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주 문의를 받는다. 부모님이 백내장수술을 권유 받았는데 눈 안에 넣을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단다.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많으실 터인데 선택의 기로에서 큰 고민에 빠졌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일반 인공수정체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인공수정체는 한번 넣으면 바꾸기 어렵다는데 한번 수술할 때 제일 비싼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데 비싼 값어치를 하는 걸까?
눈 안에는 카메라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있는데, 이 수정체가 뿌옇게 되어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 백내장이다. 백내장수술을 통해 뿌옇게 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바꿔주게 된다.
일반 인공수정체로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눈 초점을 한곳에만 맞출 수 있다. 먼 곳은 또렷하게 보이지만 가까운 곳(책글씨)은 흐려서 돋보기를 써야 한다. 인공수정체의 도수를 가까운 곳을 또렷하게 보도록 맞출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가까운 곳은 또렷하게 보이지만 먼 곳은 흐려서 안경(원거리용)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일반 인공수정체로 수술을 받고 있으며 매우 만족해한다. 수술 받는 나이가 대부분 고령이므로 수술 전부터 노안으로 인해 돋보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술 후에 돋보기를 사용하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수술을 받게 되면 눈 초점을 여러 곳에 맞출 수 있다. 먼 곳의 글씨도 또렷하게 보이면서 가까운 글씨도 또렷하게 보인다. 중간거리의 글씨도 또렷하게 보인다. 돋보기를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백내장도 없고 노안도 없는 젊은 눈을 되찾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일반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눈으로 먼 곳의 글씨를 100만큼 또렷하게 본다고 가정하면,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눈으로 먼 곳의 글씨를 80만큼(정확한 수치는 아님)만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가까운 곳 글씨도 동시에 또렷하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80만큼만 또렷하게 봐도 일상 생활하는데 충분하다. 실제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수술 받은 환자들 대부분 매우 만족해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돋보기 쓰는 것을 싫어하는 환자에게 권하고 싶다. 그러나 책이나 신문 글씨 볼일이 적고, 돋보기 사용에 친숙하다면 일반 인공수정체가 더 적합하다. 또한 일할 때 미세하고 정밀한 관찰이 필요한 분들도 일반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비싼 값을 치러야 하므로 나에게 꼭 필요한 선택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