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월 5일 목요일, 맑음

가이드의 조심스러운 말소리가 들린다. Good Morning. It’s time to get up! 우리는 서둘러 다시 일어났다. 아직도 별이 총총 빛나는 밤이다. 새벽이란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다. 내려가야 한단다. 지금 출발해야지 더위를 피해서 베이스 켐프에 도착할 수 있단다. 또 비스켙을 준다. 짐을 챙기고 자던 곳을 정리한다. 어둠속에서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가이드를 따라간다. 멀리서 다시 한 번 화산을 쳐다본다. 어제 밤의 감동이 다시 전해지는 것 같다. 잠시 머문 후에 출발이다. 이제 내려간다. 6시다. 해가 뜨면 덥고, 아침 식사를 베이스 캠프에서 할 예정이다.

랜턴을 사용해서 조심스럽게 앞 사람을 따라간다. 아내가 잘 넘어져 내려갈 때는 손을 꼭 잡고 간다. 1시간 정도를 부지런히 내려가니 겨우 주변의 사물이 형체가 나타난다. 나무도 알 것 같고 바위들도 보인다. 잠시 앉아서 쉰다. 옆 사람 얼굴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다. 모두 주저앉아 쉰다. 다시 출발한다. 이제 등 뒤에서 서광이 밝아온다. 주변이 칼라로 알아보게 된다. 걷는 길은 황토색인데 주변은 모두 까만 화산암들이다. 사람들이 길에 표시된 라인을 따라 한 줄로 잘 걸어간다. 서서히 해가 떠오른다. 어제 걷던 길이 눈에 들어오니 신선해 보인다.

1시간 정도를 더 걸어가니 또 휴식이다. 이번에는 그늘에서 쉬어야한다. 막 떠오른 태양이 벌써 뜨겁다. 약간 떨어진 나무에는 낙타 한 마리가 잎을 따 먹고 있다. 잎도 초록이 아닌 단풍든 노란색이다. 그늘에서 모두 휴식을 취하는데 모두 생생하다. 주변을 살펴보니 용암이 흐르다가 급격히 식은 모습이 바위 모양을 이루고 있다. 바위들 사이에는 간간히 나무도 자라고 있다. 다시 출발한다. 베이스캠프에 가까이 오니 모래밭이다. 거기에는 색이 노란 덤불이 가득하다. 아침 햇살에 비쳐 덤불이 금빛으로 빛나고 그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조화를 이뤄 보기 좋다. 무척 뜨거워졌다. 아내와 양산을 쓰고 걸어간다. 모두들 손에 물을 한 통씩 들고 간다. 베이스캠프가 보인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아침 8시 30분이다. 어제 3 시간 만에 올라간 길이 돌아올 때는 2시간 30분이 걸린 것이다. 잠시 앉아서 쉬니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식빵에 계란 스크램블 그리고 커피와 수박, 오렌지다. 맛있게 잘 먹었다. 앞으로의 일정은 사해바다 같이 소금호수에서 수영을 체험하고 핫 스프링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에 있는 사해바다는 해발 –400m 이고 이곳은 평균 해발 –100m이다. 이것으로 3박 4일의 투어는 모두 끝이 나는 것이다. 오후 5시경에 메켈레로 돌아갈 예정이다.

우리는 메켈레에서 악숨으로 오늘 오후에 이동해야 하고, 동행하는 샘 커플은 저녁 7시 비행기로 아디스아바바로 돌아가야 하기에 오후 일정은 함께 하지 않고 바로 멕켈레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이드의 승낙을 받고 먼저 출발했다. 한국 젊은이들과 헤어짐이 제일 아쉬웠다. 아침을 먹은 후 9시 30분에 우리 차량만 먼저 출발했다. 어제 달리던 돌길은 아무리 혼자 빨리 달려도 시간이 그대로 한 시간이 걸린다. 우리 차만 힘들게 돌길을 달리니 불안하다. 이러다가 타이어라도 찢어지면 어찌한단 말인가? 까만 바위 벌판에 우리 차 밖에 없으니 불안하다. 힘들게 바위 길을 빠져 나와 이제는 먼지 나는 흙길을 달린다. 우리 차만 달리니 먼지가 뒤에서 날려 기분 좋게 달려간다.

