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 빌 브라이슨 (까치, 2020)
14장 음식, 맛있는 음식
- 열량은 식품의 에너지를 나타내는 복잡한 척도. 정식 명칭은 킬로칼로리이며, 물 1kg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 양.
- 열량 측정의 아버지, 현대 식품학의 아버지는 미국의 윌버 올린 애트워터. 호흡 열량계를 이용한 실험으로 유명. 찬장보다 조금 크게 만든 밀봉 가능한 방에서 실험 대상자가 안에 들어가 최대 5일을 지내는 동안 대사 활동의 여러 측면들(들어가는 음식, 산소의 양, 이산화탄소, 소변, 암모니아, 대변 배출량 등)을 꼼꼼하게 측정한 뒤, 섭취한 열량 계산. 1896년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서 <미국 식품의 화학적 조성>을 내놓음.
- 열량은 음식 섭취량의 척도이기는 하지만 단점도 있다. 어떤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은지 나쁜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기존 열량 측정은 음식이 소화되면서 어떻게 흡수 되는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많은 견과류는 다른 음식들보다 소화가 덜 된다. 먹는 양에 비해서 섭취되는 열량이 적다. 170칼로리의 아몬드를 먹어도, 실제로 흡수되는 것은 130칼로리에 불과하다.
- 우리는 음식에 든 에너지를 추출하는 일을 잘 한다. 요리 덕분이다. 독소를 없애고, 맛을 좋게 하고, 질긴 성분을 씹을 수 있도록 만들고, 먹을 수 있는 식량 범위를 넓히고, 무엇보다 먹는 음식에서 흡수할 수 있는 열량을 크게 늘인다. 지금은 음식을 요리한 덕분에 우리의 뇌가 커질 수 있었고 그 뇌를 써서 여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져 있다.
- 요리 덕분에 우리는 많은 여유시간을 누린다. 다른 영장류는 하루에 7시간까지도 그냥 씹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 반면에 우리는 끊임없이 먹지 않고서도 생존할 수 있다.
- 우리 식단의 기본 성분들(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물) 같은 다량의 영양소는 거의 200년 전에 윌리엄 프라우트라는 영국 화학자가 파악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건강한 식단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찾지 못한 어떤 성분들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했다. 그 성분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런 성분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각기병과 구루병 같은 결핍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명백했다.
물론 지금은 그것들이 비타민과 미네랄임을 안다. 비타민은 유기물(식물, 동물)이 만든 물질이고 미네랄은 토양이나 물에서 나오는 무기물이다.
- 비타민의 발견과 명명은 거의 1920년대에 들어서야 시작되었다. 그 과정은 빈칸 채우기와 비슷했다. 처음에는 비타민 A, B, C, D 하는 식으로 다소 엄격하게 알파벳 순으로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타민 B가 하나가 아니라 몇 종류임이 발견되었고, 그것들은 B1, B2, B3를 거쳐서 B12까지 이름이 붙여졌다. 그 뒤에 비타민 B군이 그렇게 다양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이윽고 몇 개의 범주가 삭제되고 나머지는 재분류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순서에 이가 빠진 것처럼 B1, B2, B3, B5, B6, B12, 6종류만 남아 있다. 다른 비타민들도 마찬가지로 이름이 붙여졌다가 사라지고는 했기 때문에, 과학 문헌에는 유령 비타민(M, P, PP, S, U 같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1935년 코펜하겐의 헨리크 담이라는 연구자는 혈액 응고에 핵심적인 열학을 하는 비타민을 발견하여, “응고하다(koagulere)"라는 덴마크어의 첫 글자를 따서 비타민K라는 이름을 붙였다.
- 우리는 하루에 2.5리터의 물을 섭취하지만, 약 절반은 음식에 든 형태로 먹기 때문에 대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루에 물을 8잔씩 마셔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는데, 그 주장은 음식에 관한 잘못된 지식 중에서도 끈덕지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 섭취에 관한 또 하나의 끈질긴 잘못된 믿음은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가 이뇨제이며 마신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소변으로 배출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음료가 수분을 보충하는 가장 건강한 방안은 아닐지 모르지만, 개인의 수분 균형에 기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 신기하게도 갈증은 물이 얼마나 필요하지를 말해주는 신뢰할 만한 지표가 아니다. 매우 목이 마르게 한 뒤에 원하는 만큼 물을 마시도록 하면, 사람들은 대개 땀으로 잃어버린 양의 5분의 1만 마신 뒤에 갈증이 해소되었다고 말한다.
-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 콩팥이 물을 충분히 빨리 제거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어 저나트륨혈증이 된다. 2007년 캘리포니아의 여성이 지역 라디오 방송국이 사리 분별없이 주최한 물 마시기 대회에 나가서 3시간에 걸쳐 물 6리터를 마신 뒤 사망했다.
15장 소화 기관
- 평균적인 남성의 소화관 길이는 12m쯤 되며, 소화관의 총 면적은 200제곱미터에 달한다. 음식물의 장 통과 시간은 남성은 평균 55시간 여성은 72시간이다.
- 식사를 할 때 음식물은 위에서 약 4-6시간 머물고, 이어서 소장에서 6-8시간 머문다. 소장에서 영양분을 다 흡수한다. 그리고 대장에서 최대 3일을 머문다. 그곳에서 수많은 세균들이 달리 분해할 수 없는 것들(주로 섬유질)에 달려들어 처리한다. 섬유질은 장내 미생물의 활력을 유지시키는 동시에,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이유로 심장병, 당뇨병, 창자암 등 사실상 모든 유형의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
- 살모넬라균(Salmonella)은 연어(salmon)와 아무 관계도 없다. 미국 농무부 과학자 대니얼 엘머 샐먼의 이름에서 나왔다. 그러나 사실 그 균의 실제 발견자는 그의 조수인 시어벌드 스미스였다. 대니얼 샐먼은 미국 농무부 동물산업국의 국장으로서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했지만, 당시에는 농무부에서 발표하는 논문들에 부서 국장의 이름을 첫 번째 저자로 올리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래서 그 미생물에 국장의 이름이 붙여졌다.
