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요물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요물
이 산은 서면 쌍전리에 위치한 해발 1,067m의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산세는 유심웅장(幽深雄狀)하다. 전설에 의하면 부족국가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고 하여 통곡산(通哭山)으로 부르다가 그 후 통고산(通古山)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산의 동쪽에는 진덕왕 5년 의상대사가 부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天竺山)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지어 불리워지고 있는 천축산이 있고 산기슭에는 그 당시 창건한 불영사가 있으며 하류에는 불영계곡이 있다. ” |
지도를 펴고
낙동정맥이 남하하던 중 답운치에서 수려한 불영계곡은 울진 바닷길을 일군 다음 통고산에서 천혜의 청청계곡인 왕피천을 발원시
켜 역시 불영계곡과 합류한다란 말을 되새겨 본다.
경북 봉화군 소천면과 울진군 금강송면의 경계를 간다. 산악기상관측 시설물을 지나 통고산 4번 지점의 안내문이 붙은 산길을 여
는
왕피리 가는 방향따라 정맥의 표지기 몰고 통고산을 내려가게 된다.
임도를 건너
산귀신이란 별명을 가진 분의 '앗 귀신이다'란 표지기를 보고 혼자 빙그레 웃고 '송이, 능이 입찰지역'이란 현수막이 나무를 두른
산릉을 가른다.
[△937.7]봉에는 '평일산행친구들'의 낙동정맥 팀의 사진이 붙고 준.희 님의 팻말이 삼각점봉을 표시하고 있다.
[△937.7]삼각점
삼각점봉으로 남진하였던 마루금은 서진으로 바뀌어 진행하게 되고 철쭉나무가 숲을 이루고 발목까지 오는 산죽도 밭을 이룬다.
볼거리가 되는 소나무도 여전하고
표지기 몰고 애미랑재로 내려간다. 절개지여서 서쪽으로 내려가다 골금에서 내려오는 물에 씻고 단장을 하고 식수를 채울 수
있어 좋았다.
[애미랑재]
이 고갯길은 영양과 봉화, 울진 경계에 있어서 어느 지역여 속하는지 애매하다 하여 애미랑재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절개지 끝
철책에 붙은 표지기가 맞는 오름길은 경사가 심하고 수로를 따라 더듬더듬 밟아 갔다. 애미랑재를 돌아보고 발걸음도 무겁다.
[x754.8]봉의 표지기가 휘날리는 봉우리를 넘어
[칠보산 조망]되는 우람한 자태를 보며 등산로 고도가 완만하여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어 좋다. 허지만 편안한 길도 잠시 뿐이
겠지, 저 칠보산을 보면..
날이 어두어진다. 시야는 자꾸 어둠속으로 들어 와 나의 마음이 급해져 가고 발걸음도 마음따라 가고 있었다. 칠보산을 사면
으로 돌아 오름짓을 하게 되고 드디어 칠보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칠보산
[칠보산]정상에는 삼각점봉에서 보았던 같은 사진이 붙었다.
[칠보산 삼각점]
나를 둘러 싼 어두움은 나무에게만 내어주었을 뿐, 거기에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표지기가 안내
하는 길따라 어두운 터널을 걷고 걷는다. 그치기를 기다리다 사진기와 소지품을 비닐봉투에 넣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 길을
떠난다.
x854.7봉 오르는데 바람이 세게 분다. 비바람이다.
[낙동안동지맥분기점]x856봉은은 이곳에서 분기하여 서북과 서진하면서 안동시로 들어가 반변천이 낙동강이 되는 안동시 용상동
강변에서 끝이 나는 약71.3km의 산줄기를 그려볼 수가 있다.
참나무에 달린 노루궁뎅이버섯을 따 먹어본다. 맛은 밋밋하고 아무런 맛도 없는데 효능이 뛰어나다는 말에 귀한 버섯으
로 통하여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아름 되는 소나무가 길을 잇고 소나무를 안아보고 쳐다보고 금강송면의 이름에 걸맞게 쭉쭉 뻗어 있다. 원래 울진군
서면이었는데 금강송면으로 개칭한 것도 이곳 소나무 들 덕이다.
바위지대를 지나 소나무 2그루가 있는 x851.9봉에 닿았다. 어두움 속 표지기 몰고 알려주는 방향키 따라 비바람 맞으
며 갔다.
[10지춘양목]
10지춘양목의 우람한 자태에 기대어 앉는다. 내리던 비를 피해 사과를 깎아 어기적 거려 구겨 넣고 우유를 물로
마셨더니 배꼽시계가 가란다. 솔바람이 비바람되고 배낭과 바지는 젖어 축 느려져 무겁게 산길을 간다.
10지춘양목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아픈 상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제시대의 잔상이 느껴지는 마음이 교차한다.
[깃재]에 표지기가 붙고 길에 비닐줄이 늘어져 긴 길을 잇고 길을 잡고 이리넘겼다 저리넘겼다를 반복하며 길을 간다.
비바람 불어 춥고 짐승의 숨소리가 들리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x846봉]삼거리
에서 동진하였던 방향을 바꾸어 동남진하게 된다. 비에 젖은 싸리나무는 갈길을 막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길만
있다면 천천히 가더라도 잘못된 길을 가는 것보다 빠르리,
[△884.7봉]
남진하며 경북 울진군 수비면의 마루금을 간다.
어두움 속에 아득히 펼쳐진 천연림은 비에 젖고 다른 산에서도 그렇듯 남들이 갔던 길따라 나도 따라 간다. 밤이어도
이 높은 고지의 산을 넘어야 내려서는 것,
정맥 중 오지로 통하는 높은 고지의 낙동정맥을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겠지. 그래도 그만인 것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 위안이 된다.
[△612.1봉]의 삼각점을 찍어 마지막 산을 내려 오는 기분으로 산길을 내려갔다. 수없이 맞닥뜨리는 거북등 같은
나무껍질의 소나무들이 도열되고 아름드리 참나무도 모여 섰다.
무덤지나 교통판이 불빛으로 보였다.
수북히 쌓인 표지기 아래로 내려섰다.
[길등재]였다. 포장도로였다.
산으로 오를까 생각하다 멈추었다. 여기 도로 불빛으로 보이던 화살표교통판을 따라 도로를 따랐다. 산보다 편
했다. 비닐하우스와 고추밭으로 반복되는 도로따라 수비면 금촌교로 내려왔다. 내리던 비도 그쳤다. 나그네
는 비에 젖은 생쥐가 되고 추웠다. 주머니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해 나침판이 되어 준 손전화기는 먹통이 되고 말았
다.
금촌교를 지나 경로당의 문을 두둘겨 보고 파출소 문도 두두려 보고 면사무소 앞에 앉아 가로등 불빛에 몸을 녹였다.
버스정류장에 문이 열려 있으나 있을 수 없어 도로 따라 왔다갔다 어스렁 거리다 새벽 4시가 넘어서 운동나온 어르신
을 만나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우체국 뒤 한평 남짓한 온돌방에 안내되어 7시까지 세상 모르게 잠에 들다 깨었다. 85, 84세의 부모님을 모시고
사시는 분이셨다. 사과 1개를 손에 쥐어 주며 배웅해 주셨다. 버스정류장에서 또 1시간을 기다려 영양으로 와
안동행 버스에 올라 안동역에서 기차에 오를 수 있었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