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전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게임의 과정은 사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저는 장타가 연달아 터지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게임보다 딱 1:0 혹은 2:1 정도로 끝나는 게임이 훨씬 더 재밌거든요. 그리고 어제 경기 막판의 분위기는 양팀 모두 "옛다 너희가 이겨라~"하는 기분이어서 조금 답답했습니다. 찬스가 이어지는데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그것이 투수의 압도적인 힘이 아니라 타자의 아쉬운 공격 스타일에 의한 것이어서 특히 그랬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역전에 성공한 것은 참 다행입니다. 선수층이 얇은 팀일수록 어제 같은 경기를 지면 내상이 큰데, 그래도 승수를 쌓았으니 말입니다.
경기의 주도권을 내준 것은 선발이 밀려서, 그러나 그 주도권을 완벽히 빼앗기지 않고 일부 힘의 균형을 찾은 것은 상대 선발을 공략해서입니다. 역시 야구의 가장 큰 변수는 선발의 구위와 컨디션이죠. 로테이션을 제대로 돌리기가 참 어렵고, 불펜의 힘도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러니까 더욱 선발의 등판 간격을 확실하게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팀이 더 많이 이긴다고 믿습니다. 송창식과 김민우도 자꾸 불펜에서 소모하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얼른 선발에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김민우가 선발로 몇 경기 로테이션을 돌았을 때,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선발에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권혁에게 중요한 것은 [제구]가 아니라 [구위]입니다. 홀드왕을 할 때도, 시즌 초 수호신 시절에도 권혁은 존을 좁혀 활용하는 투수가 아니었죠. 권혁이 안타를 맞는 것은 "패턴을 간파당해서"가 아니라 "구위가 떨어져서"일 확률이 더 높습니다. 왜냐하면, 속구로 윽박지른다는 것을 타자가 이미 알고 스윙하는데, 공의 힘이 더 셀 때는 아웃이고 방망이의 힘이 더 셀 때는 안타가 나오는 유형이거든요. 쉽게 말해서 알고도 못 치는 유형입니다. 7-8월에 이 부분에서 계속 문제가 생겼는데 그래도 이틀을 쉬니까 조금 낫네요. 후반으로 갈 수록 순위다툼이 더 치열하겠지만, 앞으로 권혁은 휴식을 좀 더 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볼넷을 좀 주더라도 어떻게든 막아내는 어제와 같은 모습을 계속 기대하려면 말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김회성 스퀴즈 상황입니다. 아마 두가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스퀴즈 사인인데 폭스가 그걸 못 봤거나', '스퀴즈 사인이 아닌데 김회성이 잘못 봤거나' 스퀴즈 사인이 나긴 했는데 투수가 공을 바깥쪽으로 많이 빼는 것 같아서 폭스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든지....뭐 그런 가정도 가능하지만 일단 사인미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상황이었을지 여전히 궁금하네요. 김회성은 어떻게 해서든 번트를 대야겠다는 자세였고, 폭스는 홈에 들어올 생각이 전혀 없던데 말입니다. 성공했다면 아주 좋은 작전이었을텐데, 그냥 궁금합니다. 어디에서 미스가 난 것일까에 대한 순수한 궁금증 말입니다.
저는 폭스가 포수를 보든 우익수를 보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상대 배터리가 폭스에게서 장타에 대한 부담을 가질 것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김경언이나 최진행도 홈런을 칠 수 있지만 외국인 타자가 (갯수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볼배합을 바꿀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느갸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폭스가 5~6번에 배치되면서 '걸리면 넘어간다'는 부담을 주면 김태균과 김경언의 AVG가 분명 올라갈 것입니다. 최근 3경기 중 2경기에서 폭스가 그걸 해냈으니 앞으로 더 자주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균은 KBO에 소속된 역대 모든 타자들 중에서 끝내기를 가장 많이 친 선수입니다. 연패 기간 동안 그렇게 부진하고 맨날 병살만 친 것 같은데 올 시즌 타율이 .331이죠. 거의 대부분의 야구 선수가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못 쳐보는 AVG가 .330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바로 김태균의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장종훈-이승엽-김동주-양준혁 같은 선수와 비슷한 레벨의 임팩트 말입니다. 동시대에 활약중인 이대호나 박병호에 비해 더 훌륭한 기량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하겠지만, 그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있냐고 물어도 역시 대답할 필요가 없는 그런 임팩트겠지요. KBO 34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레벨에 속하는 4번타자가 지금 우리와 함께 뛰고 있나봅니다.
