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보물섬, 남해로 이백스물일곱번째 천하장군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남해 곳곳을 여행하는 내내 튤립과 유채 등 화사한 봄꽃을 만나고, 아름다운 길도 걷고, 친절한 남해사람들도 접하며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살짝 비가 뿌렸지만 심하지 않아 여행에 큰 지장 없이 무탈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로 배려하며 여행을 즐겁게 완성시켜주신 참석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남해는 언제가도 기분 좋아지는 멋진 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이기도 하지요. 남해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1973년 남해대교가 개통되면서 하동과 연결되고, 2003년 삼천포대교가 건설되면서 사천과도 연결되었습니다. 섬이지만 자동차로 다녀올 수 있는 섬 아닌 섬이 된 것입니다. 남해 관음포 앞바다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배경지이고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이며, 금강산을 닮았다하여 남해금강이라 불리는 금산은 태조 이성계의 건국신화를 간직한 명산으로 남해를 대표하는 유적들입니다. 아름다운 풍광 뿐 아니라 문화․역사적으로 많은 유산과 볼거리를 간직한 남해에서의 이틀간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첫날 남해에 도착해, 바다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튤립꽃 축제가 열리는 장평소류지에 도착하니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튤립꽃이 우릴 반깁니다. 색깔과 모양이 가지각색인 튤립들이 노란 유채꽃과 더불어 저수지 옆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화사하기 그지없습니다. 튤립꽃밭 사잇길을 걸으며 우리 마음까지 화사한 봄빛으로 물드는 기분입니다. 장평소류지 튤립꽃밭은 색깔별로 줄을 맞춰 곡선 혹은 원을 그리며 멋진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처음에 심을 때부터 이 모습을 구상하며 디자인했을 것을 생각하니 스릴있고 재미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튤립꽃밭이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인공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 남해바래길은 수수하지만 남해의 있는 그대로의 속살을 만나는 여행입니다. 남해바래길은 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처럼 남해의 곳곳을 걷는 길로 현재 개발된 4개 코스 외에 지금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는 남해의 걷는 길입니다.
우리는 이번에 1코스 중 평산항부터 사촌해변까지 7km 구간을 걸었습니다. 전체구간을 걷기 힘든 분들은 유구마을까지만 걷고 버스로 이동하였습니다. 다랭이지겟길이란 이름붙은 바래길 1코스는 바닷가 비탈진 다랭이밭의 싱그러운 마늘밭을 지나고 한적한 시골마을도 지납니다. 푹신한 오솔길을 따라 작은 산도 하나 넘고, 아슬아슬한 바위 옆을 타고, 동글한 몽돌해변, 뾰족한 바위해변을 걷는 다채롭고 재미있는 길입니다. 모두들 힘들어한 구간도 있었지만 완주한 분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싱싱한 회정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는 앵강만을 끼고 있는 팬션에서 일행들과 함께 휴식을 취했습니다.
둘째날은 남해문화해설사이기도 한 팬션 사장님의 설명으로 가천다랭이마을을 둘러봅니다. 일사천리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유창한 해설에 다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남해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랭이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배 한척 없는 마을로, 해안절벽을 끼고 있어 선착장하나 지을 수 없는 여건입니다. 그래서 비탈진 좁은 땅에 석축을 쌓아 밭을 만든 척박한 삶이 묻어나는 삶의 현장입니다. 그런 다랭이논이 지금은 남해를 대표하는 명승으로 여행자를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랭이마을의 명물인 암수바위와 밥무덤, 탤런트 박원숙 씨가 살고 있는 집까지 둘러보고는 유채밭이 아름다운 두모마을로 이동합니다.
두모마을은 금산 아래쪽 상주해변 옆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비탈진 다랭이밭에 봄이면 유채가 흐드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두모마을에 도착했을 때 잔잔히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예쁘게 만개한 노란 유채꽃이 얼마나 싱그럽고 아름답던지… 모두들 감탄하며 천천히 유채밭을 산책합니다. 노란빛 유채꽃의 층층계단밭 뒤로는 금산자락의 나무들의 희끗희끗 연초록과 분홍, 흰색으로 물들어 완연한 봄의 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연초록의 향연에 마음까지 순해지는 기분이 든 것은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점심식사는 지족해협이 있는 창선교 근처의 식당에서 멸치쌈밥으로 먹었습니다. 워낙 인기있는 집이라 손님이 넘쳐났지만 그런대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싱싱한 멸치회에 한 회원이 후원한 마늘막걸리까지 한잔 하며 즐거운 식사를 이어갑니다. 지족해협은 원시멸치잡이인 죽방렴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물살이 센 지족해협에 대나무 등으로 만든 발을 설치하여 멸치를 잡는 방식인데 이렇게 잡힌 멸치는 그 모양이 반듯해 상품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식사 후에는 물건리로 이동해, 독일인마을 안쪽에 조성된 원예예술촌을 둘러보았습니다. 원예예술촌은 원예전문가들이 모여 집과 정원을 개인별 작품으로 조성해 이룬 마을입니다. 한국식, 일본식, 유럽식 등 나라별 특색을 살린 집과 정원이 다채롭게 조성돼 있고, 화단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어 회원들 모두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예술촌 중간에는 탤런트 박원숙씨 찻집으로 유명한 박원숙린궁도 있어 잠시 쉬어가며 차 한 잔 하기 좋았습니다.
남해여행의 마지막은 물건리 해안의 방조어부림입니다. 300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 마을을 지키고 물고기를 모이게 해준 이 숲은 오래된 고목들이 장관인 곳입니다. 우린 시간이 많지 않아 잠시밖에 체류하지 못했지만, 연초록 새잎이 돋아나고 있는 고목 앞에서 보낸 10여분은 이번 남해여행의 감동을 차분히 정리해주기에 그만이었습니다.
싱그러운 물건방조어부림을 산책하고는 남해를 출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남해의 꽃과 나무, 마을을 알차게 둘러본 여행이었습니다. 언제가도 좋았던 남해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 바래길을 걸으며 만난 수수한 남해의 속살과 눈부시게 싱그럽던 다랭이유채밭, 물건리 숲의 연초록 이파리, 금산 자락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던 새잎의 빛깔들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남해여행의 싱그러움이 다시 돌아온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길 바랍니다.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 하시고, 4월 26일 무주 금강길 답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늘 좋은 기획으로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어 감사드립니다만
특히 이번 에는 꽃피는 시간에 맟추어 일정을 잡아
모두 행복하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튤립과 유채꽃을 보기는 처음이였습니다.
다시 가보고 싶은 남해이였습니다. 감사 감사 ^^:^^
다랭이유채꽃이 가장 예쁠때 방문할 수 있어서 저도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리 모두의 행운에 저도 감사합니다.
보고 또 보고~
동행하였더라면 이 글이 더욱 더 와 닿았을텐데~
이 좋은 길 저는 언제 가보나요? 흐흐흐
그래도 사진보면서 마음을 달래봅니다
다음에 더 좋은 데 같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