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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18
S#1 세정집 거실 (밤)
17회와 연결해서...
세정 자기... 참 운 나쁘다. (초음파 사진 내밀며) 나 임신했어.
도연 뭐? (놀라서 세정 보고 초음파 사진 보는, 충격에 다시 세정 보는)
세정 (그 반응에 예민해지는) 안 믿겨요? 아님, 믿고 싶지 않아? 왜 하필, 그래?
도연 (안 믿기는, 다시 초음파 사진 보는)
세정 6주 됐대.
도연 (세정 보며) 몇 년간... 아이 안 갖는다고 하지 않았니?
세정 난 운이 좋았고 자기는 운이 나빴다고 해야하나?
의사 말이, 백프로 안전한 피임은 없대요.
도연 (머리가 띵하다. 멍해서 세정 보면)
세정 (그 반응에 화나는) 그렇게 충격이야? 아이라구! 당신 아이! 자기 어떻게,
기쁜 척은 못해두, 그렇게 하늘 무너진 얼굴을 해?
도연 (퍼뜩 정신 차리는) 미안하다.
세정 (기막혀) 임신했다구 남편한테 알리구 미안하단 말을 들을수도 있구나.
도연 (혼란스런) 그냥 평범한 상황이 아니잖아.
세정 (얼른, 도연이 어쩔수 없으리란 확신으로) 그러니까 미국 가자구. 여기서
자기 힘들거구, 힘들어하는 자기 보면서 난 더 힘들거구. 뭣보다...
(씁쓸한듯) 아이한테 못할 짓이잖아.
도연 (보면)
세정 자기 이번 프로 마치면, 아니 이번 촬영만 마치면 바로 떠나자.
비자며 비행기 예약 내가 알아볼께.
도연 잠깐만 세정아.
세정 (멈칫해서 보면)
도연 (당혹스러운) 지금은 그런 얘기할 때 아닌거 같다.
세정 (예민한) 무슨 말야?
도연 (나가달라는) 쉬어... 혼자 있고 싶어.
세정 (모멸감에 보면)
도연 (고개 돌려 다시 초음파 사진 보고)
S#2 세정집 거실 (밤)
쓸쓸히 내려오는 세정, 서운한 듯 서재 쪽 본다.
S#3 서재 (밤)
충격과 당혹감으로 초음파 사진 보고 있는 도연.
S#4 바 (밤)
술잔 훅 털어넣는 재민, 괴로움에 가득한 표정이다.
재민 (다시 술 따르려면)
석주 아 이 자식, 술을 아예 들이 붓네. 그만 마셔. (술병 잡으려면)
재민 (뺏어서 따르고)
석주 아이구 그래, 니 속이 오죽하겠냐? 언젠간 다시 내 와이프 될거라구 굳게
믿은 제수씨가 딴남자 사랑한다니,
재민 (고통으로) 그게 왜 하필 그 자식이냐, 어? 왜 하필 구도연이야... 거기다
(열패감에) 그 자식은 뭐 그래? 뭐가 그렇게 달라? 지수를 사랑하는데
지수가 지한테 안와도 이혼은 한대, 뭐야 그게!
석주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도연이 걘 약간 종자가 다르다구. 그래서 내가
좋아하기두 하지만 말야. 근데 니들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 (그간의 상황
정리하는) 그러니까, 2년 전에, 너하구 세정이가 그러는 동안에 제수씬
도연일 만났다 이거지?
재민 (술병 들어 또 따르고)
석주 그리구 그때 도연이는 제수씰 사랑하게 됐구, 어? 동시에 세정이는 도연이
한테 뻑이 갔구, 넌 것두 모르구 제수씨 들들 볶아 이혼했구, 어?
재민 (회한으로 한숨처럼) 내가 미친 놈이지.
석주 (다시 상황 떠올리며) 첨엔 니가 세정일, 세정인 도연일, 도연인 제수씰,
제수씬 널 바라봤는데... 지금은 도연이랑 제수씨가 (손으로 마주하는 시늉
하며) 서로를 바라보고, 너하구 세정이는 그 두사람 떼낼려구 잡아 땡기구
있는거네?
재민 (듣고 보니 그런, 석주 보는)
석주 뭐야, 결국 너랑 세정이 니들 둘이 벌인 일로 니들 발등 찍은거냐?
재민 (훅 울음처럼) 그렇구나... 그러네... (자조적인 웃음 웃는데 눈물 어린다)
석주 (짠한) 아우 자식... 근데 난 니들 넷 다 진짜 이해 안된다. 무슨 사랑에
다들 인생을 거냐? 너두 그래 임마, 이제 남은 카드 도연이한테 니들 과거
확 불어버리는거 밖에 없는데 왜 그건 또 안할라 그래?
재민 (괴로운) 이젠 다인엄마 땜에도 못해... 자기가 못하고 있는 얘길, 내가
어떻게 하냐... (또 술 마시고)
S#5 지수방 (밤)
잠든 다인 옆에 착잡하게 앉아있는 지수.
다인(소리) 나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알거래. 근데 누구야, 엄마?
지수 (떨리고, 분노하는, 다인 보는) 다인아, 미안해... 미안해... (뺨 쓸어내리는데
현관벨, 이밤에? 보는데 딩동 딩동 계속 울리는, 이상해서 보는데)
S#6 지수집 거실 (밤)
잠옷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선녀와 민수. 현관벨과 문 두드리는 소리 섞여
들린다.
선녀 (놀라) 이게 무슨 소리니? 이 밤에 누구야?
지수 (동시에 방에서 나오는데)
민수 내가 나가보께. (현관으로 가는)
재민(소리) 윤지수!
셋 (놀라서 서로 쳐다보고)
S#7 지수집 현관 앞 (밤)
술 취해서 문 두드리고 있는 재민. 외투 걸치고 급하게 나오는 지수.
지수 (화났지만 작게) 이게 무슨 짓이야?
재민 (보는) 오! 드디어 나오셨군! 어쩔수없이 나왔어.
지수 (재민 밀며) 나가요, 나가서 얘기해. (이쪽 저쪽 쳐다보고)
재민 (미칠듯한 감정에 소리 지르는) 누구한테 간다구? 당신이?
지수 (당황해) 왜 이래, 정말? 다인이 깨.
재민 다인이? 다인이 생각하냐, 당신이?
지수 (확 노려보고 팍 미는) 빨리 가!
S#8 아파트 놀이터 (밤)
화난 걸음으로 앞서 나오는 지수. 재민, 한걸음 뒤에서 터벅터벅 따라오고 있다.
한적한 놀이터로 오자 확 돌아서는 지수, 화난 감정 누르며 재민 본다.
막상 지수와 나오자 절박한 상황 탓에 제정신으로 지수 보는 재민.
지수 무슨 짓이야? 여기가 어디라구, (기막혀) 지금 몇신줄 알아요?
재민 (버럭, 억지쓰듯) 몰라! 지금 몇신지! 여기가 내가 이렇게 술쳐먹구 아무
때나 찾아오면 절대 안되는 당신 집인것두 몰라!
지수 (황당해 멈칫하면)
재민 내가 아는건... 당신 절대 그 자식한테 못 보낸다는거! 절대! 절대...
그거 하나야.
지수 (차분히) 다인아빠, 난 당신하구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야.