- 구역질을 유발하는 미생물들은 대부분 몸 속에서 얼마 동안 증식한 뒤에야 몸에 증상을 일으킨다. 황색포도알구균처럼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도 극소수 있지만, 대부분은 적어도 24시간은 지나야 한다.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먹은 것을 탓하는 경향이 있지만, 마지막이 아니라 그 전에 먹은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많은 감염은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에서 해마다 300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리스테리아증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70일이 걸릴 수도 있다.
- 맹장 끝에는 손가락 모양의 돌기가 튀어나와 있는데, 바로 충수이다. 이것이 왜 달려 있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이 꼬리가 터지거나 감염됨으로써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8만 명이 사망한다.
- 선진국에서는 16명에 1명꼴로 생애의 어느 시점에서 충수돌기염에 걸리며, 그것은 응급수술을 받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미국에서 충수돌기염으로 입원하는 사람은 연간 25만 명에 달하며, 그중 300명이 사망. 이는 한 때 꽤 흔한 사람 원인 중에 하나였다. 오늘날 부유한 세계에서 급성 충수돌기염 발병률은 1970년대의 약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른다. 여전히 개발도상국보다 선진국에서 흔하게 발명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도 발병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16장 잠
- 잠은 우리가 하는 행동들 중에서 가장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정확히 왜 필요한지는 모른다.
- 오랫동안 잠을 못 자면, 우리는 죽을 것이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정확히 왜 죽음으로 이어지는지는 수수께끼이다. 1989년 시카고 대학교의 연구진은 쥐 10마리를 죽을 때까지 잠을 재우지 않는 실험을 했다. 지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11-32일이 걸렸다. 쥐들은 부검하니 사망을 설명해줄 수 있는 이상 증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타코츠보 심근증?)
- 수면은 많은 생물학적 과정들(기억 고정, 호르몬 균형 회복, 뇌에 쌓인 신경독소 배출, 면역계 재설정 등)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잠은 밤에 몸을 다시 조율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 겨울잠을 자는 동물도 따로 수면 시간이 있다. 겨울잠과 잠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적어도 신경학적 및 대사적 관점에서 볼 때는 그렇다. 겨울잠은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마취된 상태에 더 가깝다. 의식이 없기는 하지만, 진짜로 잠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매일 몇 시간씩 잠을 자야 한다.
- 놀라운 사실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곰이 사실상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짜 겨울잠은 의식이 아예 없어지고 체온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때로는 0도 가깝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곰은 겨울잠을 자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거의 정상에 가깝게 유지되고 쉽게 깨기 때문이다. 곰의 겨울잠이란 사실 행동이 둔해진 상태에 가깝다.
- 모든 동물은 잠을 자는 듯하다. 선충과 초파리 같은 아주 단순한 동물들조차도 꼼짝하지 않는 시간이 있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동물에 따라 크게 다르다. 코끼리와 말은 하루에 두세 시간만 잔다. 포유동물 중 수면 챔피언은 세발가락나무늘보로서, 하루 20시간까지도 잔다. 그러나 그 수면 시간은 포획된 개체들의 연구 결과이다. 야생 나무늘보는 하루에 10시간 남짓 잔다. 특이하게 몇몇 조류와 해양 포유류는 한 번에 뇌의 절반씩만 잘 수 있어서 반쪽이 쿨쿨 자는 동안 다른 반쪽은 깨어 있다.
17장 거시기 쪽으로
- 지금 우리는 여성이 X 염색체를 2개 지니는 반면, 남성은 X와 Y 염색체를 1개씩 지닌다는 것과 그로부터 성별 차이가 빚어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 지식을 얻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야 했다. 19세기 말까지도 과학자들은 흔히 성별이 화학적으로가 아니라, 식단이나 기온, 심지어는 임신 초기에 여성의 기분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 이 문제 푸는 첫 걸음은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헤르만 헨킹이라는 젊은 동물학자였다 그는 1891년 별노린재류의 정소를 연구하다가 기이한 점을 알아차렸다. 조사한 모든 정소에서 한 염색체만이 늘 다른 염색체들과 달랐다. 헨킹은 그 염색체를 “X"라고 명했다. 수수께끼 같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 헨킹의 우연한 발견이 있은 지 14년 뒤, 대서양 반대편에서 진정한 돌파구가 열렸다. 펜실베니아 브런모어 대학의 네티 스티븐스는 거저리(딱정벌레목 곤충)의 생식기관을 연구하다가 또다른 홀로 행동하는 염색체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 염색체가 성별의 결정에 기여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녀는 헨킹이 시작한 알파벳 순서에 따라서 그 염색체에 Y라는 이름을 붙였다.
- 1990년에야 런던에 있는 국립의학연구소와 임피리얼 암연구재단의 두 연구진이 Y 염색체에 성을 결정하는 영역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들은 그 영역에 있는 유전자에 SRY라는 이름을 붙였다. Y에 있는 성 결정 영역(Sex-Determining Region on the Y)이라는 뜻이다.
- Y 염색체는 작으면서 특이하다. 유전자가 70개뿐이다. 다른 염체들에는 2,000개까지도 들어 있다. Y 염색체는 1억 6,000만 년 동안 줄곧 크기가 줄어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