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면서 표준시에 관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고, 우리시간찾기운동본부가 발대식을 가진 일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표준시가 일본의 표준자오선인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준시(standard time)는 한 국가가 고유로 채택해 사용하는 평균태양시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행 법령집 제18편 제4장 표준시에 관한 법률에 보면 표준시는 동경 135도의 자오선을 표준자오선으로 하여 정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광절약시간제의 실시를 위해 연중 일정시간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조선시대까지는 중국의 표준시를 사용했고, 중앙경선인 표준자오선을 정식으로 사용한 것은 구한말인 1908년 2월7일 대한제국 표준시 자오선이 공포되면서부터다. 그러나 2년 뒤인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 합방되자 일제는 1912년 1월1일을 기해 표준시를 일본의 표준자오선으로 변경했다. 광복이 된 뒤에도 이 표준시를 계속 사용하다가 1954년에 와서야 대통령령에 의해 동경 127도30분을 표준자오선으로 하는 시간으로 환원됐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자 군사정권은 다른 나라와 시간을 환산할 때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1961년 8월10일부로 다시 표준시를 동경 135도로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쓰이는 세계 표준시는 전통적으로 경도 0도로 정해져 있는 영국 런던 교외에 있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평균태양시인 그리니치 표준시(GMT·Greenwich Mean Time)이다. 지구는 타원체 궤도를 그리며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니치 표준시에서의 정오는 태양이 그리니치 자오선을 통과하는 시간과는 계절에 따라 약 16분 정도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태양의 운행을 평균해서 언제나 그리니치 자오선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가상적인 평균태양을 기준으로 GMT는 정의되어 있다. 1972년 1월1일 이후부터는 국제사회에서 사용하는 표준시간체계가 <미국 해군 천문대의 원자시계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세계협정시(UTC·Universal Time Coordinated)로 바뀌었으나 여전히 세계표준시는 GMT로 불리고 있다. 지구상의 각 지점은 경도가 달라지면 시간도 달라지게 되는데 그리니치 천문대의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하여 세계의 지방표준시를 정하게 되어 있다. 이는 지구 둘레 360도를 하루 24시간으로 나누면 경도 15도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나게 된다. 그래서 그리니치 표준시가 0시면 동경 135도는 +9시로 9시간이 빠르게 된다. 우리나라도 동경 135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차는 일본과 똑같다.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경 135도선은 일본 국토의 정중앙을 지나는 자오선이고, 우리나라 국토의 주앙을 지나는 경선은 127도30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오선과 일본 자오선은 7도30분 차이가 나고, 시간적으로는 우리가 일본보다 30분 빠르게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이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는 5개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고,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인 러시아는 무려 11개 시간대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세 번째로 넓은 중국은 동서의 시간차가 4시간이나 나지만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시간차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인지 모르겠지만, 북경이 아침 9시면 티벳은 새벽 6시가 되어야 하나 티벳은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 시간은 아침 9시가 되는 것이다. 표준시가 30분 단위가 되어 다른 나라의 표준시와 환산할 때 혼란스럽다고 했는데, 세계시간대지도(International Time Zones)를 보면 30분 단위로 표준시가 되어 있는 나라도 미얀마, 인도, 아프가니스탄, 이란, 오스트레일리아 중앙부 등 여러 나라가 있고, 심지어 네팔은 +5시45분을 표준시로 사용하고 있다. 이같이 정수 시간의 차이를 쓰지 않고 30분 단위나 45분 단위를 쓰는 것은 자국의 영토를 지나는 자오선을 표준자오선으로 정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경도가 15도 동쪽으로 가면 표준시는 1시간 빨라지고, 서쪽으로 가면 1시간이 늦어진다. 가령 우리나라가 0시라면 그리니치 표준시는 하루 전날인 15시가 되고, 북경의 표준시는 1시간 늦은 전날의 23시가 된다. 그러나 세계표준시각대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은 경도 180도선을 기준으로 그어진 날짜변경선이다. 날짜변경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동쪽보다 하루가 빠르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12월31일에 서울에서 미국 LA를 간다면 실제로는 태평양 상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지만, LA에 도착한 다음날에나 새해가 된다.
우리시간찾기운동본부 안재휘 대표는 인터뷰에서 "우리가 왜 일본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날 때 같이 일어나고, 식사시간을 따라 맞춰야 하며, 같은 시간에 출퇴근을 해야 합니까?”라는 말을 하였고, 신시민운동연합의 육철희 의장은 신문 칼럼에 표준자오선 우리나라 중앙선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제하에 이런 글을 실었다. "…전략… 표준시를 바로 잡자는 것이 일본의 표준자오선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전통적으로 시간의 의미를 남다르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운명은 그 사람의 사주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표준시를 우리나라의 중앙선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중 1961년 8월10일 이후 출생한 사람들부터 자신의 사주에 30분 이상의 차이가 생겨 실제 자신의 사주와 맞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바로 잡자는 주장들이 제기되는 반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표준시간이 30분 바뀐다고 해서 우리의 생활패턴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계를 30분 뒤로 돌리면 되고 이전처럼 시간에 맞춰 생활하면 별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우리 표준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재기되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 과거를 정리하자 떠들어대지만 막상 우리 사회에서 청산이나 정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은 별로 없다. 국민들이 표준시 환산에 번거롭더라도 우리 국토와 일치하는 표준시를 되찾는 일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최선웅 한국산악회 부회장·매핑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