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최근 해외여행객에 대해 관광세를 적극 도입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엔화 값이 싸지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관광세뿐 아니라 이중가격제를 현장에서 적용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중가격제의 경우 일부 현지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해외여행객에 대한 관광세 부과 검토는 일본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 19이후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여행객들로 현지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해당 국가들이 입국자수를 제한할 목적으로 관광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의 유명 관광지의 경우 좁은 골목길로 수많은 관광객들의 이동을 하기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의 피로감은 대단히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유럽 등지의 유서깊은 길들은 매우 좁아 그 혼잡도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밀려오는 외국관광객들을 위해 새로 길을 넓힐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올해 4월 25일부터 7월 14일 사이에 5유로 (한화 7,5백원 )를 징수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주말이나 현지 공휴일에 특정지어 관광세를 받겠다는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2월 14일부터 외국 관광객에게 15만 루피아(한화 1만3천원)의 관광세를 받고 있습니다.태국도 지난해 9월부터 관광세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이런 저런 관광세를 걷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관광세를 인상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팬데믹이 종료되고 이른바 보복성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게다가 엔화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기에 외국인들의 찾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6월 이후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한 달에 2백만명이 넘습니다. 그가운데 한국인들의 가장 많습니다. 일본 전체 관광객의 1/3이 바로 한국인들입니다. 관광객들이 늘면서 교통 혼잡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게 되자 일본 지자체들이 관광세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 오사카의 경우 1박에 2천7백원의 숙박세를 받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만 관광세를 추가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후지산 인근도 마찬가지입니다. 야마나시현은 오는 7월부터 1인당 2만7천 원 정도의 통행세를 관광세 명목으로 걷겠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지자체는 세계적인 명산인 후지산을 보러 오기위해서는 적어도 그정도의 관광세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도쿄와 디즈니랜드가 있는 우라야스시 그리고 센다이 등도 관광세를 신설하거나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관광세에 앞서 일본은 이중가격제도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 내국인들보다 요금을 두배정도는 더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 엔화의 값이 싸지면서 입국했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요금을 받아야겠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에 따른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의 경우 일본에서 1000엔 짜리 라멘을 먹으려면 한화로 1만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환율이 880원대까지 떨어진 지금은 8850원 정도로 같은 라멘을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되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이전보다 돈을 아끼지 않고 관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가가 치솟았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일본이 관광세나 이중가격제를 적극 도입하려는 것에는 한국인과 관련된 것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관광 강국입니다.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는 일본 경제의 침체를 관광으로 회복하려고 시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해 한동안 일본에 관광이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일본 관광은 회복했고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목표로 했던 것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중가격제와 관광세를 도입하려는 것에는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한국인들 방문이 급등하자 일종의 배아픔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자국민들의 외국 나들이는 줄어드는데 외국인들 방문이 급등한데다 그런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데 일종의 자존심이 상한다는 그런 심리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현지 상인들의 표정을 보면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다지 호의스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때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한국, 태평양전쟁으로 폭망했던 일본 경제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다시 일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도 그렇게 기분좋은 것이 아닌데 이제는 한국과 경제적인 면에서 비슷해지고 있다는 자괴감이 일본인들을 자극했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때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지 관광을 주름잡았던 것이 일본인들이었는데 그런 위치를 이제 한국인들에게 빼앗겼다는 패배감마저 드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이 유럽과 동남아시아에 들인 공은 굉장했습니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들도 한때 일본풍에 푹 빠져 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일본이 지금 한국관광객들 시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인에게만 관광세와 이중가격제를 적용하기는 싶지않은데다가 외국인들만을 상대로 관광세와 이중가격제를 부과할 경우 팬데믹이후 살아나는 관광 특수의 기운이 꺾여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있는 것이 일본의 현 상황입니다.
2024년 3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