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 심판을 괴롭혀라
휴식을 끝내고 LA에서 다시 샌디에이고로 이동해 로즈 코로나도 베이 호텔에 들렀다. 선수 열여덟 명과 코칭 스태프는 버스를 타고 왔고, 미니밴 네 대와 짐을 실은 대형 트럭이 뒤를 따랐다.
압신 고트비에게 중국과 터키에 관한 자료를 준비하라고 했다. 체력 트레이너로 합류해야 할 베르하이옌의 보수도 결정해야 한다. 소속팀(부천)의 터키 전지훈련에 나가 있는 이임생의 비자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오후에 UCSD 구장에서 몸을 풀게 했다. 김태영, 최태욱이 부상 중이라 열여덟 명 중 열여섯 명만 훈련에 참가했다. 골키퍼 네 명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가 열두 명이어서 정상 훈련을 하기가 어렵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대표팀은 여덟 명씩 원을 그려 패스 훈련을 하고 6 대 6 미니 게임을 했다. 미니 경기에서 심판을 보면서 일부러 오심을 했다. 실망스럽게도 선수들은 오심을 무조건 받아들였다. 내가 완전히 잘못된 판정을 내렸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판정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분을 삼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이 문제에 관해 얘기를 꺼냈다. 선수들은 내가 오심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내가 내린 결정이 잘한 결정이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큰 소리로 그게 잘한 거냐고 다그쳤다. 선수들은 고개만 더욱 떨어냈다. 나는 김태영을 불렀다.
"나를 똑바로 바라봐라. 그게 제대로 한 결정인가! 말해봐."
김태영은 쭈뼛쭈뼛 말이 없다. "그게 잘한 거냐고!"나는 다시 다그쳤다.
"아뇨. 잘못하신 건데요."
"축하한다. 네가 정확히 봤다."
나는 선수들에게 고의로 잘못된 결정을 내렸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하느냐고 꾸짖었다. 판정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법을 존중하는 건 좋은 자세이지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누군가 잘못된 일을 하거나 팀을 해치는 일을 하면 나서서 바로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판에게 달려가 따지는 건 괜찮지만, 몸에 손을 대선 안 된다. 하지만, 심판도 인간이다. 심판에게 압력을 가해라. 심판도 게임의 한 부분이다."
선수들은 드디어 자기 이익을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배웠다. 한국 선수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적응이 무척 빠르다는 점이다. 배우는 자세가 너무 좋다.
옮긴 이: Adebayor
첫댓글 좋군요. ㅡㅡ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