재민 당신 맘 돌려.
지수 (황당한 듯 보면)
재민 당신 맘 안돌리면... 다인이 내가 데려가.
지수 (발끈해서) 다인이 물건 아냐! 다인이 갖구 흥정하지 마!
재민 (버럭) 흥정 아냐! (질투와 열패감으로 끓는 눈으로 보며) 내가 내 딸을...
그 자식 밑에서 키우게 할거 같니?
지수 (멈칫하는)
재민 (진심이다) 생각을 해봐, 내가... 그럴수 있을거 같애? 이건 억지두 아니구,
당신 붙잡자는 수작두 아냐. 다른 남자두 아니구, 구도연이야! 구도연!
(가슴 치며) 내 입장에서 그 자식한테 다인이 보낼수 있어?
당신이라면 그럴수 있냐구!
지수 (맞는 말이다, 쿵해서 보면)
재민 그래, 당신이 기어이 당신 사랑, 당신 인생 찾아가겠다면... (가정만으로도
가슴 아픈) 당신은 그 자식하구 살순 있지만, 다인이하군 못살아.
(지수 흔들림 기대하며) 그건 분명히 알아둬.
지수 (보다가) 누가 산대?
재민 그 자식 사랑한다며!
지수 사랑의 끝이 결혼은 아냐. 그런 생각 안해봤어.
재민 그 자식이 오면 받아준다며!
지수 마음이 그렇다는 거야! 마음이! 그 마음조차도... 쉬운건 아냐.
재민 쉽게 말해! 그게 무슨 뜻이야? 그 자식 이혼하고 오면 언젠간 살거 아냐!
아냐? 결국 그럴거 아냐!
지수 (차갑게) 내가 당신한테 말해줄수 있는건, 다인이 없인 내 인생도 없다는
거야. 다인이 떼놓고 다른 남자하고 살 생각, 조금도 없어.
재민 (황당한) 당신하구 구도연, 둘다 정말 이해 안된다.
지수 그러게, 이렇게 서로 말이 안통하는데 어떻게 12년을 살았을까. 가요.
(휙 돌아서 가고)
재민 (허탈하게 보고 섰다)
S#9 세정집 거실 (다음날)
출근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세정. 도연, 어두운 얼굴로 2층에서 내려온다.
세정 (도연 보고 일어서는)
도연 (내려오다 멈칫해서 보면)
세정 당분간 자기가 나 출퇴근 시켜줘.
도연 뭐?
세정 의사가 스트레스 너무 심해서 유산 가능성 있대요. 초기에 조심하라구,
운전하지 말랬어.
도연 운전 안해야 될 정돈데 회사 일은 해도 된대?
세정 운전이 제일 신경 많이 쓰고 위험하니까. 왜, 싫어요?
도연 (잠시 보다가) 아냐 알았어, 나가자. (나가고)
세정 (따라 나가고)
S#10 거리 + 도연 차안
운전하는 도연 옆에 앉아있는 세정, 말없이 운전하는 도연 본다.
힐긋 도연 보는 세정, 도연이 별수없이 마음 돌릴거라고 믿는다. 안심하고.
S#11 세정 회사 앞
와서 서는 도연 차.
세정 (안전밸트 풀며) 있다가 6시에 데리러 와요.
도연 어.
세정 (너무 담담한 도연 보는) 6시까지 올수 있어?
도연 와야지, 너 운전하면 안된다며.
세정 (단지 운전 때문인 느낌에 서운해져서 보면)
도연 (왜 안 내리냐는 듯 보며) 조심하구.
세정 (얼른 미소 짓고) 그럼 있다 봐요. (내리고)
도연 (세정 안 보고 바로 차 빼서 가고)
세정 (서운하게 보고 섰다)
S#12 지수집 거실
외출복 차림으로 선 지수 붙잡고 실랑이 벌이고 있는 선녀.
선녀 가게 안 나가구 어디 나가냐구!
지수 볼일 있다구요.
선녀 무슨 볼일? 그 죄없는 여자 남편 만나러 가는거 아냐, 너!
지수 엄마!
선녀 (기막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줄 모른다구, 어쩜 니가 이러니
어? 너 내 딸 윤지수 맞어?
지수 엄마 나 급해요, 지금.
민수 (화장실에서 달려나오며) 못살아 정말! 화장실에서두 맘놓구 못앉았겠네.
(선녀 팔 잡으며) 엄마 왜 이래?
선녀 넌 왜 날 잡어? 니 언니 잡어!
민수 엄마 언니 몰라? 언니 내놓고 그러는거 아냐.
지수 (팍 뿌리치고 나가는)
선녀 (놀라) 얘! 안돼! (확 민수 보며) 그럼 유부남 만나면서 숨어 만나지 내놓고
만나냐? 너 어디서 니 언니 편을 들어, 지금!
민수 언니 그사람, 내놓고도 숨어서도 따로 만나고 다닌적 없어!
선녀 없어? 없는데 다인아빠가 알구 달려와? 것두 다인아빠 아는 여자 남편인거
같든데!
민수 그 아는 여자가! (하다가 입 다물고)
선녀 그 아는 여자가 뭐? 누군데? 너두 아는 여자야?
민수 (아니라고 손들며) 아니 몰라요, 몰라. (얼른 다시 화장실로 가고)
선녀 (궁금해 쫓아가는) 얘, 윤민수! (잡으면)
민수 엄마 나 급해, 급하다구. (들어가 버리고)
선녀 (속상해 버럭) 니들만 급하니? 에미 속도 급해, 이것들아!
S#13 마실
심란하게 테이블 닦고 있는 선녀. 서운, 웃으며 들어온다.
서운 나 왔소, 선녀씨.
선녀 (서운 보고 지레 찔끔하고) 예... (다른 테이블로 가서 닦고)
서운 세탁기는 어때요? 성능 좋습디까?
선녀 아 그거요? 다인아빠한테 암말 못 들으셨어요?
서운 뭘요?
선녀 세탁기 값 줬어요, 우리 지수가.
서운 예에? 아이구 그래서 이눔 자식이 또 술 쳐먹고 코빠뜨리구 다녔구만.
선녀 (피하듯 스탠드 쪽으로 가면)
서운 (와서 잡으며) 에미하군 얘기 좀 해 보셨어요? 왜 그렇게 뻗댄대요?
선녀 뭐 그게... 그냥 그런가봐요. (슬쩍 빼서 가면)
서운 (이상한) 이상허시네? 왜 제 얼굴도 똑바로 안보고 그러신대요?
선녀 아니 제가 언제요? 그냥 생각해보니까 애들 일 지들이 결정하게
냅둬야 하는데 물색없이 우리가 너무 나댄게 아닌가 싶어서,
서운 (펄쩍 뛰는) 아이구 왜 갑자기 꽁무닐 빼구 그래요?
선녀 아니 그게 아니라... (하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제가. 탈이 좀 났어요.
(나가며) 저 길게 걸려요, 아주 길게 걸리니까 안녕히 가세요. (나가고)
서운 (벙해서 보고)
S#14 세정 사장실
서류 보고 있는 세정, 몰두해서 펜으로 체크하며 보고있는데 노크 소리에 이어
여직원 들어온다.
여직원 사장님, 손님 오셨는데요.
