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봉산[三峰山] 1234m 강원 삼척, 태백
산줄기 : 백두금대지맥
들머리 : 하사미동 가리골
위 치 강원 태백시
높 이 1234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삼척-태백 삼봉산(1,234.2m)
고랭지배추에 한우 등으로 떵떵거리는 오지 부촌
"고향이 어디십니까?"
"나 삼척 하장 살아요."
하장에서 산다고 하면 유심히 쳐다본다. 거기에다 하장방태골에서 산다고 하면 깡촌놈 취급하며 업수이녀기기까지 하였다.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고랭지배추며 특용작물, 한우 등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부촌이다.
지금 하사미에도 태백시가 생기기 전에는 삼척에서 녹을 거둬 갔던 지역이다. 태백시 북서쪽 삼척시 경계에 솟은 삼봉산은 일대에서는 해발이 제일 높으며 첩첩산중에 위치하여 어프로치가 긴 편이다. 그중에서 교통편이 제일 쉬운 태백과 하장을 잇는 35번 국도가 지나는 미동초등학교 하사미분교를 산행들머리와 날머리로 택했다.
시끌벅적해야 될 교정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학생이 있는지 없는지. 운동장 한 켠에는 독서하는 조각상과 사임당 동산, 배배 꼬인 줄그네가 졸고 있고, 교문 왼쪽에 일등수준점이 있다. 장태순씨(54세, 대덕산~금대봉 자연생태경관 보전지역 감시원)와 태백시내에서 일미아구찜 식당을 하는 길기순씨(45세)는 그네에 앉아 번갈아가며 코 흘릴 때 하던 꽈배기 그네 태워주기를 한다.
"빨리 내려. 그네 망가져."
"아이구, 어지러워. 골이 흔들리네."
35번 국도에 가리골길 이정표의 화살표 방향을 따라 교문 왼편의 수렛길로 들어 농가를 뒤로하니 어느 사이 깊은 산 속에 든 기분을 느끼게 하는 협곡을 지나게 된다. 층층으로 쌓인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당단풍나무, 나도박달나무, 생강나무들이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안을 맘껏 노출시켜 펼쳐 보인다.
가래나무가 많아서 '가래골'
"여이가 왜 가래골인 줄 알아, 가래나무가 많아 가래골이야. 저기 좀 봐. 저게 가래나무잖아."
뻥치는 줄 알았더니 정말 가래나무가 있다. 장태순씨의 자문자답 해설이 물증까지 있으니 그럴듯하게 들린다. 가리골이란 가늘고 긴 골짜기란 뜻이거나 옛날 삼을 많이 재배하여 껍질을 벗긴 저릅을 쌓아 놓은 가리가 있어 생긴 이름일 터이다.
지명유래를 생각하며 산모퉁이를 몇 구비 돌아들자 넓은 텃밭에 자리잡은 농가 한 채가 나타난다. 옛날에는 이 모퉁이에 일곱 집이 있었으나 한 집은 폐가이고 다섯 집은 모두 집터만 남아있다. 가뭄인데 여기서부터 계곡에 물이 있다. 석축도 튼튼히 잘 쌓아 수해에 대비해 놓았다. 여름배추를 출하하고 잘린 뿌리에서 새로 삭이 튼 움돋이 배추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마을을 뒤로하고 모퉁이를 돌아가자 계곡이 다시 좁아들며 다리를 건너는 비탈밭에 부부가 팥 추수를 하고 있다. 장태순씨와 길기순씨는 산행을 멈추고 얼른 달려가 팥 가리 나르는 것을 도와준다.
산천을 구경하며 설레설레 걷자 농가 2채가 나타난다. 그중 한 집은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다. 댓돌 위에는 검푸른 장화가 아무렇게나 동댕이 처져 있고, 툇마루에는 붉은 고추, 되꾸리 소주병도 비스듬히 기대섰다. 덕지덕지한 흙벽에는 '가리골길 166' 이라는 새로운 주소가 붙어있다. 댓돌에 앉아 잠시 옛날로 돌아가본다. 열아홉 집이 개천을 사이에 두고 굴뚝에 저녁연기, 오순도순 살던 마을, 이젠 답 두 집.
다시 밭길을 이어간다. 왼편으로 앞산(1,221.2m)과 삿갓봉(1,177m)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가리골과 합수한다. 그 합수지점에 있는 바위가 층계를 이뤄 수많은 와폭들이 형성돼 있다. 주인 잃은 폐가 한 채가 산턱에 걸터앉아 산국을 키우고 있다. 들머리에서 시나브로 산천구경하며 1시간 걸렸다.