첫댓글 역시 선발이 문제네여...김민우 어제같은 모습이면 고정 선발로 키워도 될것같은데....승리는 못챙겼지만..어제 경기는 김민우선수가 MVP라고 생각듭니다...
마지막 말씀 넘 멋있습니다...
"KBO 34년 역사상 가장?훌륭한 레벨에 속하는 4번타자가 지금 우리와 함께 뛴다..."
아... 감동~
저는 좀 산만해보여도 어제 같은 경기 좋아합니다. 삼성에게 5대0 으로 지고 시작한 경기를 이겼죠. 어제 권혁은 변화구 제구가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자신있게 잡을 수 있다면 직구의 힘도 커지겠죠. 김태균은 이전보다 오른쪽 어깨를 활용해서 타격 타이밍을 잡는 자세가 많이 안정된 모습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약점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술적인 수준이 다르고 늘 진화하는 타자로 보입니다.
어제 김민우가 선발하고, 오늘 안영명이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투수들이 좋지 않을때 타격에서 메꿔줘서 다행입니다만 어제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경기는 이겼을 때만 재미있지요..
멋지네요 잘봤습니다
스퀴즈 상황 몇번이나 다시 봤는데 폭스가 스퀴즈 싸인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투수가 공을 집어드는 시점에 용규가 2루 도착한 걸로 봐서 스타트를 끊었던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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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은 잘 모르는 거죠... ^^
류현진이 sk로 갔으면 더 강력한 투수가 되었을지 아니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듯이...
김태균 선수가 강팀으로 갔으면 더 강력했을지 아니었을지는 잘 모르는 겁니다..
다만!!!
오렌지 색 유니폼이 아닌 다른 색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은 생각하기도 싫네요~ ^^
많은 사람들이 류현진이 삼성이나 다른 팀이였다면 몇승을 했을거다 뭐 이런 말들이 참 많은데 왜 그 적용을 김태균에게는 인색하게 구는지 모르겠습니다. 김태균과 박병호가 팀이 바뀐다면 둘의 성적이 어땟을지 생각해봅니다. 모르긴 몰라도 김태균은 타점과 홈런은 더 늘어났을 것이고 박병호는 삼진이 줄었을 것이고 볼넷은 더 늘어났을 듯하네요. 언제나 잘하면서도 언제나 욕을 먹는 김태균선수를 보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궁금한건 스퀴즈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미 출발이 늦었는데 왜 폭스가 홈으로 뛰었느냐죠. 그것도 설렁설렁 조깅폼으로요... 먼가 착각한게 아닐까요 파울같은걸로.
그리고 저번에도 여쭤봤었는데..6607이 뭔가요?
정말 모르셔서 물으셨군요. 1번 선발님의 6천6백 일곱번째 글이라는 표시입니다.
@꿈꾸는 독수리 아 진짜요? 글 마니올리셨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도 글 올리게 되면 말머리붙여야겠네요
경기후기 잘보았습니다..아직도 어제 경기가 뇌리속에 계속 남네요 ㅎㅎㅎ
글 너무 재밌습니다~
잡담 좀 자주 해주세요~ㅎㅎ
모두 공감가는 내용인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데도 이런 깔끔한 표현력 부럽네요^^
애초 김민우를 선발로 넣고 좀더 지켜봤더라면... 조금 밀릴때도 더 많이 던져보게 했더라면... 하는 부분은 정말 아쉬움이 크네요.
그럼 선반 로테에도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었을테고 선발의 불안은 불펜까지도 영향이 있으니까요.
'버리는 경기가 아니라면 무조건 필승조' 보다는
좀더 다양하게 루키들에게 던지는 기회가 많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드네요.
김태균도 왜저렇게 병살을 치냐?
했는데도 타율 0.331.... 그래서 대단한 타자인가봅니다ㅎㅎ
어제 김민우가 선발로 올라왔다면 연장까지 안가고 이겼을것같습니다... 김민우에게 계속 선발기회를 주었다면 지금 선발
한자리를 무난하게 차지했을것 같습니다... 제발 투수로테이션 규칙적으로 5일간격으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