세정 (보며) 누구?
여직원 윤지수씨라는데요?
세정 (멈칫, 올줄 알았다) 들어오시라 그래.
여직원 (문 연채) 들어오세요.
지수 (굳은 얼굴로 들어선다)
세정 (직원에게) 우리 차 좀.
지수 차 필요없어요.
세정 됐어, 그냥 둬요.
여직원 네. (문 닫고 나가면)
세정 (일어서며) 앉으시죠?
지수 (선채로) 우리 다인이 사진 받으러 왔어요.
세정 (탁자로 오려다가 보는)
지수 (다 안다는) 사람 시켜 찍은 우리 아인 사진요, 오세정씨 손에 있는거
불쾌하니까.
세정 아... 그래요, (서랍에서 사진 꺼내며) 이미 얼굴 봤으니까, (들고오며)
버리는 것 보단 엄마가 간직하는게 좋겠네요.
지수 (화난) 그리구, 다신 우리 애한테 장난치지 말아요. 아이예요, 아무 죄 없는.
이 정도 밖에 안돼요?
세정 (사진 보며) 참 똘똘하고 귀엽게 생겼어요, 지수씨 딸.
지수 (확 사진 채는데)
세정 우리 아이 사진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지수 (무슨 말인가? 보면)
세정 도연씨가 갖고 있어서 못보여줘요, 유감스럽게.
지수 (영문 몰라 보면)
세정 하긴, 사진 봐도 모르겠네요.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두, 날 닮았는지 도연씰
닮았는지... (지수 똑바로 보며) 초음파 사진이라.
지수 (헉, 놀라는)
세정 딸아이 걱정되죠? 윤지수씨. 다인이가 엄마가 다른 집 남편 사랑하는거
알면 충격이 클테니까. 더구나 그 아내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서 아빠를
뺏으려는거 까지 알면... 충격이 너무 크겠죠?
지수 (설마... 보면)
세정 (정색하며) 못 알아들어요? 나 임신했다구요. 안 믿겨요? 그럼 도연씨한테
직접 물어봐요.
지수 (쿵!하는, 상상도 못한 소식에 한걸음 주춤 물러서고)
세정 참 다행이예요, 윤지수씨 딸아이한테 그런 충격 안주고 끝내게 되서.
지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충격에 세정 보기만 하고)
세정 (마무리하는) 윤지수씨한테도 다행이예요. 평생 불륜녀로 살뻔했는데.
호적이라는거, 법이라는거, 그거 참 든든한 빽이잖아요. (이제 다 끝이다,
보고)
지수 (더 못견디고 휙 돌아서는)
S#15 거리 + 지수 차안
충격 받고 멍하니 운전하고 있는 지수, 핸들 잡은 손 떨린다.
세정(소리) 나 임신했다구요. 안 믿겨요? 그럼 도연씨한테 직접 물어봐요.
깜빡이 켜고 갓길에 차대는 지수,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집어든다. ‘구도연’ 찾아 버튼 누르려던 지수, 멈추고 핸드폰 닫는다. 혼란에 어쩔줄 모르는 지수.
S#16 세정 사장실
전화하고 있는 세정.
세정 비행기 예약 좀 할려구요... (잠시) 내일 모레 12시 서울 부산 왕복이구요,
두명이예요.
S#17 정선집 거실
검은 상처의 부르스 들으며 커피 마시고 있는 정선, 노래에 취해서 표정 애잔해지는데... 그 위로
명진(소리) 심심하면 쇼핑 말구 다른걸 해봐요. 대학 때 피아노 전공했다면서요.
아이들 레슨을 하든가, 아님 저소득층 애들 가르치는 봉사활동 하던가요.
정선 (한쪽에 있는 피아노 본다. 커피잔 내려놓고 가는)
명진(소리) 정선씨 자신을 위해서 할일을 찾아보라구요.
정선 (뚜껑 열고 앉는) 이게 얼마만이야... (톡톡 건반 몇 개 두드리다가 검은
상처의 부르스 치는)
S#18 공사장
인부와 얘기하고 있는 명진. 석주, 저만치서 정선이 샀던 옷 입고 오고있다.
인부 시멘트 데마치 났는데, 차반장.
명진 그래요? 알았어요, 연락할께요. (하다가 멈칫하는)
석주 (선글라스 끼고 손 드는) 어이!
명진 (석주 옷차림 보고 어? 놀라는, 아래 위로 훑어보는)
석주 (착각) 날세, 나! (혼자 신났다) 그렇게 못 알아볼 정돈가? (하하 웃으며)
하긴 스타일이 쫌 확 변했지? 이게 말야, 마누라가 나이 들수록 젊게
입어야 한다구 사왔드라구. 어때, 괜찮나?
명진 (당황해) 아 예... (괜히 찔리고, 어떻게 된거지? 갸웃하는)
석주 (명진 어깨 툭 치며) 부러워하지마! 자넨, 이 공사 끝내면 내가 한 벌 쫙
뽑아준다.
명진 (당혹스런) 아닙니다. (석주 대하기 편치않다)
석주 아냐, 내가 이번에 자네랑 첨 일해봤는데 아주 맘에 들어!
우리 길게 가자구, 어?
명진 (신임하는 석주한테 어쩔수 없는 죄책감 느껴지는) ...
S#19 방송국 일각
포트폴리오 들고 긴장한 얼굴로 걸어오는 지수,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도연 본다.
멈칫하는 지수, 도연을 어떻게 보나 긴장하는데 어두운 얼굴로 생각에 골몰한 도연, 지수 못 보고 지나친다.
스치는 도연 보는 지수, 자기를 못보고 지나칠 정도로 심각한 표정에 쿵... 한다.
돌아서서 가는 도연 보는 지수, 정말이구나... 확인하고 충격이고.
S#20 방송국 회의실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모자쓴) 종배와 선경. 지수, 막 문 여는데
종배 오늘 도대체 형 분위기가 왜 저러냐구?
지수 (멈칫하는)
선경 윤선생님 때문에 와이프하구 대판하신거 아냐?
종배 넌 왜 그렇게 단순하냐? 형의 저, 깊은 우울, (갸웃하며) 부부싸움
이상이야. 뭔가 있어, 뭔가.
선경 말 붙이기두 무서워.
지수 (민망하다, 문 닫았다가 다시 열며 들어오는)
종배 (놀라) 어, 오셨어요?
지수 종배씨 몸 좀 어때요?
종배 뒷통수 터진데 머리 싹 없어진거 빼고는 괜찮아요.
지수 (앉으며) 그래서 모자 썼구나.
선경 제가 사줬어요.
종배 당연히 니가 사줘야지, 너 지키다가 터졌는데.
선경 (싫지 않은 씩 웃으며) 그래서 두개나 사줬잖아.
지수 근데... 감독님은요?
종배 아! 감독님이 오늘 그냥 선경이랑 대본 회의 하시래요. 편집두 밀렸구,
알아서 준비 잘 하실거라구.
지수 (피하는구나! 서늘해지는)
종배 (일어서며) 그럼 저두 편집실에 가볼께요.
선경 오빠 있다 봐.
종배 그래, 수고하세요 선생님.
지수 네... (어두워지는, 포트폴리오 펼치고)
S#21 편집실
편집 화면 켜놓고 초음파 사진 보며 고민하고 있는 도연, 갈등으로 괴롭다.
