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의 변'을 읽고 류종렬(자유기고가) 21일 중앙대 의료원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고 내놓은 ‘사직의 변’을 읽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중대의대 교수들의 제자(전공의)들에 대한 사랑과 윤석열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의료농단에 대한 분노가 함께 느껴진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고 전공의들은 자신의 이익을 쫓아 환자 곁을 떠나고, 교수(스승)들은 이런 전공의들을 질책하여 돌아오게 하기는커녕 전공의들을 감싼다’며 비난을 퍼붓는다. 그런데 지금 중앙대 의료원 교수들뿐 아니라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보이는 모습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 우리는 “Life is short, (and) art is long(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이란 말을 자주하지만, 정작 이 말을 누가 했는지, 그 원래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문구는 히포크라테스가 환자를 보면서 섬광처럼 떠오른 단상들을 즉석에서 기록해둔 모음집 ‘격언’에 나오는 것으로, 원문인 희랍어를 후대에 영어로 번역하면서 그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었다. 이 문구가 포함된 아래의 문장을 보면, 히포크라테스가 하고자 했던 원래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Ὁ βίος βραχὺς, ἡ δὲ τέχνη μακρὴ, ὁ δὲ καιρὸς ὀξὺς, ἡ δὲ πεῖρα σφαλερὴ, ἡ δὲ κρίσις χαλεπή. Δεῖ δὲ οὐ μόνον ἑωυτὸν παρέχειν τὰ δέοντα ποιεῦντα, ἀλλὰ καὶ τὸν νοσέοντα, καὶ τοὺς παρεόντας, καὶ τὰ ἔξωθεν. 인생은 짧고, 의술(의 길)은 멀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불완전하고, 판단은 어렵다. 따라서 의사는 스스로 옳은 일을 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수행원, 외부인 모두가 협조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art(téchnē)'는 예술이 아니라 의술이며 '사람의 인생은 짧은데, 의술을 익히는 것은 오래 걸린다'는 의미이다. 그 뒤의 문장까지 알면 더 명확해지는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판단은 어렵다”는 의료 현장이 매 순간 實戰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문장이다. 히포크라테스는 ‘Medicine is a science and an art(의학은 학문이고 기술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의술은 과학이고 기술이고 도제식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하며, 익히기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 기회를 놓치면 가르치고 배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게 이 기술을 가르쳐준 스승을 내 부모와 똑같다고 여기고 삶을 함께 하며 그가 궁핍할 때에 나의 것을 그와 나누고, 그의 자손들을 내 형제와 같이 생각하고 그들이 이 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보수와 서약 없이 가르쳐줄 것이다. 의료지침과 강의 및 그 밖에 모든 가르침은 나의 아들과 나를 가르친 스승의 아들 및 의료 관습에 따라 서약하고 선서한 학생들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전해주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중대 의료원 교수들이 왜 저런 ‘사직의 변’을 내놓으며 제자(전공의)들을 변호하고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비난하는지 이해가 되시는가? 대부분 국민들의 생각과 달리 중대 의료원 교수들은 철저하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박민수 차관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정독을 하고 매일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을 향해 독설을 내뱉는지 궁금하다. 이번 참에 여러분들도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을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전문은 이 글의 말미에 첨부한다). PS. 중대 의료원 교수들의 <사직의 변>을 읽어보면 의미심장한 몇 개의 문장과 단어들이 보인다. ‘미신적인 정책 오류’, ‘정부의 폭압’, ‘이런 짓’, ‘의료농단’, ‘정부는 폭력집단처럼 행사한 자신들의 그릇된 추진력을 自畵自讚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여론은 2000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미신적인’이라는 단어와 ‘2000이라는 숫자’라는 문구가 연결되어 보이는 것은 나만의 뇌피셜인가? 다음은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들의 사직 성명 [사직의 변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저희 중앙대학교 의료원을 믿고 치료를 맡겨 주신 환자와 가족 여러분. 우선 저희 뜻과 다르게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정부가 드디어 2000명 증원을 준비도 되지 않은 의과대학들에 졸속으로 대충 나누어 배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의 발표를 보십시오. 얼마나 대충 2000명을 쪼개 이리저리 분배했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오랜 기간 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중대사인 교육 계획을 밀실에서 원칙 없이 획책하고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그리고는 이것이 의료개혁이라 주장합니다. 이것은 개혁이 아닌 改惡입니다. 한 명 더함도, 빠짐도 없이 똑 떨어지는 2000명을 고집하는 것은 근거도 없고, 실현도 불가능하며, 의료를 破局으로 몰고갈 만한 미신적인 정책 오류입니다. 이 발표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다리는 끊겼습니다. 