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하게 말 고르기
얼음을 씹어 먹던 시절이 있었다. 철분 수치가 낮으면 얼음을 수시로 찾는 중독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얼음이 당길 때마다 깨물어 먹었다. 심각한 빈혈인지도 모른 채 산티아고 순례길도 얼음 과 함께 걸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며 얼음이 가득 담 긴 커피를 마셨다. 다 마신 후에는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깨뜨려 먹었 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할머니가 호통을 쳤다. "얼음 그렇게 씹어 먹으면 이 다 나간다!" 말투라도 다정했으면 괜찮았겠지만 할머니는 아주 큰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 옆 사람과 대놓고 내 흉을 보기도 했다. 그 소리가 목욕탕에 쩌렁쩌렁 울렸다. 졸지에 나는 아주 어리석고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한 말이겠거니 이해하려 해도 기분이 상했다. 할머니는 혀를 차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쯧쯧, 저러다 나중에 큰일 나지!" 무안한 나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나쁜 뜻은 아니야.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일 거야.’ 좋은 의도로 한 이야기라도 듣는 이에게는 다른 의미로 가닿을 수 있다. 언어에 무엇이 옳거나 그르다는 판단은 물론, 고정 관념이나 편견이 섞여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말을 건넬 때에는 ‘세심한 머뭇거림’이 필요하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타인에 대한 차별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럴 의도가 없었더라 도 말이다. 좋은 뜻으로 혹은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입 밖으로 나 오는 순간 상처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가끔 혼자 생각한다. '외국어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처럼 비난이나 편 견이 담기지 않은 바른 말을 점수로 매기는 시험이 있으면 어떨까? 자신이 어떤 말을 사용하고, 어떻게 상대에게 전하는지 검증하는 제 도가 있다면 모두가 말을 더 신중하게 하지 않을까. 사람의 인격은 평소 쓰는 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만약 이를 바꾸고 싶다면 자기에 대한 성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리라. 그만큼 말 을 다르게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천하기 쉽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말을 세심하게 골랐으면 한다. 사우나에서 들은 호통에도 얼굴이 붉어지는데, 편견을 숨김없이 드 러내는 말들은 다른 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입힐까. 서로에게 상냥 하고 다정히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항심 | 부모 교육·성평등 교육 강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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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트는아침 님 !
오늘도
활기찬 걸음으로
즐겁고 신나는
하루보내세요~^^
세심하게 말 고르기
망실봉님
감사히 담아 갑니다
고맙습니다.^^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드립니다~
즐거움이 함께하는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