한숨 후- 내쉬는 도연.
S#22 세정 사장실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는 세정.
세정 그럼 회사에 포토존에 배치할 코스튬 얻을수 있는지 연락해봐.
혜진 네.
박실장 나이대가 있는 VIP들이 있을테니까 VIP존을 꾸미죠.
조명 받으면 화려해 보이게요.
혜진 패브릭 이용해서 꾸밀려구요.
세정 (열심이다) 그럼 공연이 필요없으니까 음향, 조명은 기본으로 가면 되고,
참, 케이터링팀한테 이번엔 음식 양 넉넉하게 해달라고 해.
지난번에 간당간당 불안했어.
혜진 좀전에 통화했어요.
세정 그럼... (둘러보며 씩 웃는) 다 됐나?
S#23 지수 가게
침대에 앉아 두손 꼭 모으고 있는 지수, 마음 정리하고 있다.
S#24 세정 회사 앞
차 대놓고 기다리고 있는 도연. 세정, 건물에서 나온다. 차로 다가가다 멈칫해서
보는 세정. 멍하니 앉아있는 도연의 옆모습... 세정 쪽 보며 기다리지 않는다.
그 모습 보면서 끓는 세정, 차로 간다.
세정 (문 열면)
도연 (그제야 퍼뜩 생각에서 깨나서 보는)
세정 사람 오는 것두 모르구, 생각이 많네.
도연 밸트 매. (서서히 출발하고)
S#25 도로 + 도연 차안 (저녁)
말없이 운전하는 도연. 세정, 지수와 연락을 했나?... 궁금해서 도연 기척 살피지만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인 도연.
세정 기분 어때요?
도연 뭐가.
세정 지금쯤 실감나야하는거 아냐? 내가 아빠가 된다,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온다... 어떤 기분이냐구요.
도연 (말하고 싶지 않은) 배 안고프니? 배고프면 먹구 들어갈래?
세정 (그 말에 울컥해서) 윤지수씨가 암말 안해?
도연 (멈칫, 무슨 말인가? 보면)
세정 놀랍네? 자기한테 안물어봐? 내 임신 소식 듣고 꽤 놀랐을텐데.
도연 (놀라는) 너 지금... (얼른 갓길에 차 세우고 세정 보는, 황당한) 지수씰
또 만났니?
세정 (예민한) 자기 다음으로, 당연히 알려야 하는 사람이잖아.
도연 (기막힌 듯 보는, 화나고) 너는 정말!
세정 내 입장에서 당연한거 아냐?
도연 (화나는) 그래! 넌 항상 니 입장이 중요하지! 다른 사람 기분은 하나두
안 중요하지!
세정 내가 잘못했단거야?
도연 (실망이다, 기막힌 듯 보다가 고개 싹 돌려 다시 출발하는, 입 다물고)
세정 (그 모습에 울컥해서) 말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도연 (낮은) 말하기 싫다.
세정 (뭐라 하려다가 입 다무는, 휙 고개 돌려 창밖 보며 입술 깨물고)
S#26 세정집 거실 (저녁)
문 열고 들어오는 세정과 도연. 세정, 신 벗고 들어가는데
도연 (현관 앞에 선채) 쉬어. (나가려고 돌아서는)
세정 (휙 돌아보며) 어디 가는데!
도연 (멈칫)
세정 (화나는) 윤지수한테 가는거야? 나 달랑 데려다놓구 그 여자한테 가?
안돼! (자존심 상해 떨리는) 그래 한번은 만나야겠지. 그치만 지금은 못가!
내 눈앞에서 그 여잘 만나러 가? 절대 안돼!
도연 (그대로 나가고)
세정 (눈 뒤집힌다) 여보!... (이미 문 닫혔다, 열패감에 어쩔줄 모르는)
S#27 거리 + 도연 차안 (저녁)
급하게 운전해서 가는 도연.
S#28 지수 가게 (밤)
멍하니 앉아있는 지수, 핸드폰 울리자 집어든다. ‘구도연’ 떠있다.
눈빛 흔들리며 핸드폰 보던 지수, 결심한 듯 핸드폰 받는다.
지수 여보세요.
도연(휠) (다급한) 나예요.
지수 네...
도연(휠) 지금 지수씨 가게로 가고 있어요. 나와줘요, 나올수 있죠?
지수 (마음 결정하고 있었다, 차분히) 알았어요, 그때 그 공원으로 와요... 네...
(끊는, 그 자세로 굳어져 눈감는, 쉽게 못 일어난다. 이윽고 눈뜨고 천천히
일어서는)
S#29 공원 (밤)
두손 모아잡고 서있는 지수. 도연, 저만치서 헐레벌떡 뛰어오다 지수 보고
멈춰선다. 기도하듯 마음 다지고 있는 지수의 모습 보며 천천히 다가가는 도연.
지수 (다가오는 발걸음에 고개 들면)
도연 (세정에게 듣게해서) 미안해요.
지수 (도연 의중과 다르게 해석, 다짐은 했지만 쿵... 해서 보고)
도연 (마음 아픈) 정말 미안해요, 내가 했어야하는 얘긴데 내가 너무 복잡했어요.
지수 아뇨, 괜찮아요.
도연 (괴로운) 많이 놀랐죠... (떨리는) 지수씨 많이 놀랬을거예요.
지수 (표정 다지고) 그래요 놀랬어요, 많이 놀랬어요.
도연 (찡해서) 왜 전화 안했어요?
지수 (차분히) 도연씬 왜 나 피했어요?
도연 (멈칫하는, 지수 의중 읽고) 당신하고 상의하기 전에, 먼저 날 정리하고
싶었어요.
지수 (황당한듯) 나하구 뭘 상의를 해요? 나하구 왜 상의를 해요?
도연 내 얘기 먼저 들어요, 지수씨 어떤 기분인지 아는데,
지수 (말 자르며) 도연씨 말 들을 필요 없어요. (단호한) 내 말만 들어요.
도연 (멈칫해서 보면)
지수 우리... 다 끝났어요.
도연 (흠칫 놀라는) 지수씨!
지수 (억장 무너지게 괴로운 상황이라 빨리 정리하고 싶은) 이건 아니예요.
그래요, 다른건 다... 참아낼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다른 사람들 비난,
오해, 엄마 걱정, 딸아이가 혹시 받을지 모를 충격... 다 넘길수 있다구
생각했어요. 정말 도연씨 말처럼 단지 나 때문만이 아니라면, (눈물 어리는)
하느님이 나한테 준 선물 같은 도연씨... 기다리고 싶었어요. (얼른 감정
수습하는, 눈물 참으며) 그치만 이건 아니예요. 다른건 다 할수 있어두
아이한테 아빠 뺏는건 못해요.
도연 (당황해) 제발 미리 혼자 결정하지 말아요. 난 아직,
지수 (차갑게) 도연씨 결정, 필요 없어요.
도연 (멈칫하고)
지수 나, 아버지 없이 컸어요. 우리 다인이... 왜 아빠 없이 살게 됐는지 잘
알잖아요. (고개 흔들며) 그건 못해요. 여기서 더 하면 나두 오(세, 하려다
가) 누구하구 다를거 하나 없구, 도연씨두 다인아빠하구 똑같은
사람이예요.
