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올레길 3코스 부인사 도보 길은 팔공산 기슭 동화시설 집단지구에서 출발하여 수태지, 부인사, 신무동 마애불좌상, 농연서당, 용수동 당산을 지나 미곡교에서 끝나는 약 7.8km 코스다.
동화시설집단지구에서 신무동 마애불좌상으로 내려가는 내리막 오솔길이 시작되는 지점(신무동 마애불좌상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는 도로 옆 인도를 따라 걷는 길이고, 신무동 마애불좌상 부근부터 도착지점인 미곡교까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을 지나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고향의 향기와 베갯머리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벚꽃 진 자리 돋아난 푸르른 잎새, 벚나무 가로수길을 걷다
급행1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동화시설집단지구에서 내렸다. 팔공산둘레길 3코스 부인사 도보길의 출발지점이 급행1번 버스의 종점 정류장이다. 종점 정류장 부근에 부인사 도보길 안내판이 있다.
출발하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보는데 혼자 먹기에 적당한 메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보리밥뷔페가 눈에 띄었다. 1인 당 60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밥은 보리밥과 쌀밥 두 종류다. 도라지볶음, 취나물, 무생채나물, 상추, 돈나물, 콩나물, 고사리볶음, 김가루 등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뒤 양념장을 얹어 비벼 먹는다. 양념장은 고추장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과 간장 양념장이 있다. 비빔밥을 담은 양푼이 밥맛을 돋운다.
동화시설집단지구에서 부인사로 가는 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길 |
비 갠 뒤 파란 하늘 아래 맑은 햇살을 받으며 출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앞을 지나 오르막에 다 올라서니 가로수길이 나온다. 팔공산 순환도로 벚나무 가로수길이다. 도로 양쪽에 줄지어 선 나무의 가지가 서로 닿아 하늘을 가렸다. 이른바 ‘가로수 터널’이다. 새하얀 벚꽃이 필 때는 ‘벚꽃 터널’, 꽃 진 자리에 연둣빛 잎새가 피어난 지금은 푸르른 ‘신록의 터널’이다.
수태지 앞 도로 건너편에서 본 풍경 |
도로 옆 인도로 걷다가 차가 다니지 않을 때 도로로 내려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인도에서 보는 가로수길도 그럴싸하지만 차도에 한 발짝 내려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볼만 하다. 인도로 걷다보면 가로수길 풍경이 소실점으로 모인다.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 다르다.
수태지 연못에 팔공산이 비친다 |
가로수 터널을 지나면 팔공산의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수태지 연못이 나온다. 물에 비친 팔공산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잡념이 사라진 자리에 그 풍경만 남는다.
뒤뜰이 아름다운 부인사
부인사 |
길은 부인사로 이어진다. 부인사는 7세기 중반 신라 선덕여왕 재위 기간에 창건된 절이다. 커다란 나무가 만든 그늘을 지나 절 마당에 도착했다.
부인사 석등과 석탑, 보호수 |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6호 ‘부인사 석등’과 제17호 ‘부인사 석탑’이 여행자를 반긴다.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모아 1964년에 복원한 것이다. 탑과 석등을 지나 대웅전 앞마당에 섰다. 절집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인사 뒷마당에 핀 할미꽃 |
대웅전 뒤뜰로 걸음을 옮긴다. 산신각 아래 화단에 화려한 꽃들이 피었다. 누군가 애써 가꾼 손길이 느껴진다. 산신각으로 올라선다. 그곳도 꽃밭이다. 울긋불긋 피어난 꽃 사이에서 할미꽃을 보았다. 고개 숙여 피어난 할미꽃 사이에서 몇 송이 할미꽃이 하늘을 바라보려 애를 쓴다. 산신각에서 영산전으로 가는 오솔길도 꽃길이다. 대숲이 그 풍경을 품고 있다.
선덕여왕을 모신 부인사 숭모전 |
선덕여왕을 모시는 숭모전은 문이 닫혔다. 숭모전을 뒤로하고 절에서 나온다. 절에 도착했을 때 석탑이 있는 절 마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94세 노스님의 맑게 웃는 얼굴이 마음에 남는다.
시냇물 따라 이어지는 고향 마을 같은 풍경
용수동 당산 |
절에서 나와 도로를 만났다. 건널목을 건너서 우회전해서 걷는다. ‘신무동 마애불좌상’을 알리는 안내판이 나왔다. 안내판 왼쪽으로 비탈진 내리막 오솔길(흙길)이 있다. 그곳으로 조심조심 내려갔다.
신무동 마애불좌상 |
팔공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마을로 흐르는 상류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알려진 신무동 마애불좌상이 그곳에 있었다. 불상을 보고 마을길을 따라 내려간다.
용수동 당산 앞 개울 |
길옆에 시냇물이 흐른다. 시냇물 이름이 용수천이다. 용수천이라는 이름보다 그냥 시냇물 또는 냇물이라고 부르는 게 소박한 마을 풍경과 더 잘 어울린다.
용수천 옆 돌담집 |
물풀 자라난 돌무더기 냇가 풍경과 옛 돌담집이 잘 어울린다.
용수동 당산 나무와 돌탑 |
세월에 의해 내려앉은 돌담과 슬레이트 지붕 뒤에 우두커니 서있는 커다란 나무에 푸른 물이 올랐다.
농연서당 |
냇물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 조선시대 효종 임금의 사부였던 최동집이 벼슬에서 물러나 머물며 후학을 기르던 농연서당을 만났다. 농연서당을 지나면 3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용수동 당산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 몇 그루와 돌탑이 옛 마을 품고 있다.
연둣빛 잎새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용수천 나무 |
용수동 당산 앞 개울에서 여울이 울고 물가 나뭇가지 연둣빛 물 오른 잎새마다 햇살이 빛난다.
개느삼이 핀 시골집 |
마을 어느 집 돌담에 개느삼 노란 꽃이 피었다. 개울 건너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밭둑 위에 앉은 고양이 집 앞에 나와 있는 닭 |
밭둑 위에 고양이가 ‘봄햇살’처럼 앉아 있고, 닭들은 집 앞에 나와 햇볕을 쪼이고 있다.
그런 풍경 앞에서 걸음이 멈추어질 때 쯤 베갯머리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의 손길, 고향의 향기가 담긴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불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