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외 1편)
손미 모빌 아래 누워 본다 기린과 생쥐 문어와 삼각형 겨울과 생물 내 눈 앞에 기린이 도착하면 문어는 다른 세상에 간다 잠긴 나의 절반을 향하여 이쪽이든 저쪽이든 고개를 쭉 뻗어 영영 가버릴 수 있다고 나는 내 얼굴을 모른다 점점 변해간다 개구리처럼 뼈를 들어 기린과 생쥐 문어와 삼각형 나였던 생물들에게 인사한다 흔들리는 접촉 나선을 그리며 도는 천장 문득 문득 열리는 그곳을 향해 뱅글뱅글 도는 케이블카 올라타지 못한 생물들에게 기고 있어 오래 전부터 뱅글뱅글 케이블카 갔다가 오지 않는 한 칸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절뚝이며 돌고 도는 공원 균형을 잃은 모빌 아래 누워본다 추락하지 않는 나의 절반을 향해서 여기서만 보이는 안녕 허리를 비틀어 폴짝 뛰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에 대하여 돌고 도는 천장 다른 세계에서 건너오는 안부 우리는 함께 있어 오래 전부터 비행접시가 날아오고 문득 울음이 터진다 ―계간 《청색종이》 2024 봄호
시럽은 어디까지 흘러가나요
자연의 고정된 외곽선은 모두 임의적이고 영원하지 않습니다 ―존 버거
번지점프대에 서 있을 때 내 발바닥과 맞대고 거꾸로 매달린 누가 있다 설탕을 뿌리자 볼록하게 서 있던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 하늘에서 우수수 별가루가 떨어져 나는 너를 용서해야 한다 잠깐 내 볼을 붙잡고 가는 바람에 다닥다닥 붙은 것이 있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데 돌아보니 설탕가루가 하얗다 돌고래는 이따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라진다 주로 혼자 있네요 몸에 칼을 대면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요 풍선처럼 매달려 있어요 천궁을 읽는 사람의 말에 움찔하고 불이 붙던 발바닥 불타는 발로 어린 잔디를 밟고 하나 둘 셋 번지 땅 아래로 뛰어들 수 있을 것처럼 종종 자고 일어난 자리에 검게 탄 설탕이 떨어져 있다 침대 아래, 아래. 그 아래로 느리게 설탕은 흐른다 연결하는 것처럼 하나의 밧줄에 매달려 있는 방울 방울들 어디까지 너이고 어디까지 나인가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우리는 왜 이리 긴가 ―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 2024년 7월 ------------------- 손미 /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양파 공동체』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산문집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상합니까』 『삼화맨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