도연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그렇게 간단한 일 아니예요, 이거!
지수 (매몰차게)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나, 자식 버리고 오는 남자
싫어요!
도연 (멈칫해서 보는)
지수 사랑이 그렇게 대단해요? 영원한 사랑이 어딨어요? 사람이 사랑으로만
살아요? 도연씨 그 사랑, 나한테 별거 아니예요. 도연씨두 별거 아니예요.
도연 (안간힘 쓰는 지수 보인다) ...그래요?
지수 그래요!
도연 (고통으로) 그렇게 말 안해도 돼요.
지수 (너무 괴롭다, 마지막으로 일부러) 다른 사람 아이 키우는 것두 싫어요!
이제와서, 나이 먹을만큼 먹어서 인생, 인간관계 복잡하게 엮이는 것두
싫구, 죄책감 부담 느끼는 것두 싫어요.
도연 (일부러 그러는줄 안다. 맘 아프게 보고)
지수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으로 우린 끝났어요. 다신 사적으로 도연씨 안봐요,
나. 알았죠?
도연 (눈물 어려 보는)
지수 (차게) 대답해요, 알았죠? 다신 나 찾아오지 말아요.
도연 (끄덕이며, 일단 지수한테 맞춰주는) 알았어요.
지수 됐어요! (도연 지나쳐 가는, 꼿꼿하려 애쓰며 가고)
도연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섰고)
지수 (멀어지면서 눈물 쏟아진다. 후두둑 떨어뜨리며 가고)
도연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섰고)
S#30 세정집 거실 (밤)
나름대로 생각 정리한 세정, 초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다.
세정, 시계 보는데 들어오는 도연.
세정 (앉은채) 어떡하기로 했어? 그 여자 뭐래?
도연 (보는)
세정 뭐래? 윤지수!
도연 그 사람이 뭐랬을지... 모르니?
세정 그럼... 깨끗하게 정리하구 온거야? 정리 한거지!
도연 다그치지 마, 세정아. 나한텐 아직 시간이 필요해.
세정 (오르는) 시간? (기막힌듯) 시간이 필요해?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내심
계획했던 대로) 얼마나? 하루? 이틀? 빨리 말해줘. 그래야 나두 얘한테
정을 붙일지 말지 준비를 하지.
도연 (뚝 굳어지는) 그게 무슨 말이야?
세정 몰라요? 자기가 그 여자 정리 안하면... 이 아인 세상에 태어날 의미가
없어.
도연 (경악하는) 뭐? 너...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해! (화나는) 생명이야! 생명이
어떤건데, 너 그거 진심이야?
세정 (도연이 떠날 수 없다고 믿는) 진심이야! 자기 없인... 아이도 의미 없어요,
난.
도연 (충격에) 너란 사람은 정말... (말할수 없는 실망감으로 세정 보는)
세정 (그런 눈치 못채고, 일부러 도연 가두는) 난 그래. 그러니까 빨리 정리해줘.
정리하구, 나한테 확실하게 얘기해줘.
도연 그래, 알았다. (가려는데)
세정 (일어서며) 낼 모레 12시루 비행기표 예약했어.
도연 (멈칫해서 보면)
세정 자기 아버님한테 올라오시지 말라 그랬잖아, 그럼 우리가 내려가야지.
회사 하루 쉰다구 했어.
도연 안정해야 한다며, 운전도 하지 말래는데 비행기에 장거릴 가.
나 혼자 다녀올께.
세정 같이 가! 시어머니 기일이야. 나한테 며느리루 알구 가신다구, 당신이 끼던
반지 내 손에 끼워주신 분이야. 내가 가서 제사 음식할거야.
도연 (더 말할 기분 아니다, 올라가려면)
세정 (도연 팔 잡는) 계속 서재서 잘거예요?
도연 어.
세정 언제까지?
도연 푹 자라... (올라가고)
세정 (애타서 보고)
S#31 지수 가게 앞 (밤)
‘CLOSED’ 걸려있고 불꺼져있는 가게.
S#32 지수 가게 안 (밤)
한쪽 구석에 숨듯이 쪼그리고 앉아서 펑펑 울고 있는 지수, 마지막 미련 털어내며 가슴 찢어지게 운다.
S#33 세정집 서재 (밤)
책상에 앉아서 한손으로 이마 짚고 앉아서 고민하고 있는 도연. 옆에 사진 박스
놓여있고 책상 위에 세정이 찢은 지수 사진 조각들 흩어져있다.
S#34 찜질방 로비 (밤)
사람들 적당히 눕거나 쉬고 있는 넓은 로비. 찜질복 입고 명진과 들어오는 정선,
신기한 듯 두리번거린다. (찜질방에서는 갖가지 사진은 찍되 찍는 인물은 보여지지 않게 해주세요)
정선 사람들 진짜 많다?
명진 이런 동네 찜질방 한번두 안와봤어요?
정선 (끄덕이며) 호텔 사우나 다녔죠. 근데 이게 정말 육천원 밖에 안해요?
명진 육천원이나, 일수도 있어요.
정선 (혀 낼름했다가) 알았어요, 육천원이나. 그럼 이제 뭐해요? (둘러보는데)
명진 (시계보며) 시간 됐네. (손잡아 끌며) 몸부터 풀어요.
S#35 찜질방 일각 에어로빅 홀 (밤)
흥겨운 음악 소리와 강사 지도에 맞춰 어설픈 에어로빅 따라하고 있는 사람들.
정선과 명진, 그 틈에 껴서 즐겁고 신나게 동작하고 있다.
하다가 서로 마주보며 웃는 둘.
S#36 찜질방 로비 (밤)
힘든 듯 바닥에 누워있는 정선. 찐계란 그릇 들고오는 명진, 정선 보고 씩 웃고
옆에 앉는다. 찐계란 하나 들어 정선 머리팍에 대고 팍 깨는 명진.
정선 아야! (놀라 일어나 앉는)
명진 (웃으며 계란 까면서) 엄살은?
정선 (뿌해서) 진짜 아펐어요?
명진 (똑같이 흉내내는) 아펐쩌요? (하며 계란 입가에 대주는) 자 아- 해요.
정선 (놀리냐고 흘기는) 으유- (하며 수줍게 받아먹고)
명진 (주며) 먹고 있어요, 식혜 갖고 올께요. (일어나서 가고)
정선 (우물우물하며 끄덕이고, 다시 먹으며) 맛있네? (하는데)
여자 (남편과 같이 걸어가다) 어머, 사모님 아니세요?
정선 (먹다가 놀라서 보면)
남자 아이구 사모님!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하고)
정선 (남자 보고 벌떡 일어서는)
여자 (웃으며) 저희요, 회사 창립파티 때 ??었는데, 이이가 총무부장이라서요.
정선 아 네... (인사하는) 잘 지내셨어요?
여자 이런데서 뵙네요.
정선 (당황해) 아 그게 친구들이 하두 오자 그래서...
명진 (식혜 들고 와서) 자 마셔요.
정선 (기겁하는)
남, 여 (누구야? 명진 보면)
정선 (얼른) 어머 아저씨, 왜 절 주구 그래요?
