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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헤라클레스(Herakles)는 제우스와 인간 여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우스가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미리 지어두었다는 그의 이름은 흥미롭게도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이다. 헤라가 누구인가?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로서 결혼과 가정사를 주관하는 여신중의 여신이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듯이,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는 이 최고의 여신을 질투와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어버렸다.
말하자면,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은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들에게 향할 헤라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는 제우스의 비책(?)이었던 셈이다. 결과는 역효과. 헤라의 미움은 더욱 커져서 헤라클레스는 이로 인해 평생 고난과 역경에 빠지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헤라클레스에게 맡겨진 12가지 난사(難事)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기화에서부터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을 통해 재현된 이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만나보자.
괴력을 가진 헤라클레스의 탄생
 헤라클레스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남달랐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고자 잠든 헤라의 젖을 물렸는데, 엄청난 빠는 힘에 놀라 깬 헤라가 아기를 밀쳐내자 분출된 젖이 흘러 은하수(Milky Way)를 이루었다고 한다. 16세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틴토레토(Tintoretto)가 그린 [은하수의 기원]은 이를 내용으로 한 것이다. 화면에 제우스를 상징하는 독수리와 헤라의 상징인 공작새가 보인다. 헤라클레스에 대한 제우스의 편애는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헤라를 자극했다. 그녀는 독사 두 마리를 8개월 된 헤라클레스와 의부형제 이피클레스의 요람에 넣었다. 그러자 무서워하는 이피클레스와 달리 괴력의 아기 헤라클레스는 맨 손으로 뱀들을 목 졸라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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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 [은하수의 기원] 1570년 캔버스에 유채, 148cmx165cm, 런던 국립 미술관 작품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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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의 저주는 계속되었다. 청년이 된 헤라클레스는 테바이의 왕 크레온의 딸 메가라와 결혼해 세 자녀를 얻게 되지만, 여신의 간계에 빠져 실성해 아내와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이게 된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는 끔찍한 죄를 씻기 위해 델포이로 향하고, 그곳에서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 밑에서 봉사하라는 신탁을 받는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 덕분에 왕이 된 자였다. 그는 죄값을 치르겠다고 찾아온 헤라클레스에게 12개의 과업을 명령한다. 실상 이 모든 것이 헤라의 각본대로였다.
12개의 과업
 그 첫 번째 과업은 네메아의 골짜기에 사는 사자를 처단하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화살로도 칼로도 죽지 않는 사자를 몽둥이로 때려 지치게 한 다음,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Francisco de Zurbaran)이 묘사했듯이 맨 몸으로 덤벼 목 졸라 죽였다고 한다. 그는 이 때 얻은 전리품인 사자 가죽을 헬멧처럼 머리에 쓰고 다녔다. 두 번째 과업은 아홉 개의 머리가 달린 물뱀 히드라를 해치우는 일이었다.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Antonio del Pollaiuolo)는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걸친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몽둥이로 내려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헤라클레스는 조카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아 히드라의 결코 죽지 않는 머리 하나는 큰 바위 밑에 묻고, 쳐내면 두 개가 솟아 나는 나머지 여덟 개의 머리는 불로 지져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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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클레스는 세 번째 과업으로 처녀신 아르테미스 소유의 사슴을 산 채로 잡아다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보여준 뒤 즉시 돌려보냈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에리만토스 산의 멧돼지를 잡아 네 번째 과업을 완수했다. 다섯 번째로는 무려 30년 동안 치우지 않아 천지에 악취가 진동하는 아우게이아스 왕의 3천 마리 황소 우리를 알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 강물을 끌어들여 단 하루 만에 깨끗이 청소해 임무를 마치기도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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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청동 날개와 부리, 발톱으로 사람들을 공격하는 스팀팔로스 호숫가의 괴물 새들을 히드라의 독을 묻힌 화살로 쏘아 죽였고, 크레타 섬의 황소를 끌어오는 일, 트라키아의 왕 디오메데스 왕이 인육을 먹여 키운 4마리의 사나운 암말을 데려오는 임무도 있었다. 15세기부터 태피스트리 산지로 유명했던 오우데나르데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헤라클레스와 디오메데스의 종마 중 한 마리]에는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레스와 디오메데스의 인육을 먹고 온순해진 암말 한 마리가 등장한다.
과업을 무사히 수행하는 데에는 헤라클레스의 무지막지한 힘과 근성, 뿐만 아니라 그의 남성적인 매력까지도 한 몫을 했다. 아홉 번째 과업은 아마존 족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에우리스테우스의 딸 아드메테가 갖고 싶어한다는 이유였는데, 아마존에 도착한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를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여왕은 순순히(!) 허리띠를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헤라의 간계로 아마존 족과 싸우게 된 헤라클레스는 결국 히폴리테를 죽이고 허리띠를 가져오게 된다.
