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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가정주부로 살아온 자는
죽을 때도 주부로 죽는다
집안일에는 은퇴가 없으니까
내 꿈은 가정주부
사계절 일용직
시인은 비정규직이에요
저는 집이 없어요
재산도 없어요
저는 남편을 찾으러 여기 나왔어요
지금 가족은 너무 낡았어요
그러니까 내 꿈은
은퇴 없이 살고 싶어요
말을 더 덧붙여야 할까요?
엄마는 주부, 아버지는 교편을 잡고
동생은 호주에서 커피를 내려요
라고 결혼정보회사에 솔직하게 썼다
몇 번째인지 모를 그 남자는 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 이름을 검색했고
도망쳤다
무슨 문장이 그를 달아나게 했을까?
나는
오늘의 진귀한 불행을 잊을까
타자기 앞에 손을 올린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빠는 소리쳤다
딸년은 고고하게 앉아 글이나 쓰고 있는데
내가 저 돈을 다 대야 한단 말이야?
당신도 희망을 버려
아빠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내 얼굴 앞에서 거칠게 거수했고, 모서리를 향해 발길질하겠다고, 겁을 줬다 단지 겁을 줬을 뿐인데 내 연필은 부서졌고, 혀로 휘둘렸다
그날
나는 방 안에 꼼짝 않고 밤새 노안은 절대로 살필 수 없을 만한 크기의 글씨로 빈 바닥을 조용히 채웠다
살려주세요
⸺월간 《현대시》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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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호 / 1988년 전북 무주 출생. 201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캣콜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