명진 (벙해서) 예? (하다 옆 남녀 보는, 아차 싶고)
정선 (민망한 듯 막 웃으며) 정말 웃긴 아저씨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손 막
흔들며) 저 아니예요. (얼른 부부에게) 그럼 열심히 놀다, 아니 찜질하다
가세요. 전 친구들한테 좀... (허둥대며 가고)
부부 (이상한 듯 명진 보고 정선 보고)
명진 (얼른) 저기 혹시요, 여기서 여자 한사람 못 보셨어요? 저기 금방 간 저
여자분 말구, (찾는척) 아 어디 갔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가고)
S#37 거리 + 명진 차안 (밤)
샤워도 못하고 벌건 얼굴로 차에 앉아있는 정선. 명진, 씁쓸한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다. ‘검은 상처의 부르스’ 흘러 나오고.
정선 (힐긋 보며) ...미안해요, 명진씨...
명진 괜찮아요...
정선 미안해요...
명진 괜찮다니까요...
정선 그래두 정말 미안,
명진 (버럭) 아 그만 쫌 해요!
정선 (찔끔해서 보면)
명진 (크게) 그래요! 속상해 죽겠구, 기분 디게 이상해요. 그러니까 미안하단 말
좀 하지 마요! 더 속상하니까!
정선 (찔끔해서) 알았어요... (얼른 시선 피하듯 창밖 보는)
명진 (속상한 한숨 푹 내쉬다 정선 보는, 맘 안좋은) 소리 질러서 미안해요.
정선 괜찮아요...
명진 아니 진짜 미안해요.
정선 괜찮다니까요...
명진 (풋 웃음나는) 미안하단 말 하다 날 새겠다.
정선 (같이 멋쩍게 웃는) 그러게...
명진 근데 진짜 기분은 이상해요... 그쵸? 샤워두 못하구 나오구.
정선 (얼른 머리 만지며) 냄새나요? (킁킁 자기 머리 냄새 맡아보고)
명진 (풀려고 농담) 그럼 나지 안나요?
정선 어머머 어떡해... (자기 창 쪽으로 바싹 붙는)
명진 (웃으며) 아 진짜 웃기지 좀 마요.
S#38 세정집 거실 (다른 날, 새벽)
아직 어둑한 실내. 검정 양복차림으로 가방 메고 내려오는 도연, 현관으로 나간다.
S#39 김포공항 청사 앞
택시에서 내리는 도연,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한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뒤돌아보는 도연, 망설이다 핸드폰 꺼내들어 전화한다.
S#40 정선집 침실
놀란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정선.
정선 (놀라) 지금요? 아니 잠깐만요, 도연씨. (이상한 듯 웃으며) 내가 지금 정리
가 잘 안돼서 그러는데, 어머니 기일이라면서 세정인 왜 떼놓고 가요?...
(잠시, 놀라는) 임신이요?
석주 (와이셔츠 입다 놀라 돌아보는) 임신이라니?
정선 세정이가 임신했어요?
S#41 김포공항 청사 앞
핸드폰하고 있는 도연.
도연 의사가 위험하다고 운전도 하지 말래는데, 세정이 성격 아시잖아요.
아무래도 저 쫓아올거 같아서요.
S#42 정선집 침실
벙해서 전화 받고 있는 정선. 석주, 솔깃해서 옆에 와서 보고 섰고.
정선 알았어요, 도연씨. 내가 지금 바로 가서 세정이 붙잡구 있을께요... (잠시)
네, 그럼 잘 다녀와요. (끊는)
석주 (급한) 임신이래? 세정이가 임신했대?
정선 (끄덕이며) 그렇대.
석주 그래? 야 도연이 발목 잡혔구나, 잡혔어.
정선 그렇게 되는거지?
석주 그럼! 야- (비아냥대는) 오세정 때맞춰 임신도 잘해요. 그거 하나루 네사람
그 복잡한 관계 정리 싹 되네.
정선 그런가?
S#43 세정집 침실
8시 알리는 알람소리에 번쩍 눈뜨는 세정, 벌떡 일어나 앉는다.
얼른 준비하려고 내려서려는데 옆자리에 메모지 놓여있다. 집어서 보면...
도연(소리) 아무래도 혼자 가는게 맞는거 같아서 혼자 간다.
세정 (기막혀 보다가 쪽지 확 구겨쥐는) 혼자 가는게 맞어? 뭐야, 윤지수 정리
못하겠다는거야? (벌떡 내려서는)
S#44 세정집 거실
외출복 차림으로 가방 메고 현관으로 가는 세정, 막 현관문 여는데 동시에 벨
울린다. 문 앞에 나타나는 정선 얼굴 보고 놀라는 세정.
정선 어떻게 누르자마자 여니? (하다 세정 차림새 보는)
세정 언니 갑자기 웬일이야?
정선 (딱 알겠다) 도연씨가 너 뼈속까지 파악했구나! (들어오는)
세정 웬일이냐구?
정선 (웃으며) 너 임신했다며?
세정 (놀라) 도연씨가 전화했어?
정선 그래, (잡아끌며) 그러니까 잔말 말구 이리 들어와.
세정 언니 나 지금 나가는 길이야.
정선 알어, 난 너 못나가게 하러 오는 길이야.
세정 (멈칫해서) 뭐? (알아채는) 도연씨가 언니 보낸거야?
정선 너 정신이 있니? 의사가 운전두 하지 말랬다며.
세정 (열난다) 아니 나 갈거야, 가야 돼, 나.
정선 너 이럴까봐 도연씨가 나 보낸거야. 새벽부터 전화해 이런 부탁할
사람이니? 그 말은, 너보고 절대 따라오지 말란 소리야.
세정 (그 말에 멈칫해서 보고)
S#45 지수집 지수방
기운 없이 누워있는 지수. 밖에서 청소기 돌리는 소리 들린다. 이제 정말 다 끝났다... 멍하니 공허한 눈으로 누워있는 지수.
S#46 지수집 거실
스팀 청소기 돌리며 혼잣말하고 있는 선녀. 민수, 방에서 외출복 차림으로 나온다.
민수 (신기한듯) 웬일루 엄마가 청소를 다해?
선녀 (청소하며) 니 언니가 산송장처럼 누워 꼼짝을 안하잖아.
민수 (심란하게 문 쪽 보면)
선녀 쟤 심란할 때 청소가 특기잖니. 괜히 또 청소한다구 온집안 들쑤시다
몸살루 번질까봐 내가 하는거야, 구석구석 싹싹.
민수 언니 방은 냅둬요.
선녀 (웃긴다는 듯 보며) 알어 알어, 나두 건드릴때 놔둘때 정돈 알어.
민수 왜 갑자기 그렇게 이해심이 넓어지셨어, 한여사?
선녀 (멈추고 다가와서) 아무래두 정리한거 같애서. 꼼짝 못하는 꼴이.
민수 (걱정스럽게 보고) 언니 있다가 잡지사 약속 있는데...
S#47 재민 교수실
초췌한 얼굴로 핸드폰 받고 있는 재민.
재민 (만사 귀찮은) 나가서 점심 먹을 기분 아니다, 석주야.
석주(휠) 점심 아니라 저녁 입맛까지 확 살려줄 굿 뉴스 있어, 나와.
