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3년 6월 2일(금) 오후 12:30
성진이가 퇴소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성진이와의 만남이 길어서 곧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학교 선생님이 톡으로 알려주신다. 처음에는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그렇고 누가봐도 억지로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티가 났고, 항상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진이의 모습이 불편하기만 했다.
하지만 녀석이 역사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다른 어떤 것보다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역사에 대한 책이나 영화들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오늘과 다음 모임(아마 다음이 마지막 모임이 될 것 같다)에 녀석을 위해서 역사와 관련된 영화를 시청하기로 했다. 오늘 나눌 영화는 '봉오동 전투'이다.
벌써 글에서부터 구체적인 내용 요약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책들을 읽고 감상문을 쓸 때는 누가봐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성진이가 지금까지 작성한 글 중에서 가장 디테일 하고 구체적인 내용 요약을 하였다. 그만큼 역사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글을 통해서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읽은 후에도 봉오동 전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성진이는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적극적이고 눈에서 빛이 난다. 항상 초점이 없고, 소극적이며, 어떤 질문에도 짧은 대답으로 끝내던 성진이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다. 그래서 성진이에게 역사를 전공해 보는 것 더불어 그 역사를 가리치는 교사가 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성진이의 꿈은 자신과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삭가 되는 것이다). 녀석은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그냥 웃는다.
수업을 마치며 다시 한번 격려해 주었다. 누구보다 역사를 사랑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대해서 말할 때 눈에 생기가 돈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제 성진이와의 만남은 한 번 남았다.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다음에는 역사 선생님이나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