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mbawamba 'Tubthumping'(1997)
일본의 소도시나 농촌 마을을 여행하다 보면 그들이 아직 우리보다 앞서 있는 풍경을 보게 된다. 아무리 촌구석이어도 깨끗하게 관리한 포장도로, 낡았지만 깨끗한 집들, 그리고 정말 작은 규모라도 필수적인 병원이 지역에 촘촘히 산재해 있다. 은퇴 후 시골 생활을 꿈꾸는 내 주변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도심지에만 몰려 있는 의료 서비스의 불균형이다.
코로나19의 재유행 기세가 심상찮은 판국에 공공 의료 정책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대해 무기한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의사협회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다. 특수 전문 집단의 이익과 공공적 가치 충돌 해결에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영국의 펑크 그룹 첨바왐바의 'Tubthumping'은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클럽에서 한때 맹위를 떨친 세계적 히트곡이지만, 리버풀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투쟁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목인 'Tubthumping'이란 단어부터가 '열변을 토하다'라는 뜻이고 '잔으로 탁자를 치다'라는 뜻까지 품고 있으므로, 노동자들이 가는 선술집인 펍에서 잔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단결을 외치는 장면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승리할 때 우린 노래 부를 거야'로 서두를 뗀 뒤 그 유명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시련에 무릎 꿇더라도 난 다시 일어설 거야/ 너희는 결코 날 무너뜨릴 수 없어.' 이 주제 멜로디와 노랫말은 무려 스물여덟 번 반복된다.
영국의 그래미에 해당하는 브릿 어워드에서 첨바왐바는 이 가사를 '새로운 노동당은 항구를 팔아먹었다/ 마치 우리 모두를 팔아먹은 거처럼'으로 바꿔 불러 화제가 되었다. 드러머 댄버트 노바콘은 시상식 앞자리에 앉은 부총리 존 프레스콧의 머리 위로 얼음 양동이를 쏟아부었다. "이는 배신자의 몫이다!"를 외치며.
이 프레스콧은 다름 아닌 항만 노동자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노래의 메시지와 뮤지션의 태도가 드물게 일치하는 그룹임은 틀림없다.
강헌 음악평론가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