먼 지평선에서는 타조들이 함께 달린다. 작은 나무들을 깔려가며 마구잡이로 앞으로만 달려간다. 길을 만들어간다. 고비사막에서 달리던 생각이 난다. 자욱한 흙먼지를 날리는 사막, 험한 바위 언덕 등을 오가며 달린 길은 내가 그동안 다녀본 모든 험로를 초월하는 것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겨우 비포장도로 자갈길에 올라섰다. 맘이 놓인다. 조금 달려가니 포장도로로 진입이 된다. 포장도로에 올라가 4 륜구동을 2 륜구동 으로 바꾸려니 바뀌지가 않는다. 멈춰 섰다가 다시 몇 번 시도해도 2륜구동으로 바뀌지 않아 애를 먹는다. 그냥 4륜구동으로 달려간다. 속도를 내지 못해 애를 먹는데 다행히도 2륜구동으로 바뀌었다. 차는 속도를 내고 신나게 달려간다. 우리 차밖에 없다.

가는 길에 점심때가 되었다. 어제 들렀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환타를 하나 시켜 마시며 식사를 기다렸다. 알고 보니 기사만 음식을 주문해서 기사 음식만 나오고 우리는 구경만 했다. 약간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투어에는 점심까지 제공인데....... 돌아갈 생각에 그냥 식당을 나와 다시 차에 올랐다. 은근히 화가 났다. 산을 넘어가는데 험하다. 벼랑이 창밖에 나타난다. 길을 오르다가 원숭이 떼를 만나 잠시 멈춰 섰다. 원숭이를 구경하고 잠시 가다보니 염소 떼가 길을 막고 있다. 염소 한 마리가 우리 돈으로 3만원이란다. 노동자 하루 임금을 생각하니 좀 비싸 보인다.

이렇게 다나킬 투어는 끝이 났다. 다나킬 여행에 관한 기록들 또한 무시무시하다. 네스빗이란 이름의 남자는 1928년, 이곳을 여행했다. 그의 하인 세 명은 살해당했지만, 그는 다행히 모국으로 돌아가 왕립지리학회에서 다나킬에 대한 강연을 했다. 탐험가 윌프레드 테시거는 1930년 에티오피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의 대관식에 참여한 후 다나킬을 방문했다. 그는 냉담하고 가학적인 아파르 부족을 만난 뒤 더욱 강한 호기심에 빠졌다. 사람을 죽여보지 않은 사람은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부족. 간신히 결혼은 할 수 있을지언정 정부를 들이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식사 시간은 지켜보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테시거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인육의 가장 쓸모없는 부분을 잘라 사람들의 손과 옷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냅킨으로 썼다. 외부인과 마주치면 그들을 죽이거나 거세했다. 잘라낸 음낭을 자기들의 집 서까래에 걸어놓기까지. 한 여행자는 그것을 코담배 주머니로 쓰는 것까지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전통이 변화하듯, 아파르 족은 더 이상 이렇게 반사회적인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으나, 현재 다나킬 지역의 살인 율이 미국 밀워키보다 낮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냉담하지만. 이런 부족의 성격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다나킬은 그야말로 냉혹한 땅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이제는 아파르 족이 소금을 캐는 온순하고 따듯한 사람으로 우리 기억에 남으니 말이다.

