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4. 물날. 날씨: 비가 오면 좋겠는데 해가 쨍쨍 날이 좋다.
아침열기-기후학교-점심-청소-맑은샘회의-발효빵 굽기-글쓰기-마침회
[우리가 눈 게 어디로 갈까/ 앵두가 빵이 되었다]
학교 안팎 텃밭과 밧줄놀이터 앞 텃밭을 들려 큰 텃밭으로 간다. 가뭄이 줄곧 되니 애가 탄다. 그런데도 토마토와 오이는 날마다 쑥쑥 크고, 고구마순은 자리를 잡아간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감자랑 다른 작물들은 키가 작다. 토마토 순치기를 해주고 학교로 들어와 막걸리 항아리를 들여다보며 관찰을 한다. 효모 운동이 활발하다. 이산화탄소와 알콜이 만들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하루 흐름과 이야기를 나누고 어제 나눠 준 수첩에 저마다 시를 한 편 씩 썼다. 밖에서 들고 다니기 쉬운 작은 수첩은 기록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실를 잘라 수첩 끈을 다는데 매듭 공부가 잘 쓰인다. 피리로 불자는 곡이 점점 늘어나니 아이들도 더 어려운 걸 불자고 한다.
아침나절은 기후학교가 있다. 과천시 찾아가는 기후학교 강사들이 오셔서 에너지와 환경 이야기로 재미난 수업을 이끌어준다. 봄, 여름 세 번의 기후 수업 가운데 마지막 수업이다. 봄 첫 수업은 강의와 판놀이로 기후변화를 배웠고, 두 번째 수업에서는 밖에서 환경과 에너지, 기후 변화를 놀이로 배웠다. 이번에는 플라스틱 병, 펼침막을 다시 써서 놀이감으로 제기를 만들고, 양재천 환경사업소를 방문해 하수처리과정을 보고 듣고, 양재천에서 고마리와 환삼덩쿨을 배운 뒤 환삼덩쿨을 뽑는 실천을 했다. 마지막으로 판놀이로 물과 에너지를 아껴 쓰는 공부를 했다. 모두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 생태가 어우러진 수업이다. 제기를 만든 뒤 제기차기를 모두 했는데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부채와 물병을 내놓으신다. 아이들이 제기차기 하는 걸 보니 제기차기를 평소에 많이 차야겠다 싶다. 한 판 즐겁게 논 뒤 화장실 들려서 양재천으로 갈 채비를 하는데 준우가 한쪽에서 울고 있다.
"준우야 무슨 일이야? 왜 울고 있니?"
"제기 세 개 찼는데 선생님이 선물을 안주잖아요."
"아 세 개를 찼구나. 선생님들이 못 봤나 보네. 울지 말고 가서 이야기를 정확하게 해보자."
기후학교 두 분 강사가 준우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다며 다른 선물을 꺼내주자 준우 얼굴이 펴진다. 그냥 넘어가지 않고 기준에 맞게 정확하게 할 말을 하니 됐다.
양재천 옆에 있는 과천시 환경사업소에 닿아 만화영화로 하수처리 과정을 본 뒤, 환경사업소에서 곳곳을 안내해준다. 날이 더워 해를 가리는 모자를 선물로 받고, 수첩도 받고, 갈 때는 돼지저금통도 받아서 모두 좋아한다. 그런데 하수처리 단계를 둘러보려고 기다리다가 앵두를 발견한 아이들이 앵두를 따먹었다. 먹을 걸 놓치지 않는다. 걸어오는 길에 오제가 배가 고프다고 하더니 앵두를 맛있게도 먹는다. 환경사업소에서 준비한 만화영상을 보고 사업소 시설을 모두 둘러보았으니 우리가 날마다 누고 버리는 물이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보고 왔다. 다음에는 쓰레기 소각장을 가봐야겠지만 아이들과 생활에서 실천할 게 많다. 보고 배운 뒤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과천시 환경사업소는 과천시민들이 쓰고 버리는 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이다. 법정기준치내로 깨끗하게 처리된 하수는 양재천을 거쳐 한강으로, 서해바다로 흐르게 된다. 1986년에 지어져 35,735제곱미터(약 10,809평) 면적에 11개동 시설 3,523제곱미터(약 1,065평) 크기로 하루 하수 처리 용량이 3천만리터, 하루 분뇨 처리 용량은 3만리터인데 처리량은 하루 평균 24,000리터, 하수 찌꺼기는 하루에 14톤이 발생한다고 한다. 하수를 바로 사용해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버리고, 합성세제를 알맞게 쓰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폐유 같은 오염물질은 하수도로 버리지 말라고 교육을 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쓰이는 물의 양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하다. 소주 한 잔 50미리리터를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희석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2,400리터 약 5만배의 물이 필요하다. 커피 한 잔 120미리리터는 1,800리터 약 만오천배의 물이 필요하고, 김치찌개 한 잔 150미리리터는 600리터 약 4천배, 된장찌개 한 잔 150미리리터는 약 5천배, 간장 50미리리터는 이만 배, 우유 한 잔 150미리리터는 이만 배인 3,0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5, 6단계의 처리과정을 거쳐 양재천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을 모두 둘러보고 오는 길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로 환경사업소 건물 에너지를 쓰긴 하는데 양이 적다고 한다. 큰 규모의 메탄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더 큰 시설과 땅이 필요하다고 해서 영국 연수때 보고 온 브리스톨 젠에코라는 사회적 기업이 떠올랐다. 내가 눈 똥이 에너지가 되어 집으로 오기 위해서는 생각과 사회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점심 때 아이들이 숲 속 놀이터에서 노는 걸 보니 넓은 운동장이 없어 늘 안타깝다. 숲 속 놀이터가 두 개나 있지만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좁은 곳이라 둘레 집과 찻길 안전을 살피며 놀라는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고 만다. 마당놀이와 숲 속 놀이를 더 많이 즐기도록 놀이 문화를 가꾸는 한 편, 드넓은 곳에서 공놀이는 안전하게 약속된 곳에서 하자고 말하는 수밖에 없겠다.
낮 공부인 맑은샘회의는 6학년이 졸업여행을 가고 없으니 5학년이 이끈다. 짧게 끝나서 알찬샘은 1층에서 기후학교에서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하고, 어제 반죽한 천연발효빵을 굽는다. 한 모둠에서 계량을 잘못해 반죽이 안 된 것을 급하게 액종을 더 넣고 반죽해서 두 덩어리로 만든 녀석들도 모두 잘 부풀어 오르고 빵 냄새도 참 좋다. 오디 액종에 이어 앵두 액종도 성공한 셈이다. 르방과 제철 열매 액종이 빵을 잘 부풀린다. 누리샘이 양재천 큰 밭에서 뽑아온 마늘로 액종으로 만드는 실험을 해보는데 어찌 될까 궁금하다. 구운 빵을 보고 시도 한 편 쓰니 글을 많이 쓰는 물날이 됐다. 시와 그림 내보이기를 준비하는 셈이다.
저녁에는 에너지교사연구모임이 남한산성 성문밖학교에서 있어 다녀왔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관심있는 선생들이 모여 강의교안들을 만들어보는 연구를 하기로 한 것인데 일복이 많아서인지 할 일이 많다. 그만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겠지만, 좋은 기회이니 서로 공부도 되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성과가 그대로 저마다 학교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되겠다. 남한산 밤꽃 냄새가 양지마을 밤꽃 냄새처럼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