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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육군사관학교(West Port) 보내기
“아버지 저 그 학교 안 갈래요.”
아침 밤을 먹는 중 윤상이 하는 말이다.
“왜 또 그래?” 전진의 목소리는 애원이다
“그냥 힘이 들어서 못 견딜 것 같아요.”
“들어가 보지도 않고 뭔 소리냐? 어떤 놈이 또 뭐라고 하든?”
전진도 방어망을 친다. 벌써 그 일 때문에 한바탕 다투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힘든 학교를 가느냐? 들어가도 졸업하기도 힘들다.> 고 누가 또 말한 모양이다.
대학가면 마음 놓고 여자 친구도 사귈 수 있다는데, 젊은 자유를 잃은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아들의 얼굴을 본다. 윤상을 데리고 목욕탕을 가자 때밀이는 말했다.
“와 그 놈 참 잘생겼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빠진 데가 없네!”
감탄하는 소리에, 집에 와서 옥련에게 자랑한다.
“누가 우리 아들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빠진 데가 없다 하데?”
“그럼 당신은 여태 몰랐어요? 어려서 업고 나가면, 남자들마다 말 안 하는 사람 못 봤는데!
오직 당신만 무심한 줄 알아요!”
기회 잡은 표범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부터, 졸업 여행을 선배 여학생과 다녀오더니, 이듬해는 학교서 제일 예쁜 서양 여학생과 다녀오고, 졸업하고 나선 후배 여학생과 또 간다.
“야. 임마! 넌 끝난 졸업에도 여행을 가냐?”
“작년에 예약해 놓은 것이라 꼭 지켜야 해요!”
할 말이 없다. 체격도 잘 빠져 타운에서 운동을 하면, 외국 여학생들도 윤상! 윤상!
아들 이름만 부르는데 그런 놈이 대학교가서 놀겠단다.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 알지?”
“아버지가 말씀 하셨잖아요! 원서만 넣어서 합격만 해 보자고!”
“이놈아 너 시방, 아버지 약 올리냐? 아무리 합격만 해 보라 했다고, 진짜로 합격해 놓고, 그 좋은 학교를 안 가는 바보가 어디 있냐? 내가 그 학교에 들어가면, 우리 집은 가문의 영광이야!
옛날 같으면 족보에까지 올라가는 벼슬을 하는 거야!”
말은 그리하지만 전진도 안타깝다.
말이 대학이지 군대 생활의 장교 훈련 과정이다.
학교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지만, 전 과정을 거처 졸업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원서만 넣어 보자! 합격만이라도 해 보자!)고 말했는데 역공을 하고 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는 7가지 관문 이 있다.
*첫째는= 내신 성적이다.
학교에서도 등수를 다투는 정도는 돼야 추천서를 써 주었다.
그런데도 학교 성적은 60%밖에 반영 안 했고, 건강 문제에 이웃사람들 추천서까지 원했으니,
지역 사회의 보증인 셈이다.
아들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 목사님의 추천서를 첨부해서 보낸다.
*둘째는= 미국 시민권자라야 한다.
다행이 전진이 시민권 넘버를 받아 놓은 상태라 아들은 문제없었다.
*셋째는= 정부 조직에 있는 사람의 추천서다.
이것이 큰 관문이다. (하원 의원)이나, (상원 의원) 아니면 (주지사) 혹은 (부통령)에게서라도 추천서를 받아야 했다.
일종의 정부(보증)인 셈이다. 연방 의원들은 각 사관학교를 1년에 한명 혹은 4명까지 추천할 권한이 있다.
아들은 상원 의원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인원이 차서 사인할 수 없으니, (부통령께 부탁하면 어떻겠냐?) 정중한 편지다.
윤상과 같은 반 학생이 학교 추천도 없이 임의대로 의원에게 서류를 보냈는데 학교로 되돌아왔다.
의원들도 자기가 추천한 학생이 한 명이라도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자기들의 정치적인 힘이 돼 주길 바랐다.
윤상은 하원 의원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서 수석 비서를 면담한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힘들 것 같으니, 하사관은 어떻겠느냐?”
그래서 포기 상태에 있는데, 의원 사무실서 편지가 왔다.
관할 타운서 사관학교 지원자를 모아 놓고 미팅하니, 부모님들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통지서다.
전진은 기회다 싶어 편지를 쓴다.