S#48 세정집 거실
분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세정. 탁자에 우유 놓여있고 그간의 상황 다 들은
정선, 심각하게 세정 보고 있다.
세정 언니 난 지금 지옥 끝에 매달려 있는거 같애.
정선 지옥 끝?
세정 지옥도 아닌 지옥 끝... 밑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를 아득한 곳.
정선 어머 얘, 너 아이 가진 애가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떡해?
도연씨가 어머니 기일에 너 안데리고 간게 그렇게 불안하니?
니 몸 생각해서 그런거잖아, 아이 생각해서.
세정 아냐... 아직 그 사람, 윤지수 정리 못한거야. 그래서 혼자 간거야.
정선 그럼 아직 정리 못하지 하니? 사람 마음이 하루 아침에 정리가 돼? 그래두
다인엄만 정리했을꺼야. 아무리 도연씨 사랑한대두 너 아이 가진거 알았음
자기 욕심 못차려, 그 여자. 그럼 됐잖아.
세정 (예민한) 그걸 어떻게 알어?
정선 (보다가 뜻밖인듯) 너 그렇게 불안하니? 임신했는데두 불안해? (하다가)
아니 그 정도로 도연씨 마음이 돌아섰어?
세정 (자조적인) 언제 그 마음이 내쪽 보기나 했나?
정선 (잠깐 망설이다) 그럼 너... 전적으로 임신 하나루 도연씨 붙잡는거야?
그거 하나밖에 없어?
세정 (예민하게 보며) 무슨 뜻이야?
정선 흔히들 그러잖아, 아이가 부부 사이에 끈이라구. 근데 그거처럼 서글픈것두
없거든. 부부가 뭐니? 부부가 있구나서 아이가 생기지,
세정 (더 예민해지는) 언니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금? 아이루 도연씨 발목
잡구 늘어진다 이거지?
정선 도연씨랑 너, 그 아이 하나루 평생 갈수있을까 싶어서, 솔직히.
얘 사람들 아이가 그렇게 중요하면, 이혼율 제로여야지. 근데 아니잖아.
세정 (더럭 겁나는 눈으로 정선 보는)
정선 좀... 말하기 뭐하지만...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있어, 너.
세정 (갑자기 정색하며)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윤지수한테 도연씨 못가는 이유
하나루두 충분해.
정선 어머 얘좀봐? 너 니 인생 도연씨 인생 오기루 망칠래? (나무라듯) 그리구
것두 다 니가 만들어준 인연 아냐! 다인엄마 너 땜에 힘들때 도연씨하구
엮였다며? 결국 니가 그 두사람 만나게 해준거 아냐?
세정 (듣다가, 자조적인) 그렇지, 언니... 그래서 더 미치겠어. 나한테...
부메랑처럼 다 돌아온다. 다 돌아왔어...
정선 근데두 무조건 다인엄마 미워하니?
세정 (털어놓는) 언니 나 이젠 알어... 그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내 죄가 뭔지.
정선 (웃긴다는) 니 죄가 뭔데?
세정 (자책하듯) 다른 여자 남편 사랑하면서 미안해하지 않은 죄, 내 감정에만
충실한 죄, (떨리며 눈물 어리는) 그 여자 아픔 모른 죄... 아니 모른척한
죄... (훅 우는) 내가 왜 그랬을까...
정선 (짠하게 보다가) 다 알면서 윤지순 왜 미워하냐구!
세정 (울며) 도연씨가 사랑하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여잘 사랑하니까...
도연씨 그 사랑이... 왜 내가 아닐까?
정선 (안됐다) 이 일을 어떡하니...
S#49 식당
마주 앉아있는 재민과 석주. 재민, 놀란 얼굴로 석주 보고 있다.
재민 임신?
석주 그래, 세정이 임신했대. 그러니까 두 사람 끝났어.
재민 (믿기지 않아 보면)
석주 진짜야? 제수씨두 알구 있댄다.
재민 (놀라) 다인엄마두 안대?
석주 내가 너 만나러 오기 전에 집사람한테 전화해 물어봤지.
세정이 고 여우가 말 안했겠냐?
재민 (안심보다 지수 걱정에 어두워지는) 안다구...
석주 야, 너 안웃냐? 너 니 마누라 다시 찾을수 있게 됐어 임마.
재민 (걱정스런) 그 사람... 많이 놀랐겠다.
석주 뭐? 너 지금 제수씨 실연했다구 그 걱정하는거냐?
재민 (괴롭지만) 그 사람 성격에... (한숨처럼) 깊었을거야... 고지식한 사람
그 성격에 자기 감정 드러낼 정도면... 깊었어...
석주 그래서 내가 제수씨가 도연이 사랑한단 말 듣고 놀라 자빠졌잖냐.
내 마누란 되게 쉽거든? 근데 제수씬 (고개 흔들며) 어려워요, 어려워.
S#50 잡지사 사무실 (혹은 까페)
담당자와 마주 앉아있는 지수, 파리한 얼굴이다.
담당자 (식단 파일 건네며) 이게 이번 달 오늘의 요리 리스트예요.
지수 네... (들춰보며) 그럼 이 종류별로 식기 준비하면 될까요?
담당자 반찬류는 같은 그릇을 기본으로 써도 괜찮아요.
지수 (끄덕이며) 알겠습니다.
S#51 지수 가게 앞
천천히 걸어오는 재민, 살며시 안 들여다본다. 탁자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넋놓고 있는 지수의 쓸쓸한 모습.
재민, 맘 안좋다. 짠해서 보고 섰는 재민.
S#52 도연 본가 안방 (몽타주, 저녁)
- 정갈하고 고풍스런 방. 제사상에 술 따르는 도연. 그 옆에 서있는 도연부 뒷모습.
- 절하는 도연.
<시간경과>
빈 제사상 위에 놓여있는 영정사진.
도연, 무릎 꿇고 앉아서 영정 사진 바라보고 있다.
마음속으로 어머니와 상의하듯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도연.
오래도록 사진 바라보며 앉아있는 도연.
S#53 세정집 서재 (저녁)
들어오는 세정, 도연 책상의 부서진 서랍 본다. 가서 열어보는 세정, 박스 그대로 들어있다. 비었겠지... 무심한 손길로 열어보다 뚝 굳는 세정.
박스에 찢어진 사진 조각들 그대로 다 있고 맨 위에 테입으로 붙인 지수 사진있다.
떨리는 손으로 사진 집어드는 세정, 기막히고.
S#54 세정집 거실 (밤)
들어오는 도연. 세정, 소파에 앉아서 양주 마시고 있다.
도연 (놀라) 세정아.
세정 (힐긋 보는, 다시 마시는데)
도연 (와서 잔 뺏으며) 무슨 짓이야? 아이 생각 안하니?
세정 아이 생각할수 없게 만든게 누군데? (곧장 지수 사진 탁 내밀며)
말해요, 아이야 이 여자야?
도연 (기막힌, 앉는) 무슨 짓이야?
세정 자기 왜 나 몰래 혼자 갔어? 내 몸 생각한단건 자기 핑계였지? 자기 아직
그 여자 정리 못했지?
도연 어떻게, 뭘 정리할까? 내가 지수씨하구 뭘 했는데?
