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15. 나무날. 날씨: 해가 쨍쨍나고 뜨겁다.
아침열기-열기구 타기-시 쓰기-마늘 뽑기-점심-청소-설장구-알찬샘 몸놀이-학교살이-저녁밥-하루생활글 쓰기-씻기-밥탐험(마을방범대
체험)-밤참 먹기-밤 놀이-마침회
[열기구 타기/학교살이]
학교살이 하는 날, 열기구를 타러가는 설렘에 아이들이 흥분되어 있다. 학교 안팎 물주기를 하고 나서 모두 모여 아침 열기를 하고 열기구가
뜨는지 확인 전화를 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운행을 하지 않는다 해서 그날 아침 확인을 해야 한다. 정상 운행 한다는 답을 듣고 수원으로
떠난다. 학교에서 자는 날, 모둠만의 특별한 활동으로 타는 열기구는 한 해 3학년 교육밑그림에서 계획한 과학 수업의 과정이다. 4월에 열기구를
만들어 띄어보고 기체와 공기의 성질을 배우고, 실제로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고픈 꿈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열기구를 탄다. 열기구 탄
경험만으로도 행복한 추억이지만 과학 공부의 목표와 계획을 잡고 이루어지는 것이니 기체는 잊어버리지 않겠다. 수원 화성까지 가는 시간은 30분쯤
걸렸나보다. 열기구 타는 곳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다. 모두 볼 일 보고 입장권 사서 기다리며 우리가 열기구를 타러 수원까지 온 까닭이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밖에 타는 사람들이 없다. 열기구에는 조종하는 분이 타고 있다. 설레고 약간 무서운 표정이 보이는데 무섭지 않다는 아이들도
있다. 동그랗게 둘러서고 드디어 열기구가 올라간다. 화성이 한 눈에 보이고 수원이 모두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른다. 무서워할 것
같은 아이들도 무섭다 소리를 하지 않는다. 100미터를 순식간에 올라가고 126미터를 넘어서자 몇 몇 아이들이 슬슬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120미터 하늘에 떠있는 열기구에서 하는 놀이는 안전한 놀이다. 경치는 이제 실컷 봤다는 표정으로 무릎으로 걸어다니며 강아지 놀이를 한다.
과천에서 왔다니 조종사 아저씨가 더 오래 더 높이 태워준다. 모두 까르르, 하하하 웃으며 한참 흥분된 상태로 하늘에 떠있는데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 때문이지 한 쪽으로 쏠리는 듯해서인지 준우가 갑자기 그런다.
"무서워서 안되겠어. 난 여친에게 가야겠어."
그러며 여친이라는 동무에게 달려가니 모두가 한바탕 웃는다.
한참을 하늘에 떠있었을까 싶더니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아이들마다 내려다보이는 화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니, 조종사
아저씨가 모두를 찍어주겠다 나서신다. 이십 분이 지났을까 내려오는 건 금방이다. 땅에 닿아 열기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삼십분 쯤
걸렸을까. 열기구를 타기 위해 올 겨울부터 준비한 계획이지만 역시 끝나는 건 순간이다. 만들고 실험하고 실제 열기구를 탔으니 이제 정리를 잘 할
때다. 화성 앞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어제 구운 빵을 새참으로 먹고 수첩에 열기구를 주제로 모두 시를 쓴다. 짧은 순간이지만 설렘이 컸기에
추억이 강렬하다. 돌아오는 길에 생협에 들려 얼음과자를 한 입씩 물었다. 화성 앞 가게에서 사지 않고 과천 생협까지 온 까닭은 얼음과자를
가려먹어야 하는 은후를 위해서다. 모두가 같이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양재천 마늘과 밀밭으로 가서 마늘 하나씩을 뽑았다. 마늘을 그리고 마늘
요리를 할 계획이다. 액종 만들 오디를 한움큼 탔다.
점심 먹으며 열기구 타러 간 걸 부러워하는 동생과 형들에게 적당히 뻥이 섞인 이야기를 건네는 아이들과 선생이 있다.
"애들아 있잖아. 하늘 높이 열기구를 타고 갔다 과천으로 왔거든. 우철아 하고 불렀는데 들리지 않았어. 열기구를 수원에서 타가지고 양재천
밭으로 가서 마늘을 하나씩 뽑은 다음 다시 하늘로 올라가 학교에 들려 불러보고 과천 생협에 들려 얼음과자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 하늘을
날았다니까. 아 열기구에서 손을 뻗어 오디도 따먹었다. 봐 여기 손을 봐봐."
정말 뻥인데 역시 뻥이구만 하는 표정으로 아이들이 들어준다.
점심 때 세는 항아리를 찾는다고 항아리 두 개를 씻어 물을 채워놓고 하나는 소독을 했다. 조선간장 달인 걸 보관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심고 길러 거둔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은 것이니 정성스럽게 보관해야지 싶은 마음이다. 내일은 확인이 되겠다.
