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농가 문흥환씨(왼쪽)가 충남 충서원예농협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을 담당하는 이윤형 과장대리와 낙과된 사과를 줍고 있다. 배 농가 최기찬씨(오른쪽)가 충남 충서원예농협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을 담당하는 이윤형 과장대리와 낙과된 배를 살펴보고 있다. “추석을 맞아 앞으로 2주 후면 수확하는데 우수수 다 떨어졌네요.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22일 찾은 충남 서산시 팔봉면 최기찬 씨(74ㆍ진장리)의 배 과수원. 전날 서산시ㆍ태안군 일대에 많은 비를 동반하고 불어닥친 태풍급 강풍에 수확을 코 앞에 둔 배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있었다.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배들도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 탓에 상당수가 상처를 입었다.
최씨는 “배 농사를 50년 지었지만 태풍이 아닌 바람이 이렇게 강하게 부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최씨의 말대로 이 지역에는 21일 호우주의보와 함께 강풍경보가 발령됐고, 오후 12쯤부터 약 1시간 가량 태풍에 버금가는 바람이 불어닥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산 앞바다에 있는 웅도의 경우 순간 최대풍속이 29.3m/s, 태안 근흥면 22.8m/s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25∼33m/s의 풍속을 중간(normal) 정도 세기의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안 몽산포해수욕장의 오토캠핑장에서는 30여년생 소나무가 쓰러질 정도로 이번 강풍은 그 세기가 매우 강했다.
이번 강풍으로 일부 비닐하우스도 비닐이 찢기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과수 농가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확기를 앞두고 과실이 커져 무게가 많이 나가다보니 바람에 쉽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배 피해가 컸다. 배는 봉지에 쌓여 있다보니 바람의 영향을 그만큼 더 많이 받았다는 설명이다.
최씨는 추석을 앞두고 9월10일쯤부터 배 수확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낙과 피해로 수확량이 크게 줄 것이라는 걱정이 컸다. 최씨는 “내일부터 정확히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언뜻 봐도 절반 이상은 낙과한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태안군에서도 낙과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태안읍 반곡리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문흥환씨(74)는 “강풍이 불과 1시간 남짓 불었는데도 강도가 워낙 세다보니 사과들이 버티지를 못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추석을 겨냥해 출하를 코 앞에 둔 <홍로> 품종의 피해가 컸다.
문씨는 “올 여름 일소(햇볕데임) 피해가 아주 심했는데 낙과 피해까지 당해 남아 있는 사과가 절반도 안될 거 같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한편 충서원예농협(조합장 이종목)은 23일부터 낙과 피해를 입은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조사를 시작해 최대한 빨리 마친다는 계획이다.
서산ㆍ태안=서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