밭둑에 껑충 홀로 선 소나무 위에는 농구공만한 말벌집이 달렸다. 노오란 산국 향을 맡으며 소나무 아래를 지나 15분 거리에 능수버들이 춤을 추는 마지막 농가(가리골길 280)다. 멍멍이가 마구 짖어댄다. 벽면에는 지게와 농기구들이 가지런히 걸려있다.
지금까지 따르던 경운기길이 가리골 마지막 농가 앞에서 계류를 건너 왼쪽 언덕 위로 올라가 버린다. 이제는 여기서 그대로 직진한다. 넓은 길은 끝나고 채마밭이다. 밭둑을 따라 옛 집터 흔적을 지나 계류를 건너니 컨테이너 농막이 있다. 배추밭을 따라 올라 밭이 끝나며 회양목이 지키고 있는 묘 1기가 있다. 여기서부터 숲으로 들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얼음 같은 짜릿한 가랑비가 내린다. 단풍도 절정이다. 촉촉이 비에 젖은 단풍색은 더욱 요염하다. 명지목이를 향해 왼편 지계곡으로 오른다. 낙엽이 쌓여 길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울긋불긋한 숲터널을 그냥 뚫고 오른다고 봐야겠다.
40여분을 헐떡거리며 용연리 상촌으로 넘어가는 명지목이에 섰다. 1210m봉 턱밑에 이르자 온통 가시나무(산딸기나무)밭이다. 옷을 잡아 할퀴고 뜯어 옴짝달싹도 못하였다. 가시밭을 피해 사면으로 돌아 올라가자니 고역이다. 안개가 뽀얗게 서렸다. 신갈나무로 채워진 두루뭉실한 1210m봉에 올라 비와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닦는다.
능선이 두 갈래 치는 1210m봉에 풍력개발 타당성을 정밀조사하기 위해 계측기를 설치해 놓았다. 계측기에서 평탄한 왼쪽 능선 숲을 따라가자 안개 속에 임도가 불쑥 나타나는 지운령이다. 하장 배판골과 용연리 상촌과 연결되는 길이다.
지운령을 건너 다시 능선으로 들어서자 넓은 터에 자리잡은 숙부인 진씨 묘다. 묘를 지나자 삼각점(2005 복구. 임계 318)과 국토지리정보원 안내문 푯말이 있는 삼봉산(경도 128° 56′ 17″, 위도 37° 18′ 24″) 정상이다. 지형도마다 정상 표고가 달리 표기되어 있다. 1,234.2m, 1,231.9m, 1,232m, 1,232.9m가 그것이다.
비와 안개로 조망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은 풍력계측기가 있는 1210m봉으로 되돌아간다. 오를 때는 15분 걸렸으나 내려갈 때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풍력계측기에서 북동쪽 능선으로 시경계를 따라 1185m봉으로 간다. 태백시청산악회 표식기도 보인다. 활엽수들이 단풍터널을 이룬 환상적인 능선길이다.
1210m봉을 떠난 지 약 30분만에 1185m봉이다. 여기서 시경계와 이별하고 동쪽 능선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선다. 길이 없다. 잠시 내려가다 남쪽 지능선으로 방향을 틀자 가리골로 내려가는 옛길을 만나 구불구불 35분쯤 걸려 숲터널을 빠져나오니 오전에 헤어졌던 묘 1기가 있는 가리골 마지막 배추밭이다.
1982년도 가리골에는 36호가 살았으나 모두 대처로 떠나고 현재에는 주인 잃은 폐가 3채, 그리고 4가구만 사람이 살고 있다. 실제거리 5km쯤 되는 가리골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오니 가을 찬 비에 옷이 흠뻑 젖었다.
*산행안내
미동초교 하사미분교-(1시간15분)-가리골 마지막 농가-(40분)-명지목이-(35분)-1210m봉-(15분)-정상-(10분)-1210m봉-(30분)-1185m봉-(35분)-가리골 마지막 농가-(1시간)-미동초교 하사미분교 <5시간 소요>
*교통
태백시내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상사미, 조탄행 시내버스로 미동초교 하사미분교에서 하차. 1일 8회(06:10, 07:40, 09:50, 12:20, 14:45, 17:50, 19:00, 19:30) 운행.
조탄에서 상사미 거쳐 태백터미널로 나오는 버스 1일 8회(07:00, 08:25, 10:00, 11:15, 13:00, 14:50, 17:50, 20:20) 운행.
*숙식(지역번호 033)
태백시내에 있는 맛나분식(552-2806, 016-348-5770), 일미아구찜(553-2959, 010-2832-0626), 분비내해물탕(552-1632), 성류각(552-9020),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2-2849), 동경장여관(552-6624) 등 이용.
글쓴이:김부래 태백한마음산악회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40여 년간 강원도 오지 산골을 누비고 다닌 산꾼이다. 숲해설가.
참조:삼봉산
참고:월간<산> 200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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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