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
'골프' 하면 일단 너무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강했다.
뭐.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구...
한 10년쯤 전이었을까?
박세리가 US오픈 결승연장전에 진출했을 때 였다.
사실.. 난 골프룰은 커녕, 골프를 혐오하는 수준에 가까운 무렵이었다.
게다가 TV를 보지 않는 가풍 덕에 TV를 보지 않고 살고있었구...
근데, 마침 그 때 학교 근처 친구자취방에 있었다.
경기는 시차로 인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진행되고 있었고,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음성은 애써 흥분을 감추고 있었다.
한 5분쯤 봤을까...
두어라운딩을 했을 무렵인데,
웬걸...
알지도 못하는 게임룰에 단 2명이 펼치는...
게임에 흠뻑 빠져버려,
새벽에 박세리가 양말을 벗고,
개천에 들어가 샷을 치는 장면과 우승을 하는 장면까지
모조리 보고야 말았다.
그 게임 이후로도 '골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다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구나.'
하는 것과,
'한국에서 사업상 접대로 '골프'가 많이 쓰이는 구나'
- 바꿔 이야기하면 접대를 받을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 역시.
골프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접대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골프 그 자체는 즐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
하는 것에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수있었다.
내가 싫어서 그냥 배제해버리면,
언젠가 내가 누군가랑 골프를 쳐야할때,
'난 골프가 혐오스러워요.
왜냐하면 난 사치스러운 부자가 아니거든요!'
이럴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후로 10년정도가 흐르면서,
주위에서 골프를 배우는 친구가 하나둘씩 늘고,
직업군인 시절. 많은 높은 군인들이 골프에 미쳐 살고,
이해찬 전총리가 골프때문에 총리에서 쫓겨나고...
일본에 살 때,
골프클럽을 지고 한국에서 골프치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것을
알았을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우긴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뭐 좋게 이야기하면 어차피 '스포츠'아닌가...
그러던 어느 날.
가족과 함께 필리핀을 여행할 무렵.
숙소 바로 옆에 골프연습장이 있었고,
숙소의 다른 숙박객들이 따로 따로 골프를 배우러 다니는게 아닌가.
그들은 아주 친절하게 나 같이 전혀 상류층과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어떻게 골프에 입문할수있는지 알려줬다.
그들은 골프는 상류층만 즐기는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줬다.
단! 한국이 아니라는 조건에 한해!
-_-;;
어쨌든.
필리핀에서 필리핀 프로에게 어설픈 아이언샷을 배웠다.
비싸지 않은 렛슨비를 내면서...
그리고,
호주에 살 때.
10대초반부터 10년을 넘게 골프만 쳤다는 젊은 대학생을 만나,
골프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있었다.
물론 렛슨비는 비싸지 않았고.
호주에서 골프 클럽 셋트를 중고로 20만원에 구입할 수있었다.
호주의 일반적인 라운딩피는 20불부터 시작한다.
18홀을 전부 도는 라운딩피가 겨우 2만원이라는 것이다.
회원권 필요없고,
선 부킹역시 필요없다.
거기에 카트를 사용하고 싶다면,
3만원의 카트피를 내면 된다. 물론 2명 기준.
몇개월간 아이언샷과 우드샷, 티샷등을 렛슨받고,
'머리를 올렸다.'
웃긴 표현이다.
초보자가 처음 필드에 나갈때
머리를 올린다는 표현을 쓴다.
무슨 장가가는 것도 아니구...
연습장에서는 척척 잘 만 맞던 공이...
실제 필드에서는 삑사리 나기 일쑤다.
공이 픽픽 거리며 완전 이상항 방향으로 날아가거나,
아예 헛방망이질을 하거나,
그냥 옆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버린다.
이런!
- 그래서 우리 코치는 공을 많이 준비해가라고 했다. -
어떻게 어렵게 어렵게 한 홀을 돌고 나면,
10타가 훌쩍 넘어버린다.
이런 식으로는 18홀을 계산하면 200타가 넘을것같다.
