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이 정말 대단한 나라라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이다. 선진국이라고 여겼던 나라들의 시민의식과 의료체계, 국가 및 도시의 감염병 대응을 보면서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다.
서울시는 6월 1일(월)부터 5일까지 서울의 코로나19 극복 노력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새로운 표준도시의 비전을 공유하는 온라인 국제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을 열고 있다. 각국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사례를 공유하고 국제사회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어떻게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지를 논의하는 자리이다.
‘CAC글로벌 서밋 2020’이 서울에서 6월 1일~5일까지 열린다. ⓒ서울시
CAC글로벌 서밋 3일차인 지난 3일, 오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서울시와 세계 주요도시 사례를 공유하는 세션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서울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참관했다. 이날 회의는 각 도시의 방역책임자와 국내외 전문가들이 약 90분간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AC 글로벌 서밋 3일차인 6월 3일, 방역 분야 토론이 진행됐다. ⓒCAC2020
사회는 최재필 서울시 감염병 관리단장이 맡아 보았다. 최 단장은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도시의 방역체계에 대해 각 도시의 방역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 어떤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말문을 열었다.
방역 세션 사회를 맡은 최재필 서울시감염병 관리단장 ⓒCAC2020
서울시는 감염병 대응 국제도시의 표준이 된 도시라고 할 만하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나백주 국장은 ‘서울시 코로나 대응 현황, 대응 성공요인, 극복할 과제’에 대해 첫 발표를 했다.
그는 “서울시 코로나19 확진자는 876명으로 사망자 4명, 치명률 0.5로 한국평균보다 낮다. 음압병상 900개를 갖춘 안정적 치료시스템과 50개의 선별진료소에서 PCR(유전자 증폭) 기법을 도입한 신속한 진단검사,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반과 동선추적반을 동시에 투입해 감염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첫 주제발표를 한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CAC2020
나백주 시민건강국장은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응 성공요인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첫째, ‘신속·투명성’이다. 확진자 발생 시 원인을 분석하고 동선을 찾아 공개해 추가 감염을 막는다.
둘째, ‘협력과 연대’이다. 정부와 각 도시가 연대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지역 환자를 서울 병원으로 이송,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셋째,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등 ‘창의적인 대응’과 넷째, 잠시 멈춤 캠페인, 시차 출퇴근제 등 ‘시민의 참여’를 꼽았다.
서울시가 소개한 코로나19 방역성공 요인 4가지 ⓒCAC2020
이어서 서울시가 개선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감염병 연구소 설립 ▲감염병 발생 시 7단계의 세부 대응 방안 마련 ▲역학조사 능력 향상 ▲시립병원 감염병 진료 기능 향상 인력 확충 ▲마스크 등 방역물자의 비축과 관리 강화 ▲선제검사 기법 도입 등을 도시의 방역기능의 모델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배운 개선해야 할 과제를 공유하기도 했다. ⓒCAC2020
오늘 진행된 방역 회의에는 각 국의 방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LA카운티 자카리 루빈(Zachary Rubin) 공공보건국장은 ‘LA 코로나19 발생현황과 대응사례’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과 서울의 감염병 대응은 세계 최고”라고 찬사를 보내며 “대한민국의 감염병 대응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LA는 단계적으로 안정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CAC2020
루빈 부장은 “LA는 초기에 진단키트 부족과 요양원 집단감염, 5만8,000명에 달하는 홈리스, 1만5,000명의 교도소 등의 감염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을 통해 배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로 확진자가 감소해 안정을 찾아 가고 있다”며 “현재는 마스크 착용 후 야외 활동은 가능할 정도로 규제를 완화했지만 고위험 사업장인 영화관, 학교, 종교시설은 아직도 개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테르담 에우트 파노이 보건사회국장 ⓒCAC2020
세번째 발표자인 로테르담의 에우트 파노이(Ewout Fanoy) 보건사회국장은 “네델란드의 가장 큰 도시인 로테르담의 방역 성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배운 방역지침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심환자 무료 PCR검사 시행,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 검사 등을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소개했다.
로테르담 항구의 방역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CAC2020
130만 명이 거주하는 로테르담은 매년 10만 척이 기항하는 큰 항구가 있어 크루즈선의 집단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입항을 모두 허용했다. 대신에 입항 허용 조건으로 해상 보건선원을 탑승시키고, 승선객들에 대한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 크루즈 선장과 원활한 협조를 통해 항만에서 감염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위협을 받은 베이징시 쑤에준 안(Xuejun An) 보건위원회국장은 ‘베이징 코로나19 발생현황과 대응사례’를 공유했다.
베이징시 쑤에준 안 보건위원회국장 ⓒCAC2020
그는 “외부에서 유입된 환자가 대부분이라 역유입 환자 관리에 중점을 두고 대응했고, 첫 확진자 발생 후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해 시민사회와 공동대응을 하고 진단검사가 가능한 기관을 17개에서 42개로 늘려 1일 검사 숫자를 2,500개에서 8만2,000개로 늘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베이징시는 감염환자 치료를 위해 전문 의료진을 전국에서 모집하고 3,300여 개의 병원을 활용해 확진자는 100% 입원 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전통 중국의학을 코로나19환자 치료에 활용해 회복에 큰 도움을받았다고 전했다. 격리된 공동주택 주민들의 체온측정과 음식배달 등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캐나다 토론토의 사례’ 발표에 나선 캐나다 토론토대학 보건학과 칼스 보넷(Carles Bonet) 교수는 “캐나다는 코로나19 대응에 스페인에 비해 낫지만 한국보다는 못한 대응을 펼쳤다”며 대한민국의 방역사례에 찬사를 보냈다. 바르셀로나는 중국과 한국의 사례를 먼나라 얘기로 치부하고 정부가 제때 조치에 나서지 못해 사망률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칼스 보넷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토론토 사례 발표를 했다. ⓒCAC2020
캐나다는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신속한 코로나19 검사 조치가 시행된 후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결과를 막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결과는 참혹했다. 바르셀로나는 3월 27일부터 의료시스템이 붕괴해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하고 검사 또한 미흡해 세계 최고의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에 토론토는 체계화된 건강보험과 사스로부터 교훈을 얻어 코로나19 대응책을 마련한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들여와 방역에 성공했다고 한다.
패널들의 발표에 이은 질문과 답변 시간에 서울대학교 탁상우 교수는 “LA에는 노숙인이 많은데 노숙인 환자들을 어떻게 찾아 어떤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LA카운티 루빈 부장은 “노숙인 보호소를 개설하고 홈리스를 특별히 수용하는 격리시설을 만들었다.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 나섰고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그 지역 홈리스 전원을 검사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검사 결과를 전해주려고 해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노숙인 특성상 연락이 끊기는 문제가 가장 큰 고충이었다”고 답했다.
패널들이 질문답변 시간에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CAC2020
고려대학교 보건사회정책학과 정혜주 교수는 “최근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새로운 감염병 확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건강안보로 발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보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치료와 정보를 세계가 공유하고, 치료제는 국제적 공공재로 모든 회사에서 공동으로 생산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CAC 3일차 방역 부분 전 세계 도시 사례를 공유했다 ⓒCAC2020
오늘처럼 무관중 온라인으로 중계된 포럼도 서울시가 최초로 기획하고 선도한 사례로 기록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제 간 협력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그간 보지 못했던 국제협력, 도시 간 경험 공유 등이 이번 포럼을 통해 한층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온라인 중계를 보는 내내 서울시민으로서 어깨가 으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