낮 공부로 설장구를 한바탕 치고 알찬샘은 모둠 몸놀이를 하러 관문체육공원으로 간다. 야구 노래를 부르는 남자아이들과 자유롭게 놀고 싶은
여자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몸놀이는 뜻밖에 단순하다. 실컷 놀고 싶은대로 놀기다. 땡볕에 야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니 금세 지치겠다 싶더니
역시나 오래 하지 못한다. 야구를 안하는 여자 아이들과 밧줄을 공원 정자 기둥에 걸었다. 자주 보니 아이들도 익숙하고 모두 힘을 합쳐 밧줄을
걸고 밧줄그물을 짜간다. 저마다 알아서 밧줄그물을 만들어보았다. 얼기설기 엉성한데가 있지만 올라가 눕고 놀기 충분하다. 한바탕 출렁거림을
실컷 느낀 뒤 선생이 다시 줄을 잡아 정리하니 다시 팽팽해졌다. 밧줄그물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어디서든 밧줄을 들고가서 걸어놓고 하고
싶은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밧줄놀이를 하고 있으니 놀이감이 풍성해지고 있는 게다. 그러나 언제나 놀이감보다 놀이에 푹 빠지고, 놀이 속에서
서로 즐거운 추억을 가득 쌓는 게 더 먼저다.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노는 게 재미나야 어린이랑 함께 사는 선생이다. 뛰고 달리는 걸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뛰고 달리는 걸 좋아하는 선생을 찾곤 한다. 바깥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인 바깥 놀이를 좋아하는 선생을 찾는다. 늘 책을 찾는
어린이는 늘 책을 찾는 선생을 찾는다. 자연스런 이치다. 수업으로 뭔가를 하려하지 말고 수업 속에 선생이 푹 빠져야 제대로 살아나는 법이다.
놀이는 말해 무엇하랴. 온 세상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몸놀이를 가장 좋아해야 어린이 세상에서 살 수 있다 믿는다. 그렇지만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된지 한참이라 어린이처럼 놀다가는 몸이 배겨나지 못하니 슬기롭게 몸을 써야 하는 것도 선생이다. 그냥 재미나게 놀면 되는 것을 말이
많다. 야구 좋아하는 아이들이 공을 쳐달라 해서 한참을 쳐주고 쉬는데, 윤태와 오제가 물을 한바가지 뒤집어 쓰고 다 젖은채로 농구장 바닥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온 몸으로 노는구나. 진짜 막 입을 수 있는 옷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젖은 채 맨 바닥에서 뒹굴며 놀다
나중에는 거기서 잠을 자겠다 드러누워 모자로 얼굴을 덮는다. 서로 내동무 내동무 하며 서로를 위해주는 친구들이다.
학교로 돌아와 자유롭게 노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밖에서 줄곧 놀고, 좀 지친 아이들은 학교로 들어와 또 놀고 있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은 날, 학교살이가 인기있는 까닭이다. 우리 아이들과 견주어보면 99프로 우리나라 아이들은 여전히 놀 시간이 부족하고 마음껏 놀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참.
6시 저녁을 차리기 시작해 7시에 밥을 먹고, 일기를 쓰고 씼는다. 씻는데 한참이 걸려서 본디 계획한 놀이는 늦게 하기로 했다. 그동안 내일 구울 빵 반죽을 했다. 앵두 액종과 르방발효종 남은 걸 모두 다 쓴 셈이다. 9시
밤탐험으로 마을 방범대 겪어보기다. 봄에 이어 두 번째다. 마을을 같이 돌다 사슴벌레를 찾아 아이들이 흥분한다. 차에 치일 뻔한 사슴벌레를
구했단다. 방범대 체험을 마치고 학교로 들어와 밤참을 맛있게 먹고, 마침회를 한 뒤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한꺼번에 한다.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하하호호 한바탕 신나게 놀다 보니 모두가 쉬고 싶단다. 모두 강당에 모여 촛불 하나에 의지해 봄 학교살이에서 인기가 있단
비밀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번에 모두 비밀을 다 말해서 비밀이 없단다. 덕분에 선생이 어린시절 이야기와 졸업생 이야기를 들려주게
됐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촛불을 중심으로 모두 엎드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예쁘다. 학교살이를 일주일에 한 번씩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부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하면 좋겠다는 아이들이 많다.
하루를 길게 쓴 아이들이라 금세 쌔근쌔근 잘 잔다. 내일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놀겠지.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학교에 혼자 있는 밤, 선생으로 살고있는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잘 살고 있는건지. 하루가 휙 가는 날이다.
첫댓글 하루에 엄청난 일들이 있었네요.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