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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왜 지는가
자유일보
김정식
총선이 끝났지만 역대급 패배에 여당은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통령,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등 특정 인물들에 대한 책임론이 크다. 책임자에 더해 선거 전략과 메시지 등을 복기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보수진영, 특히 국민의힘은 왜 계속 어려운 선거를 이어가는지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수십 년 전부터 ‘냉혹하고 무자비한 것’으로 매도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는, ‘무책임해도 될 권리’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따뜻해 보이는 메시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의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론에 힘없이 무너졌고, 5년 만에 대한민국이 50년 뒤처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뿌린 ‘재난지원금’은 달콤했고, 평범한 국민 사이에서는 이재명의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25만 원은 잠깐의 기분 좋음이지만, 결국 빚"이라고 백날 주장해봤자, 소용없다. 책임 없이 권리만 따지며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것에, 보수 우파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똑같이 ‘자유’로 번역되지만, 정치에서 Freedom과 Liberty가 뜻하는 자유의 개념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천부인권적 완전한 자유’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하는 사회주의적 자유’를 구분조차 하지 않는 막연한 자유는, 진영을 내부에서 무너뜨렸다. 누가 이것을 제대로 구분하면서 보수·우파적 가치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의 주적은 과연 ‘북한’이 맞을까? 대한민국은 북한에 비해 국민 총소득 30배, 경제 규모는 60배에 달한다. 당연히 북한은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꾀하고 있으므로 주적이 맞다. 하지만 적(敵)의 개념은, 우리를 무너뜨릴 의지와 능력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중국은 대한민국(남한)의 면적보다 약 100배가 크고 인구는 약 25배가 많다. G2를 들먹이며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 동북아시아에서 경제·안보·문화 등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압도적인 존재는 과연 북한이 맞을까?
우리는 스스로 보수주의·우파적 가치에 관심이 없다. 공부조차 하지 않는다. 관련 서적 판매량은 상대 진영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튜버 등 진영 내 스피커들조차 정책과 비전보다는 ‘인물’에 꽂혀 좌고우면한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할 필요조차 없다. 앞서 언급한 ‘누구나 대충은 알 법한’ 시장경제, 개인의 자유 등에 더해 낡은 반공 등만 들먹이다가 ‘세련된’ 민주당식 메시지에 박살이 날 뿐이다. 핵심 가치가 제대로 서지 않았다 보니, 때만 되면 ‘중도 확장’을 들먹이며 좌파 진영에 몸담았던 이들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처량한 신세를 면치 못한다. 폭격을 정통으로 맞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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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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