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 하며 공방에 들어섰다. 백보현 선생님과는 네 번째 만남이라 익숙하신가 보다. 오늘은 직원은 거리를 두고 앉아 지켜보기로 했다.
“민정 씨, 먼저 색깔부터 골라 주실래요?”
백보현 선생님이 왁스타블렛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가루를 주셨다. 선생님은 민정 씨가 색을 고를 때마다 “이거 할 거예요?”, “이거요?” 하며 수시로 물었다. 김민정 씨는 신중하게 각각 다른 분홍색 두 개를 골랐다.
그리고 다음은 향이다. 오늘은 왁스타블렛을 두 개 만들기 때문에 향도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백보현 선생님이 여러 향을 차례대로 민정 씨가 맡을 수 있도록 도왔다.
“민정 씨, 잘 기억해야 해요. 어떤 향이 좋은지 두 개 고르시면 돼요. 마음에 드는 거 골라보세요.”
“예, 예.”
어떤 향은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어떤 향은 기침을 하기도 했다. 여섯 가지 정도 향을 맡아 보고 김민정 씨가 스위트피와 우드 향을 골랐다. 복숭아 향처럼 달콤한 향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향기 취향은 의외였다.
그리고 먼저 고른 색소를 미리 녹인 왁스에 섞는다. 선생님께서 막대로 저으면 된다고 설명하셨는데, 김민정 씨가 막대를 좌우로만 움직였다. 선생님이 손을 겹쳐 같이 저으려는 순간 김민정 씨께 말씀드렸다.
“김민정 씨, 커피 탈 때처럼 해 보실래요?”
“예, 예.”
“어? 커피 평소에 자주 타서 드시나 봐요.”
“네. 히히.”
역시, 커피는 일가견이 있다. 꼼꼼하고 섬세한 손길에 선생님이 놀라실 정도다. 많이 놀라셨는지 사진으로 남겨두시기도 했다.
색을 입힌 왁스는 틀에 부어 굳힌다. 그리고 그 위를 또 김민정 씨가 고른 꽃으로 장식했다.
“꽃은 많이 하셔도 돼요. 제가 종류별로 가져왔는데, 여기는 카네이션이랑 그래도 좀 비슷한 느낌으로 뒀어요. 아버지 선물이니까.”
김민정 씨가 신중하게 꽃을 고른다. 다 작고, 분홍색인 꽃이다.
“이거면 될까요? 꽃은 더 하셔도 되는데….”
백보현 선생님께서 꽃을 더 하시도록 권했지만, 유심히 보고 더 선택하지는 않았다. 아마 분홍색 꽃이 없어서가 아닐까?
왁스가 굳기를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께서 물었다.
“또 다른 거 하는 거 있어요?”
“네!”
“뭐 하세요?”
“네!” 하고 씩씩하게 대답한 김민정 씨가 침묵을 지킨다.
“제가 말씀드릴까요?”
“예, 예.”
“민정 씨 요즘은 빵 만들어요. 한 달에 한 번이고, 한 번 다녀왔어요. 그리고 원래 그림 그리러 갔었는데 지금은 공방 원장님 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어요.”
“아, 그럼 만들기는 여기서만 하시는 거예요?”
“네. 여기서 만들기 하는 거 외에 뭘 만드는 취미는 없어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 계시는 거 힘들어 하시는데 여기는 좀 민정 씨한테 특별한 것 같아요. 처음 오는 곳에 들어오면서 인사하는 것부터 저는 좀 신기했거든요.”
“아, 그래서 특별한가요?”
“네, 저는 그렇게 느껴요. 민정 씨랑 맞는 곳이지 않을까….”
“여기 와서 만들기 하는 거 재밌어요?”
직원의 말을 듣던 백보현 선생님께서 민정 씨께 물었다. 가만히 있던 김민정 씨가 “예!” 하고 크게 대답한다.
“민정 씨는 싫은 건 또 싫다고 하시니까 그냥 하는 말은 아닐 거예요. 진짜 아닌 건 대답을 안 하시거나, 아니라고 대답하시거든요.”
“아…, 좋다고 해 주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네요, 민정 씨.”
왁스타블렛이 완성되는 동안 선생님과 민정 씨는 또 상자 꾸미기에 나섰다. 지난번에 스티커 좋아한다는 말을 기억하시고, 또 스티커를 잔뜩 꺼내셨다. 아버지 선물도 고양이와 강아지로 뒤덮일 뻔했지만, 다행히 선생님께서 ‘Love Parents’ 스티커를 권하셨다.
아버지께 선물할 향과 김민정 씨 옷장에 걸 향을 계속 고민하다가 아버지는 우드 향, 김민정 씨는 스위트피로 하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 길, 선생님께서 먼저 인사하셨다.
“민정 씨, 다음에 또 같이 만들어요.”
“예, 예. 안녕.”
2025년 5월 2일 금요일, 구주영
김민정 씨는 무언가를 만들 때 제일 예뻐 보여요. 집중하는 모습도 그렇고요. 백보현 선생님과 김민정 씨의 시간이 편안해 보입니다. 최희정
일지와 사진 보면서 민정 씨가 집중을 잘 한다고 느꼈는데, 민정 씨도 흥미를 가지고 있었네요. 꾸준히 수업하면 좋겠네요. 신아름
지역사회는 민정 씨 옆에 있는 사회사업가를 보고 어떻게 함께 하는지, 어떻게 돕는지 배웁니다. 따라합니다. 구주영 선생님을 보고, 구주영 선생님의 주선으로 공방 선생님이 민정 씨를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고, 이 기록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월평
[2025년 온라인 사례집]
김민정, 취미 25-1, 계획 의논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2, 수업 신청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3, 도어벨 만들기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4, 소원팔찌 만들기
김민정, 취미( 원데이클래스) 25-5, 아버지 생신 선물 준비
김민정, 취미(원데이클래스) 25-6, 왁스타블렛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