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다.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특위위원들 때문이다. 정권의 편에 서서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새누리당 시작부터 파행, 예상된 수순
이건 국정조사가 아니다. 야당의 칼과 여당의 방패가 일전을 겨루는 전투장일 뿐이다. 권성동, 김태흠, 김진태, 윤재옥, 이장우, 조명철, 김재원 등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국정조사 시작부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하수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국민을 대신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마련된 국정조사다. 여기에 임하는 여당 특위위원들의 태도가 가관이다. 새누리당은 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의 녹취록을 추가 폭로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제척과 사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국정조사의 본질을 왜곡시키려는 새누리당 의원과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자행한 불법행위를 밝혀내려는 박범계 의원간에 공방이 벌어졌다. 본질을 흐리기 위해 발악하는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 더 이상 국회의원이 아니다.
여당 특위위원, 국민 대표하는 국회의원 맞나?
김태흠: “어제 박범계 의원이 불법 취득한 권영세 파일을 공개하면서 회담록을 끼워맞추기해서 MB정부때 국정원이 왜곡 조작 변질했다는 허위사실을 폭로했다. 논란을 야기시키지 말고 불법 취득 장물인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 요구한다. 만일 사실이 아닐 경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의원직 사퇴를 책임질 수 있는지 답변해달라.”
박범계: “새누리당이 많이 놀랐나 보다. 대화록은 자기네들 입맛에 맞게 골라서 윤색, 각색하고 악마의 편집을 해 유출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덜덜 떨고 있는가?”
이장우: “신동아 기자로부터 녹음테이프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절도했는지 밝혀야 한다.”
박범계: “권영세 파일에는 한치의 거짓도 없고 의혹도 없고 불법도 없다.”
김진태: “김현·진선미 의원도 끝까지 제척됐던 이유도 직접 이해관계가 있던 것 때문이다. 박 의원(박범계)도 녹취록 공개사건의 이해관곙딘이기 때문이 제적돼야 한다.”
‘박근혜 동영상’ 틀자 회의장 박차고 나간 여당 의원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퇴장해 국정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라는 박근혜 후보의 지난 대선 직전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틀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발끈하며 회의장을 뛰쳐나가 정회가 된 것이다.
▲"국정원 댓글 증거없다"는 박근혜 발언이 담긴 동영상 틀자 회의장 뛰쳐나가는 여당 의원들
당시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댓글 없었다”는 경찰의 허위 수사결과 발표 두 시간 전에 나온 것으로, 박 후보가 경찰의 허위 발표를 미리 보고 받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큰 논란을 몰고 온 바 있다.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아가려나 보다. 새누리당이 26일로 예정된 국정원 기관보고를 전면 보이콧했다. 새누리당은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주요간부를 출석시켜 대선개입, 댓글작업 등과 여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직원 매관매직, 여직원 인권유린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도록 돼 있는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정원 보고 공개로 하는 게 두려운가?
국정원 기관보고를 공개로 진행하자는 야당의 요구가 부당하기 때문에 더 이상 일정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국정원이 개입한 부정선거를 인권유린 사건으로, 관건선거를 제보한 국정원 직원을 야당의 매관매직 의혹으로, ‘권영세 파일’ 폭로를 특위위원 제척과 국회의원 사퇴 사유로, 국정조사 공개 진행 요구를 야당의 불법행위로 매도하는 새누리당. 저들에게는 국민이 졸로 보이나 보다.
국정원 기관보고 장면을 국민에게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떼를 쓰는 이유가 뭘까.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한 일을 어떻게든 숨기고 보자는 건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박 정권과 여당을 대표하는 싸움꾼에 불과해 보인다.
저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알기 원하는 ‘촛불’이 눈 부릅뜨고 국정조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나 보다.
국정조사 파행? 국민이 가만 둘 것 같은가
‘국정원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긴급 시국회의’가 지난 달 28일부터 주말을 이용해 서울과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학계와 종교단체 등의 시국선언도 어어지는 상황이다.
이번 집회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일 거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연령층이 대학생이 아니라 청장년층이고, 가족단위 참석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촛불’에서 분기와 열기가 뿜어 나오지 않는다고 과소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새누리당이 그렇다. 하지만 오판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지켜보느라 촛불이 차분한 것뿐이다.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끝나거나,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여당의 억지와 트집이 계속된다면 ‘촛불’은 엄청난 동력으로 전국을 강타할 수도 있다.
오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0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나는 꼼수다’를 진행했던 ‘국민TV’ 김용민 PD는 “10만명이 모인다면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시즌2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촛불이 지켜보고 있다
박 정권의 비호하고 있는 보수언론은 촛불집회에 관련된 보도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광장에서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촛불집회가 열려 2만 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지만 공중파TV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 19~21일 서울시청 광장과 동아일보사에서 촛불집회가 이어졌지만 KBS와 MBC는 아예 보도를 하지 않았고, SBS만 19일 단 한차례 토막기사로 다뤘을 뿐이다.
수십만개의 촛불이 밝혀져도 그럴 수 있을까. 지켜보겠다. 언제까지 공중파가 촛불을 외면할 것인지를. 외면한다고 꺼질 촛불이 결코 아니다.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면 할수록 촛불은 더 커질 것이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이 국민을 저버리고 정권과 당의 충성된 ‘종’으로 전락한 새누리당 의원들.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5000만개의 ‘촛불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