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축협 행정, 축산 경영 경험 살려 조합원 권익 보호 앞장
“자체 주문 사료(OEM)를 공급해 사료 가격을 대폭 내리고, 건초를 싸게 수입해 농가에 원가로 공급하겠습니다. 조사료 생산을 적극 지원하고 축산분뇨 공동퇴비화시설을 운영하겠습니다.”
신임 김영덕 고령성주축협조합장이 지난 달 21일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엔 이남철 고령군수, 고령군의회 유희순 부의장 등 100여명의 내빈이 참가해 새 일꾼을 맞았다.
취임 10여 일을 맞아 아직 현장 적응, 업무 파악에 분주한 김 조합장을 3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축산업 현장, 실무 두루 거치며 38년간 축협 이끌어=김 조합장이 축협과 인연을 맺은 건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령농고를 졸업한 그는 고령성주축협에 입사하며 축협인의 삶에 접어들었다.
김 조합장의 특이한 이력 중 하나는 자신도 직접 축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점. 이미 선대(先代)부터 축산업을 가계로 이어온 덕에 그에게 축산은 생활이자 삶터였던 것. 덕분에 축산 행정과 축산 현장, 이론과 실무에 두루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통 현장 출신은 일선 행정, 정책, 제도에 약하고, 관료출신은 육종(肉腫), 번식, 원유 집유(集乳) 같은 실무에 약하지만 김 조합장의 경우 두 분야에 모두 밝아 합리적 집행(執行)을 통해 축산농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직원으로 축협 행정을 시작한 그는 상무, 지점장 등을 거치며 축협의 주요 현안, 업무들을 섭렵해 나갔다. 그동안 축협과 지역 축산농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농협중앙회 표창 경북도지사 표창 등을 수상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으로 대구지검서부지청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던 일을 들었다. 지역 발전과 범죄 없는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탠 공로로 그는 작년 말 모범위원으로 선정돼 상까지 받았다.
◆축산물 소비 장려, 직거래장터 통해 판로 확대=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은 축산물 유통가 하락, 사료값 폭등, 소고기 수입 증가로 3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국제기구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각종 환경규제들이 잇따르며 축산 농가들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치단체나 축산업체의 과다 경쟁으로 한우, 원유(原乳) 판로 확대도 시급한 현안이다.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고령·성주군 등 자치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 지역 축산물 소비 장려, 직거래 장터 개설 등을 통해 지역 축산 농가들의 걱정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급등한 조사료, 건초가격의 안정화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건초의 경우 한 업체에서 공급을 독점해 높은 가격이 형성돼있다”며 “수입선, 공급선을 다변화해 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지역 축산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한 전략도 김 조합장이 역점을 두는 분야다. 이를 위해 그는 다양한 수익사업개발을 위한 컨설팅 강화, 수정란 이식사업, 축산농가 교육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김 조합장은 ‘고령성주축협이 인근의 대규모 축협 보다 규모가 작아 배당이나 보조금 사업이 소홀한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지역 축협 이용을 꺼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김 조합장은 지역의 축산농가를 방문해 우리 축협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홍보해 보조금 및 보조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축산농가 사업 발굴, 예산 확보 위해 힘 모을 것=선거 기간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물들다’ 였다. ‘물’은 조합원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항상 물어보겠다는 뜻이고, ‘들’은 항상 귀를 열어 조합원들의 말을 듣겠다는 의미를, ‘다’는 항상 조합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38년 동안 축산행정 일선과 축산 현장에서 바삐 뛰어다니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농협중앙회, 축산물품질 평가원 등 축산 관련 기관들과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핫 라인’도 구축돼 신사업 발굴이나 예산 확보에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인맥,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지역 축산농가의 권익 보호나 수익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가야축제기간에도 김 조합장은 만사 제치고 한우 직거래장터를 뛰어 다녔다.
1등급 한우를 40%나 싸게 관광객들에게 공급하자 그날 준비한 물량들이 모두 팔려나가는 이변을 연출했다. 취임하자마자 개최된 축제에서 3일 동안 3억 이상 한우를 팔아치우며 주변 축협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 조합원은 “우리 조합장이 취임식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렇게 직거래장터에서 판로개척에 나서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저는 1997년 IMF, 2012년 소값 파동 등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축산 현장을 지켜왔다”며 “조합원들의 여구와 임직원들의 고충을 축산 행정에 잘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영덕 조합장은=▷1963년생 ▷고령농업고 졸업 ▷1남1녀 ▷고령성주축협 38년 근무(성주지점장 4년 역임) ▷한우사육 경력 32년 ▷전 고령로타리클럽 회원 ▷현 서부지청 범죄예방 고령지구위원 ▷고령군수 표창(2016) ▷농협중앙회장 표창(2019) ▷경상북도지사 표창(2019)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 표창(2022)
신임 김영덕 고령성주축협조합장이 사무실에서 앞으로 업무 방향과 각오에 대해 밝히고 있다. 한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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