(당신도 정치하기 힘들지? 나도 이민 생활 힘들다.
용기 하나로 미용 학교를 오픈하려 하는데 정말 힘들다.
당신도 정치를 시작했으니 힘들어도, 대통령까지 밀고 나가길 바란다.
우린 다 같은 이민의 후손 아니냐?
내 아들이 West Point에 갈 수가 있도록 당신이 (추천)을 해 주면 정말 고맙겠다.)
이런 내용의 편지을 써 들고 4식구 모두 간다. 가족들 밀어붙이기 전법이다.
회합 장소엔 부모들과 학생들이 200명도 넘게 와 있다. 육, 해, 공 추천에 많이도 모였다.
연설 좋아하는 정치가는 일장 연설을 끝내고,
입구서 모든 사람들과 악수하는 순간 편지를 건네준다.
의원은 곁의 수석 비서에 넘기니, 아들을 잘 기억하고 있던 비서는 의원에게 나름대로 소개도 한다.
*넷째는= 정해 놓은 시간 안에 정해 놓은 운동량 통과다.
팔굽혀펴기는 1분에 몇 개를 해야 하고, 3마일을 몇 분 안에 달려야 하고, 여자는 몇 분 내에 달려야 한다는
학교가 정해 놓은 운동량의 법칙이다.
윤상은 시험엔 통과는 했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나?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왔다.
*다섯째는= 면담이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던 사람이 직접 집에 찾아와 면담했다.
온 식구를 모아 놓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아들과 단 둘이 1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하더니,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면서 면접관은 말했다.
“너는 행운아다! 좋은 아들을 두어서 기쁘겠다!” 딸을 쳐다 본다.
“응! <오빠 보고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존경하느냐?> 물었는데, 오빠가 (아버지)라고 대답 했대!
<왜 그렇느냐?> 했더니, (자기 아버지는,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와 사회를 가장 사랑하고,
가난해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고 말했대.”
이놈이 또 지 아버지가 자동차 부쉈다는 말을 한 모양이다.
전진은 정신이 몽롱하고 황홀했다.
*여섯째는= 신체검사다.
이것은 운동과는 또 다른, 온몸의 사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쩡한가? 확인하는 것이다.
팬티만 입히고 달리기를 시켜 봤으면 알 텐데, 병원 가서 (눈 검사), (이빨 검사) 등등
신체 각 부위의 사진을 찍어서, 필름을 워싱턴으로 보낸다.
여기서 윤상은 어려움이 생겼다.
이빨 하나가 잇몸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어려서 기관지로 영양이 부족해서 못 올라온 것이다.
건강상 문제는 전연 없다고 의사소견서를 보냈지만, 못나 온 이빨 한 개가 그렇게도 식구들 속을 태우더니, 얼마 후 합격 됐으니 한 과정만 더 기다리라고 연락이 왔다.
*일곱째는= 행운의 관문이다.
어쩜 가장 어려운 마지막 관문이다. 1400명 학생을 뽑는데 2배 정도 뽑아 놓고,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내는 것이다.
다른 모든 관문은 본인의 능력으로 통과하지만, 이것만은 다를 수 있다.
그들도 미안 했던가? <Good luck> 편지도 함께 보내왔으니,
사람들은 곧잘 굿 럭! 굿 럭! 인사를 하는데,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고르고 고른 합격자 중 마지막 별을 골라 합격시키는 것 같은 행동이다.
집식구들이라도 군대를 다녀왔거나, 그 학교와 인연이 있으면 우선권을 주웠지만,
전진이 한국군으로 월남을 다녀왔다는 것은 호주(濠洲)라면 민주국가를 위해 싸웠다고 매달 천불 이상이 나오고, 사회적 특혜와 장례비까지도 나온다고 하지만,
민주국가의 원천이라는 미국선
<국가가 널 위해서 뭘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 뭘 해줄 것인가?>
말은 잘해도, 외국 사람이 아무리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도, 돈만 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라에선 아무짝에도 소용없었다.
이런 어려운 전 과정의 관문을 모두 통과하고 안 가겠다고 하니 속이 타 죽을 지경이다.
아는 사람들마다 (지금 뭔 소리를 하냐?) 난린데, 정작 본인은 (합격)한 것만으로 영광을 삼겠단다. 아무리 다그쳐도, 아들놈은 꿀 먹는 벙어리다
“너는 아버지 소원 하나도 못 들어 주냐? 네 아버지가, 그 학교를 들어가기를 얼마나 기원했는지, 누구보다도 너도 잘 알면서 그러냐!”
