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락꽃 한 송이가 피었다.
화분에 심어놓은 라일락은 늘
긴 여행에서 돌아오면 잎이 메말라 있어서
죽은 걸로 생각한다.
다른 몇 개 화분의 화초들도 목이 말랐는지
햇볕이 너무 강했는지 죽어서 소생을 못한다.
집을 떠날 때 화초에 따라 자리이동을 시켜놓고
딸한테 당부를 해 놓고 가지만 주인 없던 집은
화초에서 가장 먼저 표시가 난다.
그러나 라일락은 죽었다고 생각하며 아쉽지만
화분 정리를 해야지 하면서도 좀 미루다 보면
가느다란 가지에서 싹이 보인다.
언뜻 보이면 여린 나무 같은데 살아나는 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기특하고 또 신기하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봄꽃 나무인데
이곳에서는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다.
어렸을 적에 집 뜰에 있던 우리 엄마가
좋아했던 꽃이라 나도 아끼는 꽃나무이다.
강한 햇볕을 피해 담옆에 놔두고
물도 알맞게 조절을 해서 준다.
지난가을 한국방문에서 돌아와 보니
잎이 메말라 있어 이번엔 정말 죽은 줄 알았다.
혹시나 하고 그냥 놔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한 나무에서도 죽어있는 가지도 있고
살아있는 가지도 있어서 정리를 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부러졌는지도 모르는 가지에서는
제법 나뭇잎 모양을 한 싹이 나와 있어서
부러진 채로 그냥 놔두었다.
며칠 전에 반은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꽃이 제일 먼저 피었다.
얼마나 애쓰며 살아나려고 안간힘을 썼길래
다른 가지 보다 잎도 더 푸르고 꽃이 폈을까?
조심조심 다른 나무에 기대어 놓고
꽃향기를 맡아본다.
2월에 다정했던 벗과 다시는 만날 수없는
이별을 했다.
멀리 있어서 병원에도 못 가보고
마지막 가는 길도 배웅을 못했다.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수시로 눈물이 난다.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지만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몰랐다.
꺾인 라일락가지도 저렇게 살아냈는데
나의 벗은 왜 그리 일찍 가야 했는지!
이 봄날을 함께 이야기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곳에서는 아프지도 않고 평안하겠지....
살아내고 견뎌내고 부러진 가지에서 핀
라일락꽃을 보며 나는 왜 벗이 생각나서
슬퍼지는 걸까?
이제 곧 라일락나무 가지마다 꽃이 피고
여름이 오기 전에 꽃은 질 것이다.
올해는 시원한 계절이 오면
화단의 좋은 자리로 옮겨 심어야겠다.
슬픈 라일락꽃이 되지 않길 바라며....
첫댓글 라이락이 화분에 되나? 했는데
화분이 크네요
라이락 향기는
진합니다
화분이 아주 큰것입니다 .
땅에다 심어주는것이 나을것 같아
이제 땅으로 옮기려고요 .
향기가 매혹적이지요 .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식물도 자기가 위태로운 걸 알면 종족 보존을 위해 열매를 많이 맺히게 한답니다.
부러진 라일락도 아마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먼저 가신 친구의 안부일지도.......^^
사진은 지난 일요일아침 강화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옆 아픈 소나무^^
자연은 무한한 신비로움이지요.
아픈 소나무가 어서 낫기 바라는 마음이 드네요.
지금쯤 진달래가 온 산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을
풍경을 그려 봅니다 .
고맙습니다 .
사람도 자연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지녔으면 좋으련만 한없이 약한게 바로 인간입니다.
삶과 죽음사이가 얼마나 멀고 가까운것일까
생각을 해 봅니다 .
건강하세요 언덕저편 1님 .
라일락이 생명력이 강한 나무군요.
죽은 줄 알았던 라일락도 끈질기게
살아나는데, 한번 간 사람들은 다시 오지
못하니 넘 슬프죠.
라일락꽃 향기를 좋아 하는데 한 그루
사다 심어야겠어요.
나무가 커서 화분에는 심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군요.
라일락의 꽃말이
'젊은 날의 추억'이네요.
마음 아려 오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인데 이곳의 기후랑은 잘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 그래도 살아내주니 고맙네요.
꽃말이 "젊은 날의 추억"인것도 이베리아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
그 꽃말이 저를 더 슬프게 하네요.
추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이베리아님 .
아가 처럼 잘 보살펴 줘야 하는데
목이 말라서 힘들지요
집을 오랫동안 비우면 화초 관리가
잘 안된답니다 .
다쳤는데도 꽃을 피웠으니 대견 하네요 .
향기 좋고
꽃도 좋은 라이락의 생명력에 마음을 보태어 봅니다.
멀리 가신 친구분께
애도하는 마음과 함께
아녜스님의 아픈 마음을 해아려 봅니다.
고맙습니다 .
세월이 가면 슬픔도 좀 가시겠지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2 06: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2 13:02
앞으로 한국에 자주 나간다 했더니
마눌님 왈..
한국에 자주 나가느라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할 바에는
마당의 텃밭을 없애라 하더군요.
야산 기슭을 나 홀로
조그만 기계 하나 가지고
한없이 뻗쳐 있는 뿌리를 뽑고,
짱돌, 돌맹이를 일일이 찝어내며
가꾼 텃밭을..
지난 몇개월 관리를 못했더니
봄이 짙어지면서
잡풀만이 풍성하게 자라 있네요..
뜰이 넒으면 할 일일이 너무 많지요.
전에 살던 집이 관리가 힘들어서
뜰이 거의 없는 집으로 왔더니 많이 아쉽습니다 .
그래서 한번 정도 이사를 하고 싶은 맘이 들때도
있습니다 .
참참히 텃밭을 잘 가꾸어 보시기 바랍니다 .
저도 이것저것 심어놓고 매일 들여다 본답니다 ㅎㅎ
재미 있어요 .
마음 아픈 일이 있으셨다더니...
다정했던 벗과 생사이별을 하셨군요.
그 벗님은 라일락으로 돌아와
짙은 향으로 아녜스님과
함께할 모양인가 봅니다.
그렇게 아픈 마음 달래시면
좋겠습니다.
네 ....
그랬습니다 .
오늘 보니 여러개의 꽃대가 올라오고 있더군요.
올해는 좀 늦게 피는것 같습니다 .
작년 봄, 가을에 시련을 겪어서 그런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