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자 수녀님의 ‘파격’을 읽고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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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저자

임금자 지음

출판사

다섯수레 | 2011-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세기 조선, 신분의 벽을 넘어선 사람들!중국철학을 전공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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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두껍다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시작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재미에 빠져서 회합에 갈 때도 들고 다녔다. 모임에 참석한 한 분이 이 책을 알아본다. 자기는 1/3 정도 읽다가 포기했는데 나에게 천주교신자 이냐고 물어왔다. 2011년 말에 출판된 이 책은 천주교 교우들 간에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역작인데 자기는 독서력이 딸려서 끝까지 읽지를 못한 게 부끄럽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 ‘파격’을 법정스님의 ‘무소유’, 이해인수녀의 시집처럼, 종교와 무관하게 읽을 수 있는 역사소설로서 추천받았다. 읽는 도중에 화장지 10장 정도는 적실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4일 동안에 참으로 감동 깊게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TV장면에서도 가끔씩 눈물을 보이는 나로서는 방에서 홀로 읽었던 게 다행이다

이 책은 이제 감성이 메마를 때도 된 나이든 남자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감동할 만한 아픈 내용과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역사, 종교소설인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주제가 19세기 중반에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도입되는 과정의 포교활동과 순교역사 이기 때문이다. 작가 임금자 수녀는 대만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수녀로서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그 덕분일까? 저자는 천주교 교리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이 책이 격조 있는 천주교 포교소설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게 한다. 역사소설로서의 역할은 조선후기의 성리학 바탕의 정치이념과 쇄국정치의 문제점을 당시의 선각자인 중인신분의 역관들의 눈을 통하여 객관적으로 잘 표현했다. 이 소설을 종교소설과 역사소설 양쪽에서 모두 성공하게 한 동인이다. 작가는 정하상 바오로, 함께 순교한 법국(프랑스) 3신부의 순교과정은 물론,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3년 이상의 자료수집 및 고증을 통하여 밀도 있게 그렸다. 김초선 이라는 가상(?)의 아름답고 청신한 여인을 통해서는 이름 없이 살다간 많은 평신도들의 깊은 신앙 활동을 맛 갈 나게 그려내어 728쪽의 두꺼운 소설을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어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소설전체를 관통하는 이 여인의 삶은, 구현하고자 하는 자기 가치관을 가진 한 인간이 그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를 카톨릭 신앙형식을 빌려서 보여주기도 한 것이라 생각한다.

김대건 신부가 16세에 출국하여 마카오 등지에서 9년 정도 신부수업을 받는 동안은 청나라가 영국과 한참 마약전쟁을 일으키던 기간이다. 청나라는 세계 최강의 영국 해군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허망한 자기 과신으로 국가를 송두리째 영국에 할양해 가고 있다. 이러한 북경의 황제와 관료들에 비하여 광동성의 거상들은 그들과 직접 교역을 하면서 개방과 지피지기, 자강활동을 펴간다. 이들의 활동상을 작가는 ‘파격’이라는 단어로 응축하여 역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시대의 일본은 겉은 쇄국이면서도 실제로는 철저히 자강의 개방준비를 해간다. 이 책은 우리 조선의 조정이 이러한 파격에 전혀 동참하지 못하고 쇄국정책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그 시절에 대한 회한을 담아낸 작품이다. 나는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데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도 참 좋은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하여 용기를 내어 몇 자 적었다.

[야고보]

멋진 본드님, 드디어 독파하셨군요.
저 조차도 대충 보는둥...본드님의 글을 보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임금자 수녀님이 직접 잠원동성당 교중미사에 참여해서
간략하면서 핵심을 10분간 설명해 주시고
사인회까지 하셨는데, 눈물까지 흘리는 깊은 감명을,
본드님께서는 책을 선물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본드님,
새해가 온지도 벌써 십여일이 지났습니다.
그간, 새해 활동 계획은 잘 세우셨겠지요?
언제 한번 뵈야지요. 조촐하게 저녁자리를 만들어 보시지요.
이삭님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질 않습니까?
자주 뵙고 사는 얘기도 나누고...못하는 소주도 한잔하시지요.

[본드]

낼 봐요 7시에. 전주 콩나물. 이삭님은 선약이 있으셔서리. 우리 7구역장님도 초대하고 싶은데 시간이 되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