아들의 효심에 불 지르는 옥련의 말이다.
전진도 한 마디 거든다.
“그래 맞다. 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너한테 다 해 주었다. 그것도 항상 더 좋은 것으로만 해 주었다. 자동차만 해도 그렇다. 남들이 어떻게 17살 애한테 그 좋은 세차를 사 주냐! 말해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남보다 잘 키우고 싶어 나는 사 주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너는 그런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아버지 말을 거역하기냐!”
조금 치사한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식 간에 치사하면 좀 어떤가? 부자지간인데 …….
“아버지는 그러려고, 차 사 주셨어요?”
소리치는 지 놈도 치사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잠시 뜸을 들인다.
“그래도 이놈아! 나는 자식을 세상에도 멋지게 키우고 싶단 말이다.”
윤상이 조용하자 전진은 용기로 밀어붙인다.
“우리 집안에 장군 하나 만들어 보자! 그것도 세상을 호령하는 미국 장군을!
그것이 아버지 평생 소원이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서 합격해 놓고, 어째서 반대하는지 아버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아버진 그 학교 안 가면 자식으로 인정도 않겠다는 말투시네요.”
윤상의 말에 전진은 가슴이 뜨끔했다. 정말 그런 뜻은 아니다.
다만 자기 같은 처지의 사람이, 미국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서기란 말같이 쉽지 않다.
사람이 돈만 많다고 출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아들은 더 잘 알 것이기에, 그만둔다.
그러자 진짜로 전진 부부의 큰 약점을 들고 나온다.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제가 다른 운동은 잘해도, 기관지 때문에 달리기는 못한다는 것을…….”
예비시험 보러 가서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놈아 달리긴 누구나 힘이 드는 거야.” 전진의 목소린 쭈그러든 깡통이다.
“그래도 전 달리기는 못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전진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들이 저리도 싫다는데, 꼭 그렇게 힘든 학교를 보내야 하나?
대답을 못하자, 그 마음을 감지한 옥련이, 전진을 보자면서 이층으로 불러 간다.
“여보! 당신이 약해지면 안 돼요! 저놈이 당신 마음 약한 줄 알고 지금 저러는 거요.”
“그래도 달리기는 힘들거든! 그리고 저렇게도 안 갈려고 하는데…….”
“달리기를 왜 못해요. 젊은 놈이! 당신보다 더 잘 뛸걸요. 당신이 속으면 안 돼요.”
강한 어머니가 강한 자식을 만드는가? 전진의 두려운 표정에 옥련은 말한다.
“당신은 자식에 대해서는 나보다 몰라요, 저 애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건강해져요.
한국서도 태권도를 배우고부터, 기관지가 좋아진 걸 내가 아는데요. 저 애 키우고 살고 싶거든 내 말대로 하세요.
친구들이 힘들다. 힘들다. 하니까, 대학가서 놀고 싶어 그러는 거예요”
전진은 옥련의 말을 믿기로 하고, 이층서 내려와 식탁에 앉는다.
“그래 알았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나도 어려서 마라톤을 해 보니,
남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뛰지, 정말 힘들더라.”
아들은 정말 반가운 표정이다.
“대신 이렇게 하자! 오늘부터 아버지가 달리기를 해 보마.
이 나이에 달린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
래도 해 보마. 그래서 정말 힘들면 그땐 포기해라! 나도 더는 잔소리를 안 하마!”
말없이 고개 숙이는 아들이 전진은 미안하고 안타깝다.
다음날 아침 6시에 집 근처의 공원으로 나간다.
초등학교 때 학교 대항 마라톤도 나가고, 단거리 예비 선수로도 출전하고, 여름 방학이면 자갈밭 신작로 길을 발바닥이 후끈 거리도록 맨발로도 뛰어 본 전진이다.
자신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달려니 생각보다 힘들다.
1마일도 못 달리고 숨이 가빠 온다. 달리다 걷다, 또 달리다가, 몇 발자국 못 뛰고 주저앉아 버린다.
앉아서 생각하니 이것도 팔자련가?
나이 46에 아들 육군사관학교에 보내겠다고,
새벽바람에 달리기를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런 생각이 든다.
