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려버린 영하의 매서운 추위
새벽 아닌 깊은 밤 심야의 탈주는 시작 되고
도시를 빠져나가는 차는 칠흑 같은 김포평야를 가르며 달린다
이렇게 우리는 한라산으로 간다.
어느 누가 그리도 한이 많아
바람아 강풍아 석 달 열흘 불어라 빌고 또 빌었을까
비행기가 휘청거리고 뜨는 해도 휘청 거린다
저 아래 좁쌀만한 섬들도 성난 파도에 휘청 거린다.
그래도 우리는 한라산으로 간다.
성판악은 눈이 하늘로 치솟으며 요동을 치고
먹장구름은 금방이라도 눈을 쏟아 부을 기세로 다가온다.
온 세상은 하얗게 눈이 쌓여 설국(雪國)이고
예나 오늘이나 그 나무 그대로 거기 서있는데
울어대는 낯익은 까마귀는 어딜 갔을까
폭풍이 휘 몰아친 성판악에 쌓인 눈은 오름보다 더 높다.
그래도 우리는 백록담으로 간다.
눈이 많이 내리면 오라 하시더니
내게 무슨 잘 못이라도 있었던 가요
노랑 복수 꽃 필 무렵 오라 하시더니
뭐 그리도 말 못 할 사연이 많기에
얼굴을 가리고 목 놓아 울어대는 건가요.
마음의 준비 덜 되었다 하여도
괜찮다 하시며 오라 하시더니
그렇게 문을 닫으셔야 할 까닭이라도
그러하면 차라리 오라 하지나 마시지
눈을 헤집고 진달래 밭 넘어 눈에 묻힌 계단
몇 발짝 남겨두고 돌아가라 하시다니
그리도 마음에 상처 크셨음인가요.
어이하여 새별오름 또 문 닫으시고
놉고메 노꼬메만 허락 하시는 건 가요
그렇게도 말 못 할 사연이 눈처럼 쌓였던 가요.
차라리 차라리 오라하지나 마시지.
여미지 높은 망부석에 올라
시리도록 하얀 백록을 보는 순간
울컥 서러움이 복받치더이다
그렇게라도 님 의 얼굴 보고 발길 돌릴 수 있어.
못 잊을 한라산이여!
잊지 못 할 한라산이여!
함께하신 느림보님들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 2. 13.
놉고메 노꼬메에서
연지평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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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속 깊이깊이 와닿는 선배님의 산행기, 배경음악,사진작품.... 하나하나... 너무값지십니다. 훌륭하십니다! 느림보의보배이십니다. 감사힙니다. 고맙습니다.^^
여미지의 아리수대장 너무 멋져보이네요..비록 백록담을 넘지못했지만..연지평형님 3월4일 산신제지내고 무자년 무사히 보내면고 기축년에 다시 한라산을 도전하지 않으시겠습니까...강대장님 내년도 한라산 미리 예악하고픕니다...힘이 딸린건지 의지가 약한건지 다시한번도전하고파요....ㅇㅎㅎㅎㅎ..ㅇㅎㅎㅎㅎ...
석문방님께서 가자시면 내년이 아니라 올 봄이라도 가야지요.제주에 다시 오라는 영실 할망의 부름쯤으로 생각하시고 다음을 기약하셔요.
제주의 아름다움을 선배님이 모두 담아 오셨습니다. 좋은 사진과 글 잘 감상했습니다. 늘 건강하옵소서 - - -.
연지평형님 너무 서러워 마세요. 한라산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으니까요.... 오르다 못 오르면 쉬어 가고 그래도 힘이 들면 다음을 기약하십시다.......ㅋㅋ 다음에 또 도전하기 위해서 건강하세요.....ㅎㅎ
그리움을 안으로만 삭이면 멍울이 된다지요..보고프면 달려가 보아야 된다지만 그리움에 몸이 달떠 그리워하는 동안은 행복감에 젖어 살지요.그리 살다가 진달래 붉은 빛을 토하여 온 산이 붉은 빛으로 휩싸이면 그때...그때 다시 만나기로 하지요.
참으로 영상이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배경음악도...잘은 모르지만 연지평님 대단히 멋진 분이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