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원래 겨울이란 것이 춥지 않거나 칼바람이 없거나
뼈속까지 파고드는 시려움이 없다면 진정한 겨울이 아닐터...태생적으로 겨울을 좋아하는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그다지 힘들 일도 징할 일도 아니었지만
일종의 행사를 치르는 입장에서는 괘씸죄를 물을만큼
지독한 한파가 전국을 강타한다.
그 와중에 3일간,
의성김씨 신선의 가족 행사-무설재 쥔장의 시댁-가 있어 뜨락을 비우게 되었는데
그동안에 염려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지라 우선 태어난지 35일 정도 되는 무설재 명견 장미의 새끼들과
그 녀석들의 밥과 물을 책임져 줄 사람을 찾아 단단히 부탁을 하고 떠나야 하는 어려움과
그 어느 곳과도 5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온차를 유지하는 무설재 뜨락의 얼음골 배관이
동파되지 않으라는 법 없는 물관리-관계 수도 꼭지는 다 틀어놓고 갔다-와
실내 기온을 유지시켜 줄 보일러 작동-자동 온도 조절에 맞추고도-에 노심초사하면서 떠나는 길에
눈 마저 내려주시니 오전 내내 눈을 치우고 쓸고 내리닫이로 고생 문턱에 다다른 채로 떠나는 길이 되었음이니
이 저간의 사정을 아는 사람은 알일 이요 모르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쨋거나 그 상항 속에서도 찾아주는 발걸음이 있어 무설재 뜨락을 찾은 발길에게 알아서 차를 마시라 는
웃지 못할 행태를 넘기고 떠나자니 뒤통수가 미안할 일이나 어쩌겠는가....시댁 일이라는데.
암튼 그렇게 떠나는 길 자락에 신선의 고향 문경, 시아버님 전에 들러 시어머님과 함께 하지 못하는 생신을 기려드리고
웬만해서는 영하권 진입이 그것도 영하 10도 이하를 점령한 적이 없다는 엄동설한의 대구로 내려가니 이미
시어머님의 생일상은 큰 형님께서 먼저 해결하셨다...그것도 아들 결혼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말이다.
마음은 미안한 일이나 상황은 그렇질 못해 시간에 닿지 못했으니 할 말은 없는 것.
그렇게 시작된 늦은 생신상은 형님의 둘째 며느리감, 일명 둘째 질부의 친정에서 보내온 음식으로 대체를 하게 되었음이니
그 음식의 행렬이 장관이다....무려 17박스가 도착을 하였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 켠으로 딸 가진 에미로서의 걱정이 바짝 들었음이나
또 한편으로서는 이런 형식적이고 겉치레적인 일은 단호히 거절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담았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덕분에 초 호화 생신상을 받게 되신 시어머님의 즐거운 마음 한자락에
또 다시 함께 하지 못하는 시아버님의 생각에 울컥 하시고-천생연분으로 같은 날 탄생이시다-
바라보는 자식들 또한 숙연해질 일이나 자고로 생일이란 즐거워야 하는 법.
다섯 자식들의 무탈함과 자자손손 번성이 시어른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귀한 선물이라 더 이상 뭘 바라겠는가.
게다가 직계 자식의 자녀가 결혼을 하여 귀한 증손자까지 대를 이어주고 외손자도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이 어찌 상복 중에 상복이 아니겠는가....더구나 건강과 장수까지 보장 받을만큼 강건하시고 기억력, 정신력 또한 초롱하기가 웬만한 며느리들 다 저리가라 니 말이다.
그렇게 행복하고도 즐거울 밤을 희희 낙락으로 지내고 다음날,
아침을 챙겨먹고 결혼 이후로 난생 처음, 시어머니와 세 며느리가 온천욕을 하러 팔공산 중턱으로 향했더니
정말이지, 추운 날에 대구 사람들은 몽땅 온천을 하러 오는 것인지 세상에..무슨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주차장이고 온천 욕탕이고 노천탕이고 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이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어찌 하여 나름의 요령으로 온천욕을 하고 순두부집에서 점심 만찬을 즐기고
돌아와 형님 집에 도착을 하자니 노곤함과 나른함이 물밀듯이 찾아들고
손 빠른 큰 형님은 오이를 척척 썰어오더니 마사지 까지 보너스로 얹어준다...웬 횡재냐.
살면서 마사지는 커녕 겨우 세수하고 스킨 로션 바르는 것이 전부인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 채로 굴러온 셈이니 거절 할 일없어 세 동서가 나란히 누워 마사지 삼매경을 누린다.
그러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 세 여자의 광경이 가관이다.