“아- 자식이 무엇이기에…….” 하늘을 쳐다봐도 답답하다.
무엇을 한들 못살까? 이 좋은 미국서… 돈만 많이 벌면 잘사는 것 아닌가?
쪼그리고 앉아 고개 숙이고 생각해도,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벌떡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한다.
하늘에 뜬 조각구름이 해도 뜨지 않은 높은 하늘에서 일찍도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을 발하면서 날아가고 있다.뛰다, 걷다, 주저앉아 숨을 고르다 퀭한 눈으로 집으로 온다.
카페에 앉아 술 한잔 마시며 생각하니 화가 나견딜 수가 없다.
달리기가 아무리 힘들다고 하지만, 인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학교를 합격해 놓고 안 간다니 이해가 안 된다.
용돈까지 받아 가며 다니는, 세상에도 제일 좋은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그것도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West point)을 안 가려 하다니…….
“지가 아비를 위해서도 그럴 수는 없다!”
소리치면서 공원으로 간다. 밤에 달리니 달밤에 체조다.
아침에는 구름과, 저녁에는 달빛 아래서 별과 함께 뛴다.
작지 않은 공원을 한 바퀴도 못 돌고 쓰러지고 만다. 얼마 남지 않는 입학이 전진의 가슴을 조이고 있다.
이튿날 아침은 동네 럭비구장으로 간다.
전진보다 일찍 나온 30대 젊은이가,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달리고 있다.
전진도 따라서 뛴다.
젊은이가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달리기란 앞사람 발자국을 쫓아가면 덜 지친다. 전진은 중얼거린다.
“나야 아들 학교나 보내려고 뛰는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게 뛰나? 내가 무엇이 있나?
아들 하나 딸 하나 달랑 둘인데, 그 아들놈이 늦잠 자고 싶다고 안 일어난단다.
희망이 보이는 앞길이 열려 있는데, 떼쓰는 망아지처럼 억지를 부린단다.
지금 깨워 보내지 않으면 시간이 없는데, 이불 속에서 안 일어난단다.
나는 어떻게든 그놈을 방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아들아! 윤상아! 오는 잠 다 자고 어찌 산다냐? 일찍 일어나야 늦잠 잘 시간도 온다.”
아들얼굴을 떠올리면서 중얼거리니, 앞서 뛰는 젊은이가 뒤돌아 쳐다보고, 잽싸게도 달아나 버린다.
몇 바퀴 더 돌자 단내가 나고 숨이 차온다.
집에 돌아와 아침 밥상에서 젊은이와 달렸던 야기를 한다.
“너는 왜 아버지를 그렇게 힘들게 하냐?”
옥련이 핀잔을 해도 윤상은 끄떡없다.
일주일쯤 지나자 전진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섰다.
힘든 달리기도 연습만 하면 체질도 따라 준다.
전진은 어려서부터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들놈은 아버지의 고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이 없다.
다시 아침 먹는 자리다.
“저 애가 자기 힘든 것 알아달라고 일부러 그럴 거예요.
여보! 당신이 힘내세요. 여보, 파이팅!”
주먹을 쥐고 외치는 옥련에게서 전진은 용기를 얻는다. 세상에도 힘찬 아내 응원이다.
“오빠는 왜 그 좋은 학교를 안 가려고 해? 콱! 육사나 갈까 보다”
신지의 말에 윤상은 눈만 크게 흘기고 밥만 퍼 넣고 있다.
“아들아 한번만, 우리 한번만 같이 달려 보자, 응! 그래도 힘들면 까짓것 그만두자.”
부탁하고 사정한 끝에 겨우 승낙을 얻은 부자(夫子)는, 공원으로 나간다.
젊음은 참 좋은 것이다. 한 번도 달리는 것을 못 봤는데, 시작부터 빨리 나가더니, 어느새 저만큼 달리고 있다.
전진이 아무리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해도 따라갈 수가 없다.
너무 힘들고 숨이 차서 주저앉아, 달리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숨을 헐떡인다.
“됐다! 헉헉…….됐어! 헉헉……. 나보다 훨씬 잘-알 달린다. 그렇게 뛰는 거야! 이놈아!”
힘차게 달리는 아들의 뒷모습에 전진의 눈물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다.
“못된 놈! 나보다 훨씬 잘 달리면서 꼭 지 애빌 숨차게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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