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위원장 선거 '주목'
"민노총식 투쟁으론 권익 못지킨다" 인식 커져
지난 2001년 이후 6번 치러진 현대자동차 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위원장 선거는 매번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돼왔다. 1차 투표에선 온건파 후보가 40% 내외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하지만, 과반수 득표에 미달해 열리는 결선 투표에선 강경파(좌파) 후보들이 연합해 결과를 뒤집곤 했다.
하지만 오는 15일 치러질 이번 선거에선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주도의 강경·정치 투쟁에 대한 거부감이 평조합원들 사이에 확산돼 있어,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온건파가 노조위원장에 당선되는 '선거혁명'이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1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 잔디광장에선 4명 후보의 합동 유세전이 펼쳐졌다. 선거 전 마지막 유세였지만 모여든 조합원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겉으로 드러난 선거 열기는 뜨겁지 않지만 이번 선거전에서는 예년과 다른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4명 후보 중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경훈(49)·홍성봉(48) 두 후보가 유인물 등을 통해 "금속노조가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노총의 핵심이자 '최대주주'로 비유되는 현대차 노조 선거에서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호 1번 이경훈 후보는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지부도 무너진다"며 금속노조의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가짜 민주를 확 쓸어버리고 조합원을 주인으로 섬기는 참민주노조운동을 펼치겠다"고도 했다. 홍성봉 후보도 "잘못된 금속노조를 확 바꾸고 패권적 정파운동을 종식시키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이경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금속노조의 강경투쟁이 고용안정에 효과를 보지 못했음을 경험하면서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 "민주노총 식의 강경투쟁이 조합원 권익을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 6번 선거에 나갔던 이경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40% 가량 득표하면서도 매번 결선 투표에서 패했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권오일(43) 후보는 "배신은 없다"며 "현장을 지켜 낼 강단 있는 사람인가, 거짓 안정으로 팔아먹을 사람인가"라고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김홍규(47) 후보 역시 "가짜민주 진짜어용 조합원들 피멍든다"며 온건파 후보들을 '어용'으로 규정했다. 만약 15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8일 결선 투표로 이어지면서, 강경파가 조직력을 결집해 승리하는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분위기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 어느 때보다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 내에서는 이미 금속노조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 지부 산하 정비위원회(조합원 2700여명)는 지난 7월 금속노조 탈퇴를 전격 결의했다. 이들은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지역지부 전환'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엔 현대차노조 윤해모 지부장이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었다.
민주노총의 핵심이자 전투적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에서 온건파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민주노총이 주도해 온 20년간의 노동운동 판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을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4만5000명에다 연 40여억원(2007년)의 '맹비(상부단체에 내는 조합비)'를 금속노조에 납부하는 민주노총 내 최대 노조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창설된 뒤 현총련과 민주노총 결성의 주역이었으며, 사실상 민주노총의 '대주주'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건파가 현대차 위원장에 당선되면 향후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에 참여를 거부하거나 조합비 납부 등에서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노총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상명하복식 노동운동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변해야 삽니다.경제가 어려운데 강경노조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화로 풀어가가는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