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아파트는 비명 지르는 노도강과 여유로운 서초이다.
비즈니스워치, 채신화 기자, 2022. 07. 30
주택 매수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이어 미국의 자이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연달아 이어지며 '금리 공포'가 커진 탓이다. 수요가 없으니 가격이 조정받기 시작하며 서울 집값이 9주째 내리막길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외곽이나 세종·대구 등은 하락폭이 가파른 반면 서울 서초구는 '나홀로 상승 중으로 지역별 집값 격차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전세 시장도 비슷하다. 우려했던 '8월 전세대란' 공포는 쏙 들어가고 전셋값이 내리는 가운데 매수 심리가 약한 지역일수록 하락폭이 두드러지고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셋값에 불이 붙고 있다.
1.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feat.서초)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하락하면서 지난주보다 낙폭이 0.02%포인트 더 커졌다. 이로써 전국 집값은 12주째 내리막길이다. 수도권도 0.08% 하락으로 전주(-0.06%)보다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지방도 0.04% 떨어져 전주(-0.03%)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 매섭던 서울도 벌써 9주째 하락세이다. 7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전주(-0.05%)보다 더 떨어진 0.07%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외곽일수록 하락세가 더 두드러졌다.
집값 상승기에 2030세대의 '영끌' 매수가 불붙으며 집값 상승세가 눈에 띄었던 노·도·강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7월 마지막주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도봉구가 전주 -0.14%에서 -0.17%, 노원구가 -0.13%에서 -0.15%, 강북구가 -0.13%에서 -0.14% 등으로 낙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반면 강남권은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비교적 더뎌 보인다. 그중에서도 서초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상승세이다. 이 기간 서초구의 주간아파트값 변동률은 0.01%로 전주(0.03%)에 비해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신축 중심 상승 등으로 여전히 '플러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는 0.01% 하락했지만 오히려 전주(-0.02%)보다 하락폭이 줄었고요. 송파구는 -0.04%, 강동구는 -0.03%으로 각각 전주보다 하락폭이 커졌지만 강북권에 비하면 낙폭이 크지 않습니다.
지방은 격차가 더 심하다. 세종은 -0.17%로 전주(-0.21%)보다는 하락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입주물량 및 매물 적체 영향이 지속하며 하락폭이 크고요. 대구는 지난달 수성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졌음에도 신규 입주 물량 등의 영향으로 -0.13%로 전주 하락폭을 유지했다. 반면 군산은 6월 말부터 0.20~0.30% 수준의 주간 상승폭을 유지하며 '독주'하는 모습이다. 정주 여건이 양호한 미장동 위주로 상승하며 7월 마지막주 기준으로는 0.23% 상승했다.
2. 전세대란 말고 '월세대란 공포' 성큼
전셋값도 마찬가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 등에 따라 하반기 '전세대란' 우려가 컸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자 오히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은 떨어지고 있다.
7월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5%로 지난주(-0.03%) 대비 하락폭이 확대됐다. 수도권도 -0.05%에서 -0.06%, 지방도 -0.02%에서 -0.03%로 하락폭이 커졌다. 서울은 -0.03%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높은 전세가격에 대한 부담과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전환 문의 증가 등으로 전세매물 적체가 지속하면서 서울 전역에서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지난해 7월 0.50%였던 금리가 1년 만에 2.25%까지 올랐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도 급격히 오르면서 집주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들도 월세로 눈을 돌리는 추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세수급지수는 25일 기준 91.9로 지난해 12월6일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80~90선에 머무르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반면 월세는 수요가 늘면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올라온 서울 지역 월세 물건은 29일 기준 1만9075건으로 한 달 전(1만6772건)보다 13.7% 늘었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많거나 매수 심리가 약한 지역일수록 전셋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세종이 신규 입주물량 및 거래 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주 -0.21%에서 이번주 -0.29%로 낙폭이 커졌다. 마찬가지로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인천 중구도 -0.20%에서 -0.22%로 더 떨어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선 입지 여건이 좋아 전셋값 방어가 되는 서초구 등과 지방에선 산업단지가 많은 군산, 천안 등의 집값이 계속 강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실거주가 불가능한 재건축 지역이나 집값 상승기에 흐름을 타서 입지에 비해 고평가됐던 지역들은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며 "지역별로 집값 격차, 양극화 등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