좀 잘 맞아서, 3 - 4타 만에 온 그린을 해도,
퍼팅으로 5타를 넘기기 일쑤다.
이건. 매 라운드마다 스트레스다!
게다가 또 다른 스트레스는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은근한 압박이다.
그들이 비켜달라고 하진 않지만,
어느새 나를 추월해간다.
우리 코치는 친절하게도,
'필드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나면 무조건 웃으면서, 양보해주세요! 꼭이요!'
이렇게 당부했다.
젠장.
말하자면,
골프장에서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다.
뭐.
호주에서의 필드는 번잡하지는 않은 편이라 했다.
한국에서의 필드는 훨씬 열악하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골프가 안 되지?
하면서 첫 라운딩을 끝내고,
여유있을때 마다 필드를 찾았다.
여러차례 라운딩을 할때 마다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실력이라 하기도 힘들만큼 더 이상 나빠질수 없는 상태라
더 나아지는 길 밖에 없는 상태이긴 했다.
골프를 쳐보니,
18홀을 카트를 타고 돌든,
걸어서 돌든.
상당히 힘이 든다.
생각외로.
많게는 6시간가까이 걸리고,
짧게는 4시간반정도 걸리는데...
쉴 새없이 걷고, 치고, 공을 찾고...
어떻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한나절리 훌쩍 흘러버린다.
그리고 드넓다 해도 될 정도의 넓은 초원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때때로 호수도 있고, 개천도 있고, 숲도 있는...
시간이 꽤 걸리고, 체력적인 부담도 있기에,
나중엔 여유가 되도, 부담이 되어 선뜻 골프장을 찾기가 겁이 났다.
그래서 9홀만 돌기도 했는데...
골프를 배운 후부터는 잡지에 보이는 골프코너나 사람들이 나누는 골프 관련 대화에 귀가 기울여 지기도 한다.
또, 내가 모르는 많은 골프 기술이나, 골프관련 무수히 많은 룰들.(웬 룰이 그렇게 많고 복잡한지...)에 관심이 생기기도 하구.
그런데,
결론은..
골프는 참 어려운 스포츠라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는데,
탁구, 축구, 달리기, 수영, 격투기...
수 많은 스포츠들은...
'했다'는 그 자체로 충분한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가 있는 반면. - 잘 하든 못 하든 -
그에 반해 '골프'는
어떻게든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경기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반드시!
그렇지만 어떻게 평소의 연습을 기초로 실수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해서, 99% 아니 99.999%의 경기에선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좋게 이야기해서 아쉬움과 후회지.
스트레스 엄청 쌓이고,
선배들 이야기로는 내기 골프로 차 2-3대 날려야 실력이 많이 쌓인다고 한다.
참.
이런 경기가 도대체 뭐가 좋다고,
우즈는 모든 스포츠 선수중 가장 돈을 많이 벌고,
한국의 상류층은 골프를 치지 못해 안달인걸까?
생각해봐야 할 노릇이다.
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 생기면 군말 없이 할거다. 아마.
첫댓글 나도 골프 배우고 싶은뎅 언제 한번 필드 같이가삼^^
아마두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되지 않을가요..승부경기가 아닌 즐기는 게임으로요..하루 넓은 잔디에서 서로 그동안 못한이야기 나누구 걷고하면서..
저는 골프치는것은 저렴하지만, 렛슨비는 초 바가지수준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못배워요 ㅡㅡ...
자전거 한번 배우면 30년 동안 한번도 타지 않아도 탈수 있다고 합니다. 골프 역시 한번 배우면 10년 정도 클럽을 만지지도 않아도 즐겁게 칠수 있다고 합니다. 한번 배우셨으니 기회가 닫는대로 노력하시면 100타 안에 드실스 있을듯 하네요. 저는 10년전에 계룡대 골프장에서 100타 좌우 였는데 얼마전 친구의 권유로 필드에 갔더니 108타 정도로 충분히 즐길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힘들여 배웠으니, 언젠가 필드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즐겁게 즐길수있길 기원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