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엔 사모으는 '엔테크', 장기보유면 손실 가능성도 / 11/27(월) / 조선일보 일본어판
17일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860.84원을 기록해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낮았고, 한국에서는 엔테크(엔화 매수를 통한 재테크)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엔화 예금 잔액(86억 1000만 달러)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가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향후 엔화 강세를 기대하며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림] 원-엔 환율 추이와 일본 ETF 투자수익률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하지만 당장 엔화를 쓸 기회도 없는데 너무 많은 엔화를 사서 오래 재우는 것은 손해일 수 있다. 엔화를 금융기관에 맡겨도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엔화표시 1년물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0%다. 예치 기간을 바꿔도 금리 조건은 바뀌지 않는다. 반면 1년물 정기예금으로 비교하면 달러는 5%대 초반, 유로는 3% 중반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영국 파운드화는 4%대 후반, 스위스 프랑과 중국 위안화는 1.2~1.3% 정도의 금리를 제시했다.
은행들이 엔화 예금에 이자를 지불하지 않는 이유는 엔화로 이자를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외화예금으로 얻은 외화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대출해 이익을 낸다. 또는 그 통화의 발행국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한다. 엔화는 한국 기업에 대한 대출 수요가 거의 없어 은행이 이익을 내기 어렵다. 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일본 현지은행에 예금하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 상태다. 시중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는 엔화를 갖고 있으면 오히려 손실이 날 뿐인데 예금자로부터 보관료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를 쓸 일이 없다면 무리하게 환전할 것이 아니라 다른 투자처를 찾거나 보유 통화를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는 "엔화는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엔화가 더 하락할 수도 있어 환전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