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18.연중 제15주간 목요일
이사26,7-9.12.16-19 마태11,28-30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
“주 예수님”
“주님, 당신께서는 대대로
저희에게 안식처가 되셨습니다.”(시편90,1)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시편 성구입니다.
누구나 마음 깊이에서는 안식처를 찾습니다.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 안식처에 고요히 편안히 머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저에게 날마다 고요한 밤에 일어나 강론을 쓰는 난향기 은은한 집무실은 주님의 안식처를 상징합니다.
장마철 힘차게 쏟아지는 장대비가 흡사 하느님의 오케스트라를 듣는 듯 마음 안에 열정을 샘솟게 합니다.
저에게는 하루중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안식처 대신 정주처, 피난처로 명명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제 받은 메시지도 생각납니다.
“신부님, 안녕하셔요? 저는 몇일간 휴양림에 가서 푹쉬고 왔습니다.
그곳에서는 tv는 물론 핸드폰도 안터지는 첩첩산중이였습니다.
불편함 보다는 편안한 마음이 더했습니다.”
휴양림이 상징하는바 안식처요, 언제 어디서나 ‘마음의 휴양림’을 늘 지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교황님이 젊은 사목자들 모임에 주신 메시지 제목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Let your youth be a gift for Jesus(네 청춘이 예수님을 위한 선물이 되도록 하라)”,
청춘(youth)대신 인생(life)을 넣어 “네 인생이 예수님을 위한 선물이 되도록 하라” 해도 너무 잘 어울립니다.
이웃에게 '주님의 안식처'가 되는 선물 인생이라면 얼마나 멋지고 보람차고 행복하고 아름답겠는지
간절히 소원하는 마음입니다.
아마도 마산 출신 이은상의 국민 가곡 ‘가고파’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10절까지 이어지는 구구절절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참 간절하고 애절합니다.
어제 잠시 불러본 ‘가고파’로 시작해 ‘보고파’로 끝나는 2절까지만 인용합니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가고파와 보고파의 대상인 고향은 대부분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런면에서 우리는 실향민입니다.
저는 서품식때 가족 사진을 집무실 책상 위에 놓고 지내니 흡사 고향을 옮겨 놓은 듯 합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바로 영원한 안식처를 찾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고향을 찾듯, 본향을 찾듯이 알게 모르게 무수한 이들의 주님의 집인 여기 요셉 수도원을 찾습니다.
참으로 우리 믿는 이들은 행복합니다.
영원한 안식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예수님 안에서 살 수 있기에 영적 실향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에 나오는 기도가 참 아름답고 위로가 됩니다.
우리 하느님이 명실공히 우리의 안식처가 됨을 감사로이 깨닫게 됩니다.
주옥처럼 빛나는 시같은 기도 구절들 길다 싶어도 다 인용합니다.
참으로 믿고 바라고 사랑하는 주님과 함께 살고자 하는 모두가 바칠 수 있는 기도입니다.
1.“당신께서 닦아 주신 의인의 행로는 올곧습니다.”
2.“주님, 저희는 당신께 희망을 겁니다.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을 기억하는 것이 이 영혼의 소원입니다.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
3.“주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평화를 베푸십니다.”
4.“저희가 임신하여 몸부림치며 해산하였지만, 나온 것은 바람뿐, 저희는 이 땅에 구원을 이루지도 못하고,
누리의 주민들을 출산하지도 못합니다.”
5.“당신의 죽은 이들이 살아나리이다. 그들의 주검이 일어서리이다.
먼지 속 주민들아, 깨어나 환호하여라.
당신의 이슬은 빛의 이슬이기에, 땅은 그림자들을 다시 살려 출산하리이다.”
바로 이런 주님을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아니 날마다 만납니다.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정주처이자 피난처이신 주 예수님입니다.
먼지 속 형제들이여, 깨어나 환호하십시오.
주님의 이슬은 빛의 이슬이기에 땅은 그림자들을 다시 살려 출산합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이슬' 하니 오래 전 ‘별꿈’이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풀잎들 밤새
별꿈 꾸며 잠못 이루더니
아침 풀잎마다 맺힌
영롱한 별무리 이슬방울들”<2001.10.1.>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인 주님의 은총이 우리 모두 영롱하게 빛나는 별꿈 인생을 살게 합니다.
당신의 안식처로 초대하시는 주님의 초대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누구나에게 활짝 열려 있는 구원에로의 초대요 환대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당신의 초대에 응하는 자에게 주시는 무상의 선물이 주님의 안식입니다.
단 하나의 조건이 붙습니다.
평생 주님의 사랑의 배움터인 공동체에서 온유와 겸손의 멍에를 메고 배우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 불편한 멍에는 주님의 편한 멍에로, 내 무거운 짐은 주님의 가벼운 짐으로 바꿔집니다.
온유와 겸손이 깊어지면서 주님을 닮을수록 날로 자유롭고 편안한 삶에 온전한 안식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날로 자유롭고 평화롭고 홀가분하게 하는 주님의 온유와 겸손의 멍에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안식처에서 심신이 치유되고 회복되는 복된 시간입니다.
주님과의 일치가 바로 안식이자 치유입니다.
평생 지니고 평생 화두로 삼고 지내야 할, 가훈으로 정해도 기막히게 좋을 주님의 말씀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29-30).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