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치고 하는 일들은 대부분 불안불안 하지 않은가요? 에공! 샴페인 맛있더냐? 에스더 쨩! 속 없는 아비는 편안하게 오달수 황정민의 '국제시장'을 보았어요. 그러고 보니 '국제시장'이 나온 지 10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2014년 판 리뷰를 찾아 2024년 판으로 리라이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 딸내미(15세)가 와서 떼거지(진영이네 가족)로 영화를 봤습니다. 예공! 기억하니? 네가 추천해 준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못 봤어. 네플릭스에 벌써 내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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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이후로 한국 영화가 '오 빗'을 제치고 오피 박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모양인데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 중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이나 원빈 주연의 영화보다 스토리가 더 탄탄하고 타이밍이 좋았다고 봅니다. 윤 제균(45) 감독은 '국제시장'이 한 시대를 살면서 같은 아픔을 공유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한답니다. 개인적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는 44번 국도와, '국제시장'은 석 여사(?)와의 추억이 묻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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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아버지를 1인칭으로 둔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가 된 자식(황 정민) 이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국제시장의 핵심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고군분투하는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요, 아들딸이잖아요. 극중 주인공 덕수(황 정민)의 평생 친구인 달구(오 달수)를 통해서도 그려지듯이, 가족은 단순한 혈연 공동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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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나를 위해 진정으로 기뻐하고 슬퍼해 주는 이들 모두가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닙니까? 아, 멋진 말입니다. 황 정민, 오 달수 연기 짱입니다. 김 윤진은 월드 스타 맞고요. 나도 달수 같은 친구 한 명이 그립습니다. 연출을 보면 당시 흥남철수를 다룬 오프닝 시퀀스에 굉장한 공을 들인 모습입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 봤다~” '굳세어라 금 순아! '가 이런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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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미군 군함이나 전쟁 상황에서 벌어지는 피난민 구조가 스케일 면에서 타이타닉을 능가하는 리얼리티에 별을 다섯 개쯤 주고 싶습니다.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이다 금 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 꿈도 그리워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 달 만 외로이 떴다“ 박 정희 정권의 산업화 성공 뒤에는 파독 광부, 간호사(김 윤진)로 돈 벌러 간 우리들의 누나 삼촌들이 있었고 월남 파병, 중동까지 이어지질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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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파업이 장기화된 가운데 오늘(2024.8.28) 간호사 단체에서 총파업을 에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덕수 총리가 고충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파업은 불가 하다고 했어요. 힘의 의지가 부닥치면 더 센 힘이 이기겠지만 누구도 대미지를 피해 갈 수는 없으니 잘 좀 해결 하시라. 덕수가 갱도에서 망치질 하는 장면 중 스템 펠(쇠기둥)을 세우는 것은 그 하나의 무게가 80㎏인데 하루에 수백 개를 세웠다는 것 아닙니까? 그거 보고 있으려니까 눈물이 납디다. 아마도 죽을 만큼 힘들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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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도피성으로 왜 우리 시대는 독일 광부-월남 파병-중동 취업이 없냐며 시대를 한탄하던 때가 있었어요. 철없는 남자의 치기는 아니고 풍요 속 빈곤이거나 군중 속 고독 쯤으로 넘어가 주시라. 국민 오빠 남진(유노유노)이 해병대 출신이고 파월 장병인 줄 몰랐습니다. 뭐 다들 자기 세대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들 하지만 이 세대와 저 세대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필자가 볼 때 저 세대가 확실히 더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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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알량한 광부가 되겠다고 목청이 터져라 애국가를 부르고 사지로 떠나는 남편을 두고 아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만 했어요. 차지철의 과잉충성이 애국이라는 프레임으로 전면에 내세워졌던 시대. 엿 같은 그 시대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자가 독일인 회사를 10년쯤 다닌 경험이 있는데 걔네들은 확실히 선진국 맞습니다. 근로 복지, 문화에서 히틀러의 다혈질적 폭력성도 있고 중세 귀족들의 흥들이 여실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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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컬트 쪽의 후예가 아닙니까?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 간들 천지 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 순아 굳세어다오 북진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 보자 얼싸 안고 춤도 춰보자“ 주인공 덕수는 아버지와 두 가지 약속을 합니다. 그가 평생을 짊어지고 산 부채의식, 그 짐을 덜어 줄 수 있는 게 이산가족 상봉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수 방 사 시절 기동대 싸이 카 훈련을 했고 제대하고 롤러 스케이트를 탔던 KBS 앞 여의도 광장 이산가족 상봉의 열기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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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 부두에서 헤어졌던 국민 여동생이 로스엔젤래스에 있었다니 완전 대박입니다. 물론 100% 실화겠지요. 후~영화 보고 나니 몇 명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고령이 된 이산가족 문제가 남 일 같지 않고 칼바람이 심장을 베는 양 짠해져옵니다. 이제 와서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던 시류를 거슬러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만 차관 들여와서 산업화를 이루어냈으니 더 늦기 전에 이제 우리 누나 삼촌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4.8.28.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