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8일(현지시각) 향년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에 해당하는 버킹엄궁은 이날 오후 6시 36분 성명을 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 발모랄 성(城)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여왕 서거와 동시에 왕위를 이어 받았다. 버킹엄궁은 “새 왕과 왕비가 발모랄 성에서 이날 밤을 지낸 다음 런던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의 장례는 런던으로 돌아온 찰스 왕세자가 TV 방송으로 대국민 연설을 발표하면서 시작할 전망이다. 여왕 서거 하루 뒤부터 즉위 협의회 구성원들은 찰스 왕세자를 왕으로 공식 지명할 수 있다. 다만 찰스 왕세자의 대관식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을 마치고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열릴 전망이다.
BBC는 이날 왕실 전기 작가를 인용해 여왕의 장례식이 관례에 따라 약 10일에 걸쳐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실은 가족들이 여왕 시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단 버킹엄 궁전에 시신을 안치할 전망이다. 이후 여왕의 시신을 영국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웨스트민스터홀로 옮겨 영국 국민들이 조의를 표하게끔 한다.
장례식은 사망 후 10일째 되는 날, 영국 성공회의 요람에 해당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國葬)으로 열린다. 영국 총리는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하고, 런던의 상징인 빅벤 시계탑은 장례식 당일 오전 9시에 종을 울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신은 아버지 조지 6세 기념 예배당이 자리잡은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 눕힐 가능성이 크다. 이 곳에는 여왕의 어머니와 누이 마가렛 공주 유해도 안치돼 있다.
1926년 4월 21일생인 엘리자베스 여왕은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 서거 이후 25세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올해는 즉위한지 꼭 70주년이 되는 ‘플래티넘 주빌리’ 해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70년간 영국이나 영연방(The Commonwealth of Nations)을 직접 통치하진 않았다. 그러나 상당한 존재감과 뚜렷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현실 국제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 사망 이후 부쩍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루동안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
이틀 전인 지난 6일에는 수도 런던 버킹엄궁에서 새 총리를 임명하던 관례를 깨고 차기 총리 내정자 리즈 트러스 총리를 발모랄 성으로 불렀다. 당시 왕실은 “여왕이 일시적 이동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미소를 잃지 않았지나, 지팡이에 기댄 채 수척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 전인 7일에는 좀처럼 빠지지 않던 추밀원 온라인 회의마저 미룰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추밀원은 여왕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원로들의 모임이다. 가디언은 “왕실 주치의가 여왕에게 이날 ‘종일’ 쉬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를 인용해 “영국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군주제 폐지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찰스 왕세자는 엘리자베스 여왕만큼 지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찰스 왕세자가 승계를 한다고 해도 고령과 비호감 이미지를 감안하면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긴 재위 기간을 누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첫댓글 또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네요. 영국 왕실이 여왕 때처럼 위상이 굳건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