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곳을 당분간 볼 수 없을거란 생각에
캠퍼스 구석구석을 다니며 눈으로 사진을 찍어 두려 했던 일.
8월의 잎처럼은 아니지만 이미 선명하게 푸르던 교정의 나무들이며
여기 저기 울긋하던 연산홍,, 또 학교 안에 조그맣게 흐르던 시내.
일종의 .. 정서적인 데자부랄까,
나는 그때와 비슷한 기묘한 일체감을 느끼며
모니터 앞에 우두커니 앉아
파티션으로 둘러쌓인 내 책상의 끝에서 끝으로
가만히 눈을 흘려 본다.
뭐.. 잊혀지면 잊혀져도 될 풍경이지만,,
이것 역시 내가 잠시 머물던 한 시절의 편린일테니
기억한다 해도 좋을 것만 같다.
.
.
경제용어사전,
명함집,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클릭클릭 오피스 97,
cinebus,
재무회계,
무역운송/보험,
선물거래 이론,
무역계약실무,
gold derivatives,
先物/옵션거래 實務,
lbma precious metal conference 02,
홈페이지 만들기,
미국 뒤집어 보기,
wind-up bird ; chronic,
뉴욕 3부작,
뉴스 스크랩,
영어명문 스크랩,
그 외 몇가지 계약서.
; 내 자리 책장에 꽂혀진 건조한 책들의 목록.
그 옆 큰 TFT 에는 post-it들이 군데 군데.
본부 좌석 배치도와 팀 비상연락망은 자석으로 파티션 정면에 붙어있고,
우측에는 팀장님이 직접 싸인해준 한 심리학자의 '행복지수 공식'
幸福지수 = P+(5 x E)+(3 x H)
P - 인생관
E - 돈,건강 등 생존조건
H - 야망 등 더 좋은조건
.. 그 심리학자에게 묻고 싶다. . ' 넌 행복하니? '
그 아래 책상위에는
디지폰 하나와
크리스마스때 받은 유리 눈사람,
볼펜꽂이,
캔디상자,
회사노트 2권,
15인치짜리 조그만 로이터 스크린.
그리고 그속에서 쉴새없이 흔들리는 경제지표들.
유리판 아래에는
작년 봄 지리산에서 찍은 독사진,
이번달 경제 달력,
그리고 친구가 보내준걸 print한
'무소의 뿔처럼처럼 혼자서 가라'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
내가 선택했으니 이제 머지않아 이곳을 미련없이 떠나야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마지막을 예감하는 일은 머릿속에 묘한 아쉬움을
남기게 마련인 모양이다.
지난 3년은 나름대로 열심히 달려왔으므로 헛되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보기도 하지만,, 이제 나는 잠깐의 공백뒤에
또 다시 열심히 달려 가야 하므로.. 그게 전혀 두렵지 않다 말할 수는
없을거다. 내 앞에 놓여진 2개의 회사, hidden card를 펼치듯
조심스레 또 조심스레 여기 저기 맞춰보지만,, 결국 다녀보지 않고서야
아무도 알 수 없는것 아닌가. 내가 무엇을 택하든 그것을 그냥 운.명.
이라 믿어 버리고 말까..
퍼득 드는 생각은,,
차라리 창이 넓고
그 창을 언제든 활짝 열어 둘 수 있는 회사를 한번 알아볼까.
scar...님은...ㅠ ㅠ 너무나도...저의 이상형과 흡사하군요ㅠ ㅠ 침발라놔야지...^^ 여자친구가 있으시다면...결례를 범하야...죄송...쑥쓰...어딜 가시든, 제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후후후 새로운 곳에서도 빛을 발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으시든...몸도 영혼도...건강을 잃지 않기를...
첫댓글 우린..아직..젊기에..뭘해두 후회보단 경험이 되는거구..인생이 되는거겠죠..후회란말은..죽기직전에나 하는말이 아닐까 싶네요..두려워하지말구..스스로를 이겨내라..(캬~명언이다)
scar...님은...ㅠ ㅠ 너무나도...저의 이상형과 흡사하군요ㅠ ㅠ 침발라놔야지...^^ 여자친구가 있으시다면...결례를 범하야...죄송...쑥쓰...어딜 가시든, 제가 함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후후후 새로운 곳에서도 빛을 발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으시든...몸도 영혼도...건강을 잃지 않기를...
님의 글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네요....
스카오빠 인기폭발!! 벙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