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을 뒤덮고 있는 요상한 기류속에 7년전 오늘(3월 10일)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년전 오늘은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합니다. 그리고 발표합니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말입니다. 당시 서울 종로구 3호선 전철 안국역 주변은 그야말로 발디딜 틈 조차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주변에 구름같은 인파가 모여 있었습니다. 민주화를 염원하는 촛불혁명 세력은 물론이고 박정권을 옹호하는 수구세력들도 엄청나게 밀려 들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3월 10일은 역사적으로 길이 기억해야할 그런 날입니다. 새벽부터 촛불혁명 지지층들은 지금의 광화문광장에 모였습니다. 당일 있을 한국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통령 파면 여부를 앞두고 촛불혁명 지지층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광화문광장에 밀려 들었습니다. 주최측의 지휘에 따라 집회를 갖고 천천히 헌법재판소 앞으로 행진을 시작합니다.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걸음 한걸음 옮깁니다. 그동안 거의 6달 이상 모여 집회를 가진 그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 위함입니다. 이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태동할 것이라는 벅찬 감회속에 발길을 헌법 재판소로 옮깁니다.
헌법재판관들이 모두 모이자 심판은 시작됩니다. 3월 10일지만 오늘(2024년 3월 10일)처럼 약간 추운 그런 날입니다. 봄은 왔지만 봄같지 않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 같은 날씨였지요. 모인 촛불혁명세력들은 대오를 흩트리지 않고 단상에 있는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구호를 외칩니다. 박정권 옹호세력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불복을 외치며 함성을 질러댑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드디어 이정미 대법관이 발표를 시작합니다. 한동안 온갖 구호로 정신이 없었던 장소에 적막감이 감돕니다. 정말 옆에서 바늘 하나를 떨어뜨려도 들릴 만한 분위기입니다. 잘 아시는데로 발표문이 굉장히 깁니다. 법률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발표내용의 핵심을 잘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만 살핍니다. 과연 어떤 결정이 내려졌을까요. 발표를 시작한지 꽤 시간뒤 지난뒤 앞뒤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대통령 박근혜 파면이랍니다.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부둥켜 앉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동안 긴 시간동안 그 엄청난 추위를 견디며 광화문광장을 지킨 수많은 민주시민들의 승리이자 이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는 그런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2017년 5월 9일 당시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1.1%의 특표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과반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 역사상 대단했던 촛불혁명의 결과치고 만족스럽지 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더불어 민주당은 오해했습니다. 마치 온 국민들의 성원속에 당선된 것이라고 말이죠. 더불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5명중 2명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직관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3년후 실시된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 국민들 상당수가 또 다시 더불어 민주당에게 표를 선사합니다. 더불어 민주당 등 상대적 진보 성향 의원이 180석 이상을 차지합니다. 그야말로 여대야소입니다. 대통령 만으로 안되니 더불어 민주당이 여당으로 제역할을 다 하라는 의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정권은 북한과의 해빙무드와 검찰개혁에 올인합니다. 물론 해야할 분야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가 세상 뉴스의 화려한 스포트를 받으며 요란한 행보를 이어가는데 옆에서 조연자 역할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검찰개혁도 총장 한명 바꾼다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는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힌 모습입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녹록하게 되는 것이 아니지요.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으로 엄청난 위기에 몰린 국민들에게 나눠준 보조금과 은행 대출 등 유동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유동성이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로 흘러들어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 극성과 그로인한 부동산 급등 현상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만 믿고 바라보던 일반 시민들은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되어버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전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급등하는 전세값에 정말 졸지에 집에서 쫓겨나게 된 국민들이 급증합니다.
코로나 19의 대응으로 세계적으로 신용을 얻던 한국 정부가 갑자기 자국 국민들에게 미움의 대상으로 바뀌고 맙니다. 부동산과 관련한 정부의 사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권의 최고 책임자도 입을 닫고 있습니다. 북과의 해빙무드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의견차이로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검찰개혁은 검사들의 저항으로 거의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정말 이럴려고 그 추운 날 동상에 걸려가면서 광화문광장에서 절규했던가라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한 정부부처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조언하고 쓴소리를 해야할 국회의원들의 지적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급기야 검찰개혁하라고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인물이 새로운 야당의 대선후보로 등극하는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멈추기로 합니다. 손이 떨려 자판기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대선에서 야당에게 자리를 넘기고 지자체선거에서도 폭망합니다. 그 화려하고 광대했던 촛불혁명의 유효기간이 너무도 짧았음에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이 급등합니다.
그리고 다시 맞은 총선입니다. 다시 7년전으로 되돌아가 봅니다. 그리고 의문이 생깁니다. 그날의 그 함성이 과연 어디로 사라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프랑스 혁명도 거의 백년동안 진행됐습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고 그런 혼란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나폴레옹이란 인물이 등장해 제정을 만들어 버립니다. 정말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하면서 이루려고 한 것이 바로 제정일까요. 하지만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다시 왕정이 들어서고 국민들은 또 다시 혁명의 깃발을 움켜잡습니다. 그리고 1830년 7월혁명을 일으킨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시 정치 사회적 혼란기를 거치면서 나폴레옹 3세가 집권하면서 다시 제정으로 회귀했고 급기야 1848년 2월 혁명이 탄생합니다.
다시말해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한국의 촛불혁명은 너무 빨리 식었고 너무 쉽게 그 근본 정신이 무너져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정권을 잡았던 집단의 안일함이 최대 실책이었을 것입니다. 너무 쉽게 상상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니 그냥 어안이 벙벙했고, 어어 하다가 정권을 잡았고, 준비없이 시작된 개혁이 힘을 가질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프랑스 혁명은 오랜기간 연구하고 ,철학적 배경이 존재하고, 도상훈련을 거쳐 이뤄진 것이라면 한국의 촛불혁명은 일부 특정 언론매체의 폭로로 인해 정말 졸지에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여대야소상황속에 당시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은 현실에 안주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국민들의 답답하고 피곤한 민생상황의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선거에서 이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오늘의 상황은 어떤가요. 해당 국회의원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 더불어 민주당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도 그런 무사안일의 구태의연한 정신을 깨고자 하는 일로 판단됩니다. 또 다시 쓰디쓰린 역사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함이 아닌가도 여겨집니다. 7년전 3월 10일 그날 있었던 그 일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되고 가슴이 아파오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상황이 아닐 것입니다.
2024년 3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