오후 3시가 넘어 ETT 사무실에 도착했다. 신혼부부 샘과도 헤어진다. 일정과 사정이 허락된다면 나미비아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30분 후에 악숨으로 가는 차를 만나기로 했다. 점심을 먹지 못해 시장하다.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ETT 사무실 직원이 위치를 알려준다. 걸어갈 거리다. 큰 길을 건너간다. 고등학교 정문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하다. 연보라색 상의에 하얀색 바지인데, 여학생들은 하얀 치마를 입고 있다. 고등학교 뒤편에 있는 입구는 작고 간판도 허술한데 들어가 보니 홀이 엄청 크고 오래되 보이는 큰 식당이다. 분위기는 천장이 높고 고풍스러운데 약간 어둡다. 벽에는 여러 가지 민속화가 그려져 있다. 유명 칩스 식당이란다. 양고기 500g이 1인분이란다. 1인분만 주문하고 환타를 주문했다. 작은 화로 불에 고기가 구워져 나온다. 거기에 둘둘 말린 인제라와 소스가 있고 빵도 나온다. 고기가 약간 질기지만 참 맛있고 양도 풍성했다. 식당이름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모두 에티오피아 글씨로만 적혀 있다.

ETT 사무실로 다시 걸어오니 차량이 와 있다. 4륜구동의 지프다. 운전사가 제비같이 생긴 총각이다. 식사를 못했다고 식사를 하고 간단다. 우리를 태우고 시내로 가서 길가에 차를 세운다. 덕분에 우리는 시내를 구경한다. 양떼를 몰고나온 사람이 큰 길에서 쩔쩔매고 있다. 긴 막대기에 커다란 닭을 4마리, 다리를 묶어 어깨에 걸고 가는 사람도 만난다. 제법 거리는 복잡하다. 빌딩들도 보인다. 기사는 잠시 후에 나오더니 이제는 은행을 찾아간단다. 돈을 인출하려는 모양이다. ATM기계에서 돈이 나오지 않아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별로 좋지 않은 맘으로 차는 출발했다. 아내와 단둘이 타고 간다. 우리가 계약한 투어비에 악숨까지 이동시켜 주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내일 가도 되는데 악숨의 숙소를 예약해 놓았고 또 시간도 벌기 위해 오늘 가기로 한 것이다.

오후 5시가 넘어 출발하여 메켈레 시내를 빠져나간다. 지름길 고속도로가 생겨서 3시간이면 간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 엄청 빨리 달려가도 도착하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악숨 까지는 240km인데 생각보다 멀었다. 직선도로가 아니라 곡선도로에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주변의 경치도 그런대로 특이하고 멋지다. 미국 서부의 기암절벽 같은 분위기도 펼쳐진다. 작은 마을을 거쳐 갈 때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기사는 길을 몰라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가는지 불안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 힘겹게 달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악숨에 도착했다. Brana Hotel(1박 더블룸 50달러)이다. 규모는 커 보이는 데 좀 느낌이 좀 엉성한 호텔이다. 그래도 뜨거운 물이 잘 나와 맘에 들었다. 3박 4 일 동안 씻지도 못한 몸이 찌뿌듯함을 말끔히 씻어냈다. 빨래도 한참 했다. 다행이 건조한 날씨라 빨래는 잘 마른다.

라면을 끓여 저녁을 먹었다. 라면도 참 맛있다. 인터넷으로 아디스아바바 숙소도 예약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케냐행 비행기 표가 예약되지 않아서 참 다행이었다. 카드 비밀번호 6자리도 모르고 또 이메일 주소 입력란에 소문자로 바뀌지 않아 인터넷 항공권 주문이 되지 않았다. 밧데리 충전기를 모두 가동해 놓고 새벽 1시 30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아내는 벌써 코를 곤다. 무사히 악숨에 도착하니 맘이 편안하다. 감사!!!!.
1월 5일 경비 – 환타 25비르, 기사 팁 150비르, 저녁식사 180비르.
계 355비르*50=17,750원.
누계1,700,000원
첫댓글 하아...... 에티오피아라?
도로에 염소들이 차를 피해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우치원 아이들 같습니다?
몇년전에 이집트 전국일주를 하면서
룩소르를 지나 아스완에까지 가서
누비아인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거기까지이고 진짜 아프리카인들은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