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짓궂은 날씨로 버티기를 하던 겨울이 화사한 봄꽃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결국 봄이 승리했습니다. 문학소녀의 꿈을 접어두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공인중개사로 수십 년 동안 현실에 쫓겨 지나온 시간, 어느 날 찾아온 코로나19가 나에게 ‘잠시 멈춤’을 선물해주었습니다. 2차 예방접종 후유증으로 일상을 놓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계절을 예순 번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며 묻어두었던 꿈을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그 즈음 시절인연의 만남으로 전수현 시인님의 격려와 다정다감 문우회 회원들의 글 나눔의 시간은 저에게 다시 시작할 힘이 되었습니다.
20대 초반 갑작스레 떠나신 부모님의 빈자리에 날마다 슬픔과 절망의 일기장을 메우고 있을 때 감사의 일기를 쓰라며 격려해주시고, 오늘까지 부모님의 자리에서 늘 기도로 이끌어주신 배굉호 목사님과 사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제 편이 되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지지해준 남편과 자녀들, 오빠, 동생들과 많은 믿음의 친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미숙한 글이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듯 설레임과 떨림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보민출판사 가족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보다 더 성숙한 내일을 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여기까지 저의 삶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작가소개>
시인 손필숙
• 경남 합천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유아교육학 전공)
• 「부산시단」(시 2022 가을호) 등단
• 부산문인협회 회원
• 새부산시인협회 회원
• 부산북구문인협회 회원
• 가연문학회 회원
• (현) 제일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장
(사진 _ 윤여경)
<이 책의 목차>
제1부. 궤도를 수정하다
공존
격리 7일
아침
합천호 찬가
순천만의 겨울나기
가랑비 소방관
목련
궤도를 수정하다
작천정 벚꽃 날릴 때
엄마 (1)
담쟁이
남산타워에서
봄을 버무리다
남의 편
가장 좋은 친구
단비
하늘 바다
새들의 아침노래
이민 온 개망초
인생 여행 중이다
제2부. home을 팝니다
섬진강 재첩링거
출산을 준비하다
기차 갤러리
계룡산 모노레일
한가위 밤하늘
태풍 힌남노
돗자리 행복
home을 팝니다
파도의 이륙
친구 숙이
화명역의 하루
동백섬에 걸린 시화
까치까치 설날에
밥알이 걸린다
월드컵 16강의 애국심
찔레꽃
분재
짐
빈자리
임재
제3부. 저녁 어스럼을 줍다
시래기의 노래
시화가 된 노부부
암병동
수선집
오둥이
막냇동생
삶꽃
저녁 어스름을 줍다
추억 단 하루, 그날
너부러진 날
치매
소중한 건 다 공짜
4남매의 시간여행
그리움 들고 가다
가지치기
가야산 백운동 전나무집
지구의 고뇌
관계의 하자
무궁화호 열차
가까울수록
제4부. 말씀의 호야불을 들다
크리스마스
새해의 기도
갈보리 언덕
말씀의 호야불을 들다
오송이 울다
느린 우체통
풍선덩굴 복덩이
균열
분리 연습
정전
은혜
수다가 머물다
핑크둥이 비타민
단풍, 시국을 읽다
집도 표정이 있다
엄마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바다는 시인
새벽 2시 딩동
엄마 (2)
분노를 달래다
<본문 시(詩) ‘저녁 어스름을 줍다’ 전문>
겨울산 앙상한 오리목처럼
탈진한 가장의 휘청걸음
매일 저녁 어스름에
땅거미를 집어 올린다
폐지로 쌓은 탑처럼
동네에서 이름 난 아파트
만류하는 가족들 뿌리치고
날마다 어둠을 집어 올린다
십여 년 넘게 맞춰 도는 시계처럼
정시에 한 바퀴 도는 낡은 리어카
두어 달 전부터 보이지 않으니
하루일과가 미궁에 빠지는 것 같다
노인의 폐지 줍기는
새끼 품은 캥거루처럼
놓을 수 없는 사랑의 끈
질긴 생명줄이었나.
<추천사>
20대 청년 시절에 만난 손필숙 시인이 이제는 60대를 맞이하며 「궤도를 수정하다」라는 시집을 출간하게 되어 부족한 사람에게 추천사를 부탁해왔을 때 정말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서 축하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첫 시집을 출간하면서 손 시인은 그의 청년 시절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 좋겠다는 저의 말을 듣고 그대로 실천한 것이 자신을 시인으로까지 성장시켜 주었다고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줄 때 놀랍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합니다. 또한 끊임없는 시인의 감성과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 합천 시골에서 친자연 친환경 속에서 성장했고, 지금도 매일 낙동강변을 산책하면서 명상하는 생활이 몸에 배어서인지 많은 시의 주제가 자연에 관한 것 등을 보면서 시인의 순수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마흔이란 나이에 일찍 자신의 곁을 떠난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 그의 많은 시 가운데 엄마는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인 자신의 따뜻하고 푸근한 그리고 사랑과 정이 가득한 엄마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자연사랑과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표현하며, 지구촌의 평화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인이 이 시집에서 하고 싶은 말은 평생 그의 인생의 가장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 자신의 삶을 지켜주는 것이 신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인은 그의 인생의 모든 길을 인도하시고, 자신을 다듬고 성장시켜 주신 가장 위대한 조각가인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두고 지금도 끊임없이 꿈을 꾸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모습을 메시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옆에서 시인을 늘 지켜보고 있는 저는 ‘궤도를 수정하다’는 시를 읽으면서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손필숙 시인은 한 번도 그의 인생의 궤도를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계속 수정해왔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탈모는 자연스럽겠지만 시인의 열정은 탈모가 보이지 않습니다. 시인을 처음 만난 20대 시절부터 그의 열정이 가출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지금도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의욕이 식어가고, 목표도 희미해지는 것이 일상이지만 시인의 목표는 눈사람처럼 녹아내리지 않는 모습을 봅니다.”
손필숙 시인의 시집 「궤도를 수정하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배굉호 / 남천교회 원로목사, 고신전임총회장, North West University Th.D.(신학박사))
(손필숙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00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