열 번째 과업은 메두사의 손자이자 몸체가 세 개인 괴물 게리오네스의 소떼를 에우리스테우스에게로 몰아 오는 일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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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테리아 섬에 사는 게리오네스는 거인 소몰이꾼 에우리티온과 머리 둘 달린 개를 시켜 소들을 지키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이들을 해치우고 나서야 소떼를 배에 태워 데려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중에 잠시 들른 로마에서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들이며 불을 뿜는 괴물 카쿠스가 소떼 중 일부 몇 마리를 훔쳐 꼬리를 붙들고 뒷걸음질치게 해 동굴로 끌고 가버렸다. 도난 당한 소를 찾을 수 없었던 헤라클레스는 나머지 소떼를 몰고 동굴 주변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 때 동굴 속의 소 한 마리가 울음 소리를 내는 바람에 카쿠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발각되었고 죽음을 면치 못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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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있는 황금 사과를 가져 오는 열 한 번째 과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상 끝 어딘가에 있는 정원으로 가는 길도 모를뿐더러, 황금 사과는 아래 프레데릭 레이튼(Frederic Leighton)의 작품에 묘사되었듯이, 헤스페리데스 자매들과 잠들지 않는 용 라돈이 지키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원을 찾아 가던 중 헤라클레스는 여러 가지 난관을 겪게 된다. 코카서스 바위산에 묶여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준 것도 이 때였다.
프로메테우스는 헤스페리데스 요정들의 아버지로 알려진 아틀라스를 찾아가보라고 귀띔했고, 헤라클레스는 그 길로 아틀라스를 만나 자기가 대신 하늘을 받치고 있을 테니, 그 동안 황금 사과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딸들로부터 사과를 받아 온 아틀라스는 다시금 하늘을 받치자니 막막한 생각이 들어 헤라클레스더러 계속 하라고 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지금 이 자세가 너무 불편한데 어떻게 하면 편하게 받칠 수 있는지 보여달라 하고는, 아틀라스에게 하늘을 넘겨줌과 동시에 황금 사과만 받아 들고 줄행랑을 놓았다. 헤라클레스의 힘과 기지가 모두 발현된 순간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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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과업은 저승에 있는 스틱스 강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를 데려오는 일이었다. 명계의 신 하데스는 무기를 쓰지 않고 오로지 맨 손으로 데려갔다 오도록 허락하고, 헤라클레스는 이를 수행함으로써 12가지의 과업을 모두 마치게 된다. 그러나 영웅의 모험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과업을 마치기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고, 시간상 다소 뒤엉켜 있기는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그 가운데 특히 미술가들이 즐겨 그린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일화를 들 수 있다. 헤라클레스는 친구 이피토스를 홧김에 죽인 죄로 3년간 리디아의 여왕 옴팔레의 노예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헤라클레스는 옴팔레에게 사자 가죽과 몽둥이를 내어주고 자신은 여자 옷을 입고 실을 잣는 등 순한 양이 되어 살았다고 하는데, 이는 옴팔레에게 귀를 잡혀 농락 당하는 헤라클레스를 그린 루벤스의 작품에서도 확인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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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노예살이를 끝낸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했다. 몇 년 뒤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강을 건너게 되었는데, 돈을 받고 강을 건네주는 켄타우로스 네소스가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를 등에 태우고는 도망을 치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당장에 히드라의 독을 묻힌 활을 쏘았고, 네소스는 죽어가며 데이아네이라에게 말하길, 자신의 피를 받아두었다가 헤라클레스가 바람 피울 때 그의 옷에 바르면 맘을 돌리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데이아네이라는 이 말을 믿었다. 그리고 훗날 헤라클레스가 포로로 잡아 온 이올레를 자기보다 더 아끼는 듯 보이자, 제사 때 입을 남편의 예복에 네소스의 피를 묻힌 후 빨아서 심부름꾼 리카스에게 들려 보냈다. 핏자국은 지워졌으나 독은 그대로인 옷을 입은 헤라클레스는 몸에 스며든 독 기운에 고통스러워하며 옷과 함께 제 살을 찢어 버렸다. 죽기로 결심한 그는 오이타 산에 올라가 장작을 쌓고 지나가던 필록테테스에게 불을 붙여달라 부탁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헤라클레스의 육신을 태워버렸다. 그러나 제우스의 제안으로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신들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헤라도 헤라클레스와 화해하고 자신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 헤베와 혼인하도록 해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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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발레 카라치 [헤라클레스의 선택] 1596년경 캔버스에 유채, 167cmx273cm, 나폴리,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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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영웅으로 추앙되는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미술가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이는 그 시대가 추구한 인간의 덕목에 헤라클레스라는 의인상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육체적 힘과 용기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쉽고 쾌락이 보장되는 악덕과 어렵고 고단한 미덕의 갈림길에서 후자를 택함으로써 결국에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인물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의인상은 어떠한가? 오늘날의 나는 과연 저 두 여인 중에서 어떤 여인을 택하게 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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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민수 / 미술칼럼니스트
-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인간, 사회 그리고 미술의 상호 관계와 이 세 가지가 조우하는 특정 순간을 탐구하는 데에서 미술사학의 무한한 매력을 느낀다. 현재 문화센터와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이미지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Wikipedia, Yorck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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