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축제,성 패트릭데이
영국인들은 한국인을 ‘아시아의 아일랜드인’이라고 부른다. 영국 중심 지역인 브리튼과 아일랜드의 관계가 일제 식민시대 일본과 우리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8000만명의 아이리시들이 흩어져 살고 있으며, 미국에만 400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 한국에는 약 30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지난 17일은 이들 아이리시들의 최대 축제인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Saint Patrick’s Day)’였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휴일을 맞아 모여든 인파 틈에서 웅장한 브라스 밴드 소리가 흘러나왔다. 코너 머피(Conor Murphy) 주한 아일랜드 대사를 선두로, 롯데월드 파이프악단, 창원대학교 악단, 동국대학교 치어리더와 농악대, 그리고 서울시 경찰악단이 뒤를 잇는다. 파이프 밴드 소리와 농악대의 꽹과리 소리가 어우러진다. 퍼레이드는 한국아일랜드협회(IAK·Irish Association of Korea)가 주관하는 ‘2005 기네스 아일랜드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이 행사는 우리나라에선 2001년에 처음 시작됐다.
‘세인트(聖) 패트릭스 데이’는 5세기 아일랜드에 처음 기독교를 들여온 성인 패트릭의 죽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날은 술집 문을 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될 정도로 엄숙했다. 하지만 199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일랜드 정부가 전 세계에 아일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캐나다·일본·싱가포르 등지에서도 퍼레이드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당일인 지난 17일 강남역 ‘더블린 바(The Dublin Bar)’에서는 ‘아이리시 자선 퀴즈 및 음악의 밤’ 행사가 열렸다. ‘더블린’은 아일랜드 수도 이름. 고풍스러운 출입문, 벽에 걸린 은은한 조명 램프, 짙은 갈색의 오크(Oak) 원목으로 된 테이블 등은 ‘아일랜드 매니아’인 이 집 주인이 직접 아일랜드의 골동품 가게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다.
코너 머피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우리는 비록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코너 대사는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일랜드인들이 서로의 우정을 새롭게 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녹색 옷을 입은 아이리시들이 곳곳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세 개의 잎이 각기 성부·성자·성신을 나타낸다는 세잎 클로버 모양의 또 다른 아일랜드 상징, ‘샴락(Shamrock)’ 그림이 공중에서 펄럭거린다. 준비된 술은 250년 전통의 아일랜드산 흑맥주 ‘기네스(Guinness)’.
오른쪽부터 주한 아일랜드대사, 강남의 아이리시 스타일 펍 '더블린'주인장. 그옆은 게스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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