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론조사기관들이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른바 가짜 지지자들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있었던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에서 발표한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각 여론조사기관에서는 가짜 지지자들이 상당히 존재하는데 대해 그 추이를 분석하는데 부심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며칠전 실시됐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대회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차이가 꽤 나면서 그 이유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언론매체는 트럼프 후보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오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트럼프에 대한 가짜 지지자들의 존재가 주목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가짜 지지자들이라는 것은 공개적인 자리에서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히지만 말 그대로 마음속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고 실제 투표장에서도 트럼프를 찍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트럼프 후보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자인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거의 매번 압승을 거두었으나 이는 여론조사와 비교해서 다소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뉴햄프셔주의 경우 트럼프가 18%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실제로는11%p 차이였습니다. 7%p차이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28%p 트럼프가 앞섰지만 실제로는 20%p 차이였습니다. 8%p 차입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지속적으로 트럼프가 60%p 앞섰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차이는 28%p였습니다. 더군다나 버몬트주에서는 트럼프가 30%p 앞선다고 조사됐지만 실제로는 헤일리가 트럼프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나름 공신력이 있다는 여론기관에서 조사한 것에서 이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은 상당히 의례적인 것입니다.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이런 차이는 당락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가짜 지지자의 존재가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트럼프의 숨은 지지자들이 그에게 표를 몰아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당선됐던 것과 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가짜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당수 나오는 것은 해당지역은 공화당의 표밭이지만 트럼프의 별난 행동과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경멸 등은 이들 지역의 투표 패턴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부 외신에선 '가짜 트럼프 지지자'를 '샤이 반(反)트럼프 유권자'(shy anti-Trump voter)라고 쓰기도 합니다. 이 용어는 1990년대 만들어진 '샤이 토리 효과'(Shy Tory Effect)에서 유래됐는데, 영국 보수당이 실제 투표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분열이 고조된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지지 정당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려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사이에 격차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미국이 지금 정치적 분열과 갈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는 자칫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해서 가짜 지지자로 둔갑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짜 지지자들이 양산되는 상황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지수와도 연관관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지수는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매년 민주주의 보고서를 통해 발표하는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지수는 각 국가와 지역의 선거 민주주의, 삼권 분립과 시민자유, 표현의 자유, 평등 등 관련지수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산출됩니다. 이 지수에서 미국은 20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이 30위, 대만이 31위, 한국은 47위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은 전체 179개국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는데 1년전 28위보다 19계단 내려앉았습니다. 이 지수의 1위는 덴마크이고 2위는 스웨덴 그리고 3위는 에스토니아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3월 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