려는 의혹이 있어서 그분이 제명이 됐다”며 “제명이 되고, 그 뒤에 오신 전교조 위원장이 정진후 후보다. 정진후 후보가 오셔서 그 책임이 있는 전 위원장을 제명했다. 그런데 징계 재심위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이어 “피해자 모임이 이걸(징계수위) 낮추면 안되다 하고, 정진후 위원장이 동의한다 이렇게 하고, 대의원 대회에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번복하는 안건을 올렸다”며 “6시간 동안 안건을 토론했는데 가부동수가 나와서 위원장이 뒤집는데 실패했다. 위원장이 그 점에 대해 굉장히 반성했다. 이것을 성폭력 사건 무마한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엄밀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유시민 대표는 “제가 드린 말씀이 정확한 사실관계고. 저희는 피해자들에게 여러 문서도 다 받아보고 직접 만나 대화도 했다”고 강조했다.
유시민 대표의 사실관계 프레임에 걸린 시민논객은 어설프게 피해자 중심주의을 거론했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주장을 오히려 깍아 내린 꼴이 됐다. 나꼼수 식으로 말하면 “실패”. 애초 당시 면죄부 논란은 어설프게 다가가서는 잘 드러내기 어려운 사실관계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정진후 후보가 2차 가해자 제명?...징계위.재심위 모두 독립기구
그렇다면 유 대표가 교묘하게 팩트를 왜곡 한 부분은 어디일까.
정진후 전 위원장(09년-2010년 재임)이 2차 가해자 중 1명인 사건 당시의 전교조 위원장인 정모 씨를(07-08년 재임)을 제명했다는 부분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진후 위원장 시절 새로 위원들을 선출해 구성된 재심위원회가 내린 ‘경고’ 처분도 정진후 전 위원장이 한 일이 된다.
그러나 정진후 위원장이 징계위나 재심위 결정에 직접 간여할 수는 없다. 전교조 징계위원회와 재심위원회는 상설기구이면서 독립기구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상설적으로 존재하면서 임기에 따라 위원들이 바뀌는 방식이다. 두 위원회 임기는 징계위원회가 2년, 재심위원회가 1년이다. 이중 재심위 위원은 통상 매년 4월 전교조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다.
처음 2차 가해자 ‘제명’을 결정한 징계위원회는 정진후 전 위원장 시절에 구성된 징계위원들이 아니다. 오히려 2차 가해자였던 전임 위원장 시절 구성된 징계위원회다. 징계 대상이었던 전임 위원장 시절 구성된 1차 징계위원들이 2차 가해자였던 전임 위원장의 제명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임기가 2년인 1차 징계위 위원들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선출 됐기 때문에, 당시 위원장이나 전임 위원장이 누구였든 성폭력 사건 처리 원칙에 따라 징계를 한 것이다. 1차 징계 문제에 정진후 후보나 2차 가해자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가 없는 구조였다. 따라서 정진후 후보가 전임 위원장을 제명시켰다는 얘기는 교묘한 팩트 왜곡이다.
문제는 징계위와 달리 임기가 1년인 재심위 위원들이 새롭게 바뀌고 재심위가 단순 ‘경고’ 처분을 내렸다는데 있다. 물론 다시 구성된 재심위 결정 과정에도 정진후 후보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진후 후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진후 후보가 재심위 결정을 다시 번복하게 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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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0분 토론 캡쳐 화면] |
독립기구인 재심위 위원 선출에 정진후 후보 정파 개입 문건 나와
MB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적이지 않은 이유와 비슷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꼼수가 있었다. 독립기구인 재심위원회 재심위원 선출과정에 정진후 후보가 소속됐던 정파가 개입했다는 문건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문건 때문에 피해자도 재심위 위원을 다시 선출하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독립기구인 재심위에게 결정을 번복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재심위 구성 과정에 의혹이 있으니 재심위를 다시 구성해 재심을 하라는 것이었다.
‘전교조 47차 중앙위원회 진행방침’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전교조 내의 한 정파인 ‘참교육실천연대’(참실련) 집행위원회 회의용 이었다. 1차 징계위에서 제명됐던 정 모 전임 위원장이나 정진후 후보 모두 참실련 소속이었다. 정진후 후보 당시 전교조 본부도 사실상 참실련 소속 또는 성향의 활동가들이 대부분 주도하고 있었다.