...늦은 오후, 위, 아래 시누이 가족까지 합세를 하여 이 밤이 짧도다 를 외치며 세월아 네월아 마냥 즐기자니
어느새 큰 형님 내외의 행사, 둘째 며느리 맞기 가 경주에서 치뤄질 아침이다.
정갈하지 않은 몰골로 시어머니 단골 미장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정말 미친년 널 뛰듯이,
번갯불에 콩 볶듯이요 순서 정하는데도 긴 머리 먼저, 짧은 먼리 먼저를 외치다 결국엔 서열 순서가 되었다는 말씀.
하긴 뭔들 안 그러겠는가만은 계획을 짜고 수순을 정해도 언제나 이변은 있는 법,
그 사이에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겠다는 시어머님과 형님시누를 운전 기사 자청하여
모셔다 드리고 오는 사이, 순서가 바뀌었다...아랫 시누가 먼저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는 후문 ㅎㅎㅎㅎ.
그렇게 돌발상황이 생겨도 또 치뤄질 일은 치뤄지고 이뤄질 일은 이뤄지고 시작된 일도 끝이 나는 법.
시간에 맞춰 경주 보뭄단지로 달려가 일가 친척, 친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축하 하는 자리를 즐기자니-오후 2시 마지막 타임이니 시간이 널럴하다-
새 신랑 신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는 물이 오르고 올라 신랑 친구들의 흥겨운 노래 솜씨, 춤솜씨,
신랑의 퍼포먼스까지 곁들어진 흥겨운 잔치는 죽도록 웃다가 눈물 빼다가 저절로 전이된 행복 바이러스에 전염된 채로 그렇게 1절이 끝이 났다.
그리고 그 후 2절에서는 이번엔 무설재 쥔장이 시댁식구가 되는 폐백이라는 절차를 밟으며
예전보다 훨씬 간소해진 그러나 사진 찍기에 골몰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많이도 바뀌었음을 실감하고 더불어 한꺼번에 시댁과 친정의 친척들까지
상견례가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상황을 보자니 예전처럼 버겁고 힘들고 어려운 시댁만은 아니겠다 싶었다.
그렇게 모든 절차와 행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무설재 명견들이 반가이 맞아주고
간만에 집으로 찾아든 아들 녀석까지 합세를 하니 절로 피곤함이 잦아지는 듯 하다,.
....다행스럽게도 무설재는 동파도 비껴가고 한파에 터질까 염려했던 보일러 작동도 만만하였으나
오히려 실내에 들여놓은 꽃들 중에 동사 직전의 규환을 겪는 꽃이 있는지라 꽃 단속이 우선이 되.었.다.
참고로 등장하지 못하는 사진은 이유가 있는 법이니 죄다 보여드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작은 엄마가 언제나 한 컷을 외칠 수도 없고 온천장에 들이 댈 수도 없고
마사지 하는 모습을 찍을 수는 더더욱 없는 법,
이해 가능?
첫댓글 ㅎㅎㅎ이해가능합니다
맛깔스런글에 취해서 끝까지 내리읽으며 행복한웃음과 그 풍경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동파를 면햇다는 소식이 제일 좋은걸요
집떠나면 고생이라던데 가족들간에 좋은 추억을가지고오셨고
한복에 우아함까지 ...추운날 애쓰셨어요
집안에 큰행사를 한번에 잘 치루셨습니다
쥔장이야 아직 결혼 행사가 눈 앞의 일도 아니요 코 앞의 상황이 아니라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지만 조만간에 예정이 있는 형님 시누와
작은집 형님은 심각하게 들여다 보고 계시더이다.
미래님도 얼추 준비는 끝나셨겠으나 그후도 만만치 않을 일 같습니다.
하지만 서로 잘 상의하여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도 합니다.
위세와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혹은 허례 허실 때문에 넘치도록 과분한 일을 벌인다면
그것조차 민폐요 병폐일 듯 합니다....적당하다는 것, 현명할 일 입니다.
ㅎㅎㅎ 왠 귀부인의 한복 차림새인가 했더니 햇살님이시구만요~!
한복 입은 모습 처음 봅니다요~! 보기 좋아요~! 푸근 해 보이는 것이~! ㅎㅎ
자고 이래로 식솔은 많아야 다복해 보입니다~! 보기 좋아요~! ^ ^
하이고..워낙 추운 날이어서 완전 꽁꽁꽁...
어쨋거나 무탈하게 지나간 3일간의 여정.
한복은 정말 간만에 입어봅니다 ㅎ.
킥~한참 헤맸습니다.
매치가 안돼서.^^
ㅎㅎㅎ 그러게, 낯설어서 말이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