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 기일(5월 30일)이 다가와 ‘청양’에 내려가야 하는데 마침 금요일이다. 다음 날인 토요일, 청첩장도 없고 약속되어진
일정도 없어 여느 때와 달리 제사를 지내고 곧바로 상경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다. 이왕에 나서는 길~ 번뜩 ‘칠갑산 산행’이
스치고~ 절로 미소가 스며드는 ‘젯밥’의 관심이었다.
사실 만보는 장인어른과의 추억이 없다. 동백이를 알기 전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생전에 술을 엄청 좋아하셨다는 장인어른...
처갓집에 가면 안방에 걸려있는 사진 액자를 한번 힐긋 쳐다보는 게 전부이다. 그래도 내 여자의 아버지이신 장인어른 기일 날...
처갓집 식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삶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기일 날, 직장 오후 행사가 있어 8시에 끝나 출발이다. 대형 할인점에 들러 시장을 보고, 매장의 잔치국수 단돈 천 원짜리로 요기
를 때웠다. 늦은 11시가 조금 지나 도착하니 제사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한다. 음복을 나누고 제수와 제주를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가족의 일체감에 사위 대표 만보도 함께한다. 팔남매(아들 넷, 딸 넷) 대식구인 처갓집, 장인어른 기일이면
보통 사위들도 함께하는데, 이번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자정이 막 지나 안산에 거주하는 셋째 처남이 일어서고, 대전 둘째 처남도 얼마 안 있다 일어선다. 0시 40분, 막내처남도 집으로
향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미풍양속의 틀, 그 속에서의 현실적 바쁜 삶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일까, 형님(큰처남)은 고향을
지킨다. 도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과감히 포기하고, ‘칠갑산’이라는 애칭을 즐기며 꿋꿋한 마음으로 그렇게 고향을
지키신다.
칠갑산 ▲ 일출에서 일몰까지 - 2008년 5월 31일(土)
1. ☞ 사찰로 : 장곡사 → 칠갑산 정상 (2.15km 1시간)
2. ☞ 지천로 : 정상 → 삼형제봉 → 마재마을 → 지천리 → 작천교 → 정상 (5km 3시간 28분)
3. ☞ 자비정 : 정상 → 자비정 → 정상 (1.6km 35분)
4. ☞ 도림로 : 정상 → 도림사지 → 정상 (2.5km 1시간)
5. ☞ 천장로 : 정상 → 천장호 → 마을 민가(식수) → 정상 (4.7km 1시간 45분)
6. ☞ 산장로 : 정상 → 칠갑산 천문대 → 칠갑광장 → 정상 (3km 1시간)
7. ☞ 사찰로 : 정상 → 장곡사 (2.15km 45분)
04시 15분. 장곡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름 모를 새(어치)가 빤히 쳐다본다.
살며시 손을 내미니 날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얼씨구나 올라앉는다.
저리 가라고 밀쳐도 떨어질 생각을 않는 새~
하는 수 없이 어치와 함께하는 칠갑산 산행~ 길조(吉鳥)~ 길조(吉兆)의 조짐~
(04시23분 산행시작) 번개 연락을 받고 공주에서 급히 달려온 친구(거브기) 어깨 위에서 함께한다.
아마도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먹이를 달라는 눈치였던 것 같다.
40분 쯤 올랐을까, 동이 트기 직전 삼형제봉(작은 칠갑산)이 보이는데 푸드덕푸드덕 날아가버린 어치...
만보를 빤히 쳐다본다. 쉼 없이 간식도 먹지 않고 오르는 거브기와 만보가 미웠나보다.
동이 트는 새벽녘~ 행여 일출을 놓칠라 발걸음 재촉한다. 하지만 그때의 풍경을 놓칠 수 없는 만보,
디카 셔터에 절로 손이간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정상
아뿔싸~ 이미 시작된 일출~ 딱 한시간 만에 정상을 밟은 05시 23분, 생각지도 않았던 새와 노니느라 2% 부족한 시간의 아쉬움
이었지만 괜찮다. 내일도 해가 뜨는 일출은 다음에도 있지만, 어린새(어치) 와 함께할 행운을 또 다시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깜깜한 밤의 적막을 서서히 벗어버리고
거침없이 떠 오르는 장엄한 태양...
붉은빛 하늘은 우주와 동화되어 너울너울~ 춤을 추기 시작한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친구 거브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붉은 태양의 광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고 힘찬 정기를 받으며 기원했다.
아주 큰 아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친구의 건강을...
물론 내 여자 동백의 빠른 쾌유도...
고딩 학창시절 3년을 함께한 거브기, 공주에 거주하지만 만보가 자주 찾는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유붕자원방래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
학이편에 있는 논어의 첫 구절은 친구이다.
이제 곧 가야할 지천로(3.9km) 산행길~ 삼형제봉(작은 칠갑산)
이른 아침을 하고 출발(05시 55분)
삼형제봉 정상에서 만난 어르신 : 존함 김천호(67세) 까치네 마을에 거주하시며 행정발전위원장을 거쳐
현재 산림조합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노익장이시다.