이 문건은 KTX 민영화 문제에서 국토부가 철도공사 등에 내린 공문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문건이었다. 국토부 공문이야 철도공사로 지침이 내려가는 순간 공개는 시간문제이지만 이 문건은 우연히 전교조 복사기 주변에 참실련 집행부가 흘리고 간 것을 주워서 제보한 문건이기 때문이다.
문건 내용은 매우 자세했고 문건의 핵심 목표대로 재심위 위원들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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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실련 문건 첫 페이지 |
문건은 우선 징계 재심위원회를 반드시 장악해야 한다고 적고 있었다. 또 재심위원회 위원 추천 방안으로 ‘1심 위원회(징계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지부’로 안을 제시했다. 이는 참실련과 입장이 다른 정파의 조합원들이 전교조 서울 지부에 많기 때문에 서울 지부 쪽 위원들을 재심위에 못 들어가도록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징계위에서 문건은 또 “서울이 조합원이 많다는 논리를 펴면 경기 역시 각 위원회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함. 또한 지부별 조합원수에 비례하여 배분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므로 이를 막아야 함”이라고 논의 과정도 미리 정했다. 경기 지부에 참실련 소속 조합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재심위는 문건대로 강력한 징계를 주장했던 서울 지부 쪽 조합원은 배제됐다.
이는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정권과 코드가 맞는 위원과 최시중 전 위원장으로 구성해 친MB 위원회로 운영되던 방식과 유사하다. 겉으로는 형식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방송 심의 등을 하지만 권력을 장악한 쪽에서 위원회를 좌지우지 하도록 위원들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지지모임이 정진후 후보에게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이유가 바로 재심위위원 구성과정에 개입한 문건 때문이다. 그리고 재심 결과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경찰 수사망에 떠밀고, 성폭력 은폐 조장까지 한 2차 가해자 전원의 면죄부로 나왔다.
또 다른 왜곡, 6시간 동안 대의원들을 설득하려 했다?
유시민 대표는 이날 100분 토론에서 “정진후 후보가 피해자 지지모임의 요구에 동의해 대의원 대회에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번복하는 안건을 올렸다”며 “6시간 동안 안건을 토론했는데 가부동수가 나와서 위원장이 뒤집는데 실패했고 그 점에 대해 굉장히 반성했다”고 옹호했다. 당시 56차 전교조 대의원대회는 장장 9시간이 걸렸고 성폭력 2차 가해자 관련 안건 토론에 6시간 이상이 걸렸다.
그런데 이 말도 역시 교묘한 팩트 왜곡이다. 전교조 대의원 대회에서 6시간 넘게 안건 토론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정진후 후보는 피해자의 요구대로 징계 수위를 낮추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물타기 성 안건을 제출해 피해자 지지모임에서 강한 항의를 했고, 지지모임이 다른 안건을 발의해 공방이 6시간 넘게 이뤄진 것이다.
피해자 지지모임의 한 관계자는 “정진후 위원장이 안건을 발의 한 것은 맞지만, 발의 방식은 ‘피해자가 이런 요구를 하니 대의원들이 판단해 달라’는 식이었다”며 “진짜 의혹이 제기된 재심위를 다시 구성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피해자 중심주의로 조직이 가아하고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대의원들이 통과시켜 달라”고 주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대의원대회에 트릭이 있었다”며 “정진후 위원장이 대의원 구성에 참실련 의견그룹 분포에 자신감이 있었고, 실제 참실련 소속의 한 대의원은 지지모임이 발의 한 안건을 반대하고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제멋대로주의냐’고 몰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지지모임 소속 대의원들은 정진후 후보가 물타기 성 안건을 발의하자 피해자의 의견을 담은 안건을 발의해 6시간이 넘게 공방을 벌이다 1표 차이로 부결됐다.
지지모임 관계자는 “이날 지지모임이 발의한 안건은 1표 차이로 부결 됐다”며 “정진후 위원장이 진짜 강하게 밀어붙였으면 안건은 통과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재차 “정진후 위원장이 의지가 없어서 공방을 벌이느라 6시간이 걸린 것이다. 정진후 위원장이 대의원들을 피해자 중심주의로 설득하려고 6시간이 걸린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