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네들 더위먹지 않을까 걱정이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오른 3일 대구 시민운동장. 경기 전 삼성 박흥식(39) 코치가 1루쪽 덕아웃 앞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해태 선수들을 보고 안쓰러운 듯 한마디 던졌다. 해태 선수들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대구 구장은 프로야구가 열리는 7개 구장 중 유일하게 원정팀 덕아웃이 1루쪽에 있는 곳이다. 1루쪽이 오후 늦게까지 햇볕이 들기 때문에, 삼성이 일반적인 관행을 깨고 3루쪽을 안방팀 덕아웃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이어서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지열까지 감안하면 한 여름 체감온도는 40도까지 오른다.
이 때문에 7, 8월에 대구에서 원정 경기를 하는 팀들은 삼성에 연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삼성 선수들은 대구의 찌는 듯한 무더위에 익숙하지만, 다른 팀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날 해태는 올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대구의 무더위에 지쳐 결국 막판 뒤집기를 당했다. 1회 이동수의 2점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6회말 선발 최상덕이 마르티네스에게 역전 2루타를 허용해 무너졌다.
해태 구단 관계자는 “삼성에 진 게 아니라 무더위에 진 것”이라며 “이렇게 더운 날에는 경기를 안했으면 좋겠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