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대문호 윌 듀란트(Will Durant)는 그의 저서 《역사의 교훈(1968)》에서 당시 농학자들의 입을 빌려 흥미로운 말을 남겼습니다.
“현재의 농업 지식이 온 지구에 적용된다면,
지구가 부양할 수 있는 인구는 지금의 두 배도 넘을 것이다.”
당시 세계는 맬서스주의자들의 “인구 폭발로 기근과 재앙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듀란트의 말대로, 1960년대 ‘녹색혁명’이라는 과학 기술의 반전이 일어나며 식량 생산량이 폭증했습니다.
1960년대 약 30억~35억 명이었던 지구 인구는 현재 81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인류는 맬서스의 기근 예언을 멋지게 뒤엎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 앞으로의 인구 전망은 어떻게 될까요? 역사는 또 한 번 우리의 통찰을 비웃는 거대한 반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점 후 다가올 서늘한 반전
유엔(UN)은 공식적으로 세계 인구가 2080년대에 약 103억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천천히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데이터에 민감한 인구학자들은 UN의 추계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합니다. UN은 저출생 국가들의 출산율이 언젠가 반등할 것이라는 ‘한가한 가정’을 전제로 삼기 때문입니다.
진짜 현장의 흐름은 다릅니다.
더 빠르고 가파른 정점: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IHME)이나 대니얼 브릭커 같은 연구자들은 인구 정점이 2050~2060년대(85억~90억 명 선)에 훨씬 일찍 오고, 그 이후의 감소세는 낭떠러지처럼 가파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불가역적 세속화와 도시화: 아시아, 남미, 중동 등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 향상과 가치관 변화는 선진국이 100년에 걸쳐 겪은 저출생을 단 20~30년 만에 압축하여 재현하고 있습니다.
2. 오십년 전 윌 듀란트의 시각, 지금도 유효할까?
50년 전 쓰인 윌 듀란트의 거시적 통찰은 오늘날 관점에서 ‘소름 돋는 적실성’과 ‘명백한 시대적 한계’가 공존합니다.
[여전히 탁월한 통찰]
자유와 평등의 모순: “자유를 늘리면 평등이 죽고, 평등을 강제하면 자유가 죽는다”는 그의 말처럼, 능력 차이로 인한 양극화와 이를 둘러싼 현대 자본주의의 포퓰리즘 갈등을 이보다 더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생태계: 보수를 ‘유산을 지키는 안전장치’, 진보를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자극제’로 본 시각은 극단적 진영 싸움에 빠진 현대 정치에 여전히 소중한 통찰을 줍니다.
[50년 전이 가진 한계]
인구학적 오판: 듀란트는 종교적 집단의 높은 출생률이 세속 사회를 삼키거나 인구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으나, 오늘날 인류는 전 지구적 세속화와 급격한 저출생(인구 절벽)이라는 반대 격랑에 휩쓸렸습니다.
서구 중심주의와 변수: 유럽 위주의 역사관, 그리고 기후 위기나 생성형 AI 같은 현대의 거대 기술 변수를 계산에 넣지 못한 시대적 한계도 명확합니다.
💡역사가 던지는 거대한 유머
듀란트의 글은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는 ‘기상 예보’로 읽으면 틀린 구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Species)이 모여 사회를 만들 때 빠지는 구조적 함정”을 보여주는 ‘지질학적 지도’로 읽는다면 여전히 명작입니다.
“식량 부족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더니, 이젠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문명이 소멸할까 걱정하느냐?”
20세기 초중반 학자들은 인구 과잉의 공포에 떨었지만, 21세기 후반 인류가 맞이할 실제 위기는 인구 절벽입니다.
기근과 질병을 극복하고 인구를 늘리는 데는 수십만 년이 걸렸지만, 문명화와 세속화로 스스로 인구를 줄여나가는 데는 단 한두 세대면 충분하다는 사실. 듀란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보다 더 뛰어난 유머감각을 지닌 유머리스트는 없다”는 명언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