동네 어르신은 지천리 까치네 마을 집으로~ 거브기와 만보는 코스길을 잠시 이탈 마재마을로~ 향한다
마재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곳, 밤나무 숲이 울창한 곳에서의 휴식
만보가 마실 즉석 냉커피를 만드는 거브기
뜨끔뜨끔 목감기의 후유증~
가치네 마을, 작천교~~~ 까치 작에서 새조(鳥)를 지우면 만보의 이름 맨앞 성인 옛석(昔)
▼
작천교 교각에 걸린 거미줄을 통해 바라본 삼형제봉
작은 칠갑산이라고도 불리는 삼형제봉을 거쳐
다시 오른 칠갑산 정상 ▲ 09시 45분, 5km(3시간 28분)
칠갑산(큰처남) 형님께 휴대폰 날리니~~ 직장 동료들과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신다. 그냥 휴식을 취하기에는 긴 시간이라 짧은 거리에 있는 자비정을 다녀오기로 하고
▼ 출발(10시 10분)인데, 양산을 쓰고 발거음 가볍게 사뿐사뿐 걷는 여인이 눈길을 잡는다.
자비정
마음씨 좋게 생기신 아주머니가 거네준 메추리알을 맛나게 먹고
정상을 밟은 시간~ (10시 45분) 처남을 기다리며 휴식~
만보에게 늘 힘을 실어 주시는 처남 형님과 한컷(11시 30분)
▲ 점심 식사후 달콤한 ▼ 오수... 녹색 짙은 숲이 만들어주는 나무 그늘의 고마움이었다.
▼ 12시 25분 도림로(2.5km) 오후 산행 시작~
내리막길~ 힘들어서 쉬는 게 아닌, 타는 목마름~
거브기의 영역
도림사지 - 1996년 2월 27일 충청남도기념물 제100호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12,545㎡이며, 길이는 동서 100m,
남북 150m이다. 칠갑산 남쪽 계곡에 축대 3단을 쌓아 마련한 대지에 건립한 고려시대의 절터이다.
▼ 도림사지를 찍고 4번째 정상에 오른 시간(13시 25분) 2.5Km 1시간
▼ 천장로 탐방~ 13시 30분 출발
천장호(天庄湖) - 면적 1,200㏊로, 칠갑산 동쪽 대치(한티)에서 흐르는 개울을 막아 7년간의 공사를 거쳐 1979년 관개용 저수지로 축조
되었다. 칠갑산자연휴양림에서 11㎞ 떨어진 칠갑산 산등성이에 자리잡고 있으며, 깨끗한 수면과 빼어난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청양명승
10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른 봄이면 빙어를 낚는 낚시꾼들로 붐비며, 산등성이에 정자가 있어 호수의 경관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발바닥에 땀난 거브기의 망중한
▲ 정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물이 떨어져 ▼ 민가로 향한다.
내리쬐는 태양~ 타는 목마름의 헉헉~ 약 1km에 위치한 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천장로 탐방 -끝- 정상을 다섯번째 찍은 시간(16시 30분). 4.7km ~ 1시간 45분
▲ 칠갑광장 방향 ▼ 산장로(17시 45분 출발)
충남교육공무원 노동조합 사람들, 600~700명은 족히 되었다.
257 계단을 올라 여섯번째 정상에 선 시간(19시 05분) 3km ~ 1시간 10분
칠갑산(七甲山)은 충남 청양군에 있는 산이다. 1973년3월6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백제는 이 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그래서 산 이름을 만물생성의 7대 근원 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로 생명의 시원(始源) 七甲山이라 경칭하여 왔다. 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 있는 산이라
고도 전한다.
충청남도의 중앙에 자리잡은 이 산 동쪽의 두솔성지(자비성)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가 모두 연대된 백제의 얼이 담긴 천년사적지이다.
공주시내 방향
논산~ 강경~ 부여 방향
오소산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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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금빛 낙조의 시작 ~
뜨는 해를 아껴쓰고 지는 해를 아쉬워 말자...
19시 45분 일몰 -끝- 하산~
장곡사~ 하산 완료(20시 30분)~ 빨리 집에 가고싶다.
첫댓글 어치와의 여유있는 산행을 하루일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일출과 일몰 정말 질긴 산행을 했습니다. 어제는 만보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들어가 만보님이 뉘신지 조금은 알고 갑니다.
하루에 여섯번의 정상 ...참으로 대단하십니다...새벽 동녁에서 저녁 노을까지. 언제나 옆으로만 가본곳,
잔잔한 감흥이... 좋습니다. 언제나 한 번 이렇게 숨어보나. 인사드립니다.
저도 함 따라 해 볼랍니다. 하루 웬종일... 참 좋습니다.
만보님이 만보만 걸어야지 십만보를 걸음 으쩌것다는 것이여~!!! 두분의 우정에 시셈이 절로....부럽습니다 두분의 끈끈한 정.
칠갑산 산길을 하루 종일 걸으셨네요. 멋진 글과 그림 고맙게 봤습니다.......거브기 엉아가 갑자기 미워지네...델쿠 좀 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