세정 (멈칫했다가) 난 이대로 더 못 기다려. 이번 촬영 끝나면 바로 미국 가던지,
아님 아이 포기해. 둘 중 하나야, 다른건 없어.
도연 (무섭게 굳는) 아이 포기하자는게 무슨 뜻이야?
세정 말했잖아, 자기 없인 이 아이 의미 없다구. 안 낳겠다구!
도연 (굳은채) ...진심이야?
세정 진심이야.
도연 (절망스런) 너 어떻게... 아이 갖고 흥정을 하니? 아이가 물건이야?
세정 (그 시선에 흔들리지만 침착하게) 낼 저녁까지 답 줘요. (일어나서 침실로)
도연 (끔찍한 기분으로 세정 보는)
S#55 방송국 회의실 (다음날)
선경 초고 대본 보며 회의하고 있는 지수, 도연, 종배, 선경, 한선생.
도연도 지수도 굳은 얼굴이라 회의 분위기 썰렁하다.
도연 그럼 수정할 부분 없으면 선경씨 설명 긴 부분만 줄여서 시간에 맞춰요.
선경 네...
도연 그럼 회의 마칩시다.
지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모두 (지수 보면)
지수 (웃으며) 정말 죄송하게 됐는데요, 전 이번 촬영만 하고 그만 두게 됐어요.
(미리) 감독님은 알고 계시지만,
도연 (멈칫해서 보는, 그 위로)
지수 (소리) 다른분들께도 말씀드려야 할거 같아서요.
한선생 (영문 몰라) 어머 왜요?
종배, 선경 (뭔가 자기들끼리 분위기 파악하고 쳐다보고)
지수 개인적으로 다른 일 하게 됐어요.
도연 (굳게 결심했구나... 보는)
S#56 회의실 앞
나오는 지수. 도연, 뒤따라 나온다.
도연 얘기 좀 해요.
지수 (멈칫하고)
S#57 까페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지수와 도연. 도연, 이미 나름대로의 마음결정한 뒤다.
지수, 시선 내리고 있고 도연, 아픈 눈으로 지수 물끄러미 본다.
지수 (기다리다) 말씀... 하세요.
도연 (곧바로) 날 기다려달라고 했던 말... 취소해요.
지수 (다 아는 상황이지만 막상 듣고 움찔하는, 도연 보면)
도연 내가 기다려달라고 했던건... 한점 거리낌없이 당신 옆에서 웃게 해줄 자신
있어서였어요. 지수씨 웃으면 나두 같이 웃을수 있으니까... (떨리는)
내가 해주고 싶은건 그런거였는데...
지수 (괴롭겠다, 아픈) 얘기, 아무 말 안해도 돼요. 나한테 안그래도 돼요.
도연 당신한테 편한 사람이고 싶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
(서글픈 웃음으로) 조금도, 정말 조금이라도 지수씨 마음에 불편함 주는
사람으로 당신 옆에 있긴 싫어요. 내 짐 때문에 당신 힘든거... 싫어요.
지수 (눈물 어려) 도연씬... 좋은 아빠가 될거예요.
도연 (서로 자기 얘기하는) 그러니까... 지수씨 원하는대로, 편하게 살아요.
내 걱정 말구요.
지수 (끄덕이며) 알았어요... 그런 도연씨가 좋아요, 난.
도연 (눈물 어려) 미안해요.
지수 아뇨, 아니예요...
도연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처럼...
지수 그럴께요... (눈물 참으며 고개 돌리고)
도연 (눈물 어린 눈으로 가슴 아프게 보고)
S#58 까페
들어오는 석주, 둘러보면 한쪽에 혼자 앉아있다 일어서는 남자.
석주 (다가가서 앉으며) 그래, 쫓아다녀봤더니 어때? 뭐하구 싸돌아 다녀?
남자 직접 보십시요. (봉투 내밀고)
석주 (받으며) 수고했어. (준비한 봉투 건네면)
남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일어나서 얼른 가고)
뭐 있나? 굳어져서 봉투 뜯어서 보는 석주, 안에서 나오는 정선과 명진 사진 보고 기겁해서 놀란다. 얼른 다른 사진들 보는 석주, 눈 커지고.
S#59 까페 앞 (저녁)
생각도 못한 충격 받고 ‘으아아-’ 하며 뛰어나오는 석주, 자기도 예상 못했던 분노와 충격과 질투로 미칠 듯이 왔다갔다한다.
S#60 세정 회사 앞 (저녁)
차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도연. 세정, 나오다 멈칫 선다.
도연 (문 열어주며) 타, 춥다.
세정 (그럼 그렇지... 안도하며) 어떡하기루 했어?
도연 저녁 먹구, 집에 가서 얘기하자. (운전석으로)
S#61 세정집 거실 (밤)
앉아있는 세정. 도연, 주방에서 주스와 커피잔 들고 나와서 놓아준다.
세정 주스, 나 먹으란 거예요? (들어서 마시고)
도연 어. (앉는)
세정 (내려놓으며) 얘기해요.
도연 세정이 넌... 어떤 엄마가 되고 싶니?
세정 도연씨, 나 지금 굉장히 속 시끄럽고 힘들거든? 자기 결정부터 듣고 싶어.
도연 그래?... 그래, 얘기할께. 난... 아이한테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부모 모습
보여주고 싶어.
세정 (약간 느낌 이상해지는)
도연 근데 우린... 그게 없잖아.
세정 (굳어지고)
도연 아이가 생겼는데도 난 널 따뜻하게 안아줄수도 없어, 그렇게가 안돼.
세정 자기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도연 애정도 신뢰도 없이, 그저 양쪽 부모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는게
아이를 위하는건 아닐거야.
세정 (발끈해서) 자기 지금... 아일 포기하겠다, 그 말이야? 기어이 그 여자한테
가겠다, 그 말이냐구!
도연 (감정 오르는) 그래서 더 이러는거야! 니가 그러니까! 어떻게 생명을 그렇게
쉽게, 생명 보다 니 감정을 더 앞세울수가 있니?
세정 (서늘해지는) 여보...
도연 (다시 누르고) 나 이젠 너 보면서 웃을 자신 없어. 아이... 내가 키울께.
세정 그게... 무슨 말이야?
도연 넌 내가 없으면 아이가 의미 없댔잖아. 근데 난... 너하구 셋이선 자신이
없어.
세정 (쿵!... 백팔십도 예상밖 말에 충격 받는, 입 딱 벌어져 도연 보는)
도연 그러니까 아이 낳으면... 내가 키운다구.
세정 (기막혀 떨리는) 그 여자가... 내 애도 키운대?
도연 그런거 아냐! 제발 우리 문제를 모두 지수씨랑 결부시키지 마.
세정 (벌떡 일어서며 악쓰는) 그게 아님 자기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자기 같은 사람이!
도연 (같이 일어서며) 아니라구! 너 힘들구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우리 때문에
생긴 아이니까, (하는데)
세정 (끝까지 떠나려는 도연 때문에 이성 잃는) 웃기지마! 그 여자 내 애 못키워!
자기 이혼시킬려는 수작이야! (울 듯 악쓰는) 지가 어떻게 내 앨 키워! 자기
남편 뺏었던 여자 애를 어떻게 키워!
도연 (깜짝 놀라는) 뭐? (세정 확 쳐다보는데서 엔딩)
(jeann1님께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