정부의 폭압에 병원 밖으로 내몰린 전공의들의 얼굴이 한 명 한 명 떠오릅니다. 얼마나 성실하고, 똑똑하며, 환자를 사랑하던 젊은 의사들인지 분명히 기억합니다. 전공의들이 깊은 고뇌를 하면서도 병원을 떠났던 것은 저희 교수들이 남은 환자를 지켜 줄 거라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희 교수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 치료에 공백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몸은 버틸지언정 정부와 일부 언론의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료개혁을 막는 행동을 한다’는 매도는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정부의 의사 악마화, 지역과 군의료 기관의 의사를 서울로 빼돌리기, 전공의들에게 족쇄 채우기, 財源이 불투명한 천문학적 금액의 공약성 의료정책 남발, 그리고 이에 발맞춘 일부 언론의 비이성적 매도는 너무도 견디기 힘든 것들입니다. 이런 짓을 보면 강한 의문이 듭니다. 그 동안 얼마든지 개선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책상에서 숫자 놀음으로 정책을 결정했기에 현존하는 의료의 각종 문제를 해결 못했던 고위직 공무원들이 갑자기 파란 잠바를 입고 매일 카메라 앞에 서서 개선이 아닌 의료개혁을 외치는 것은 정말로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해서 일까요? 私心없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진정 누구일까요? 대학의 교수들은 의대증원으로 인해 개인적인 손해를 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정부 주장대로 이 천명 증원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지원자가 늘어난다면 (설령 그들이 낙수일지라도), 교수 개개인의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의대 교수도 1000명을 늘린다고 하니 취업선택권도 늘어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현장에서 醫業에 종사하며 전문적 소견을 가진 교수들이 고된 진료를 이어가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정책적 오류를 수정하고 대화에 응해줄 것을 요청 드린 것은 의대 교수들이야말로 진심으로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병원에서 내몰리면서도 우리를 믿던 사랑하는 전공의들에게도 미안합니다. 정부의 폭압적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 저희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은 어쩔 수 없이 2024년 3월 25일 개별적 사직서를 제출할 것입니다. 이는 교수 개개인의 安慰를 위함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정부를 향한 몸짓입니다. 지금 이 의료농단을 막지 못하면 미래에 더 큰 의료재앙이 닥칠 것임을 저희 교수들은 알고 있습니다. 당장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의사, 교육자, 학자로서의 책무이기에 행동에 나서는 것임을 이해해 주십시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응급, 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끼치게 될지 모를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미리 사과드립니다. 2024년 3월 20일 중앙대학교 의료원 교수 일동 드림 덧붙이며 - 정부는 폭력집단처럼 행사한 자신들의 그릇된 추진력을 자화자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여론은 2000이라는 숫자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언론도 점점 냉정하고 과학적인 시각으로 현 사태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정부와 일부 언론의 매도와 달리 합리적인 자세로 저희의 주장과 행동을 판단하고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와 휘기에이아와 파나케이아를 비롯한 모든 남신들과 여신들을 증언자들로 삼으며 이 신들께 맹세코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다음 선서와 서약을 이행할 것이다. 내게 이 기술을 가르쳐준 스승을 내 부모와 똑같다고 여기고 삶을 함께 하며 그가 궁핍할 때에 나의 것을 그와 나누고, 그의 자손들을 내 형제와 같이 생각하고 그들이 이 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보수와 서약 없이 가르쳐줄 것이다. 의료지침과 강의 및 그 밖에 모든 가르침은 나의 아들과 나를 가르친 스승의 아들 및 의료 관습에 따라 서약하고 선서한 학생들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전해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환자를 이롭게 하기 위해 섭생법을 쓰는 반면, 환자가 해를 입거나 올바르지 못한 일을 겪게 하기 위해 그것을 쓰는 것은 금할 것이다. 나는 그 누가 요구해도 치명적인 약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와 같은 조언을 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여성에게 임신중절용 페서리(pessos)를 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삶과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유지할 것이다. 나는 절개를 하지 않을 것이고 결석환자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나는 어느 집을 방문하든 환자를 이롭게 하기 위해 방문할 것이지만, 고의로 온갖 올바르지 못한 행위나 타락 행위를, 특히 자유인이든 노예이든 남자나 여자와의 성적 관계를 금할 것이다. 치료하는 중에는 물론이고 치료하지 않을 때조차도 사람들의 삶에 관해 내가 보거나 들은 것은 무엇이든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서, 나는 그러한 것들을 성스러운 비밀이라고 여겨 누설하지 않을 것이다. 이 선서를 이행하고 어기지 않으면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평판을 받고 나의 삶과 기술을 향유할 수 있길 기원하고, 내가 선서를 어기고 거짓 맹세를 하는 것